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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친족 의혹 풀어야 ‘공정한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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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후보자 청문회 눈앞…여야 핵심쟁점 사전공방 치열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황식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정운찬 전 총리가 사임한 지 꼭 두달째 되는 9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다.

정지윤 기자

정지윤 기자

추석 민심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온 민주당 등 야당은 인사청문회와 관련, ‘전투형 모드’로 전환했다. “제1야당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을 것”(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청문회용이 아니라 국가용 총리가 필요하다”(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며 선전포고를 해둔 상태다. 민주당에게서 “지역편중인사·지역간 불균형인사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조영택 대변인)이라던 종전의 우호적 태도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면서 “민심과 다른 대응은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속속 불거지고 있는 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싸늘해진 민심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도 긴장하고 있다. 총리 인선에 실패한다면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의 반응을 ‘정치공세’로 간주, 철저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야당은 정략적 흠집내기, 인신공격으로 청문회를 이용하지 말고 국정운영 능력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김황식 후보자조차 이럴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당정청 수뇌부 병역미필 일색 우려
이번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김 후보자 자신의 병역문제와 누이와 연관된 여러 의혹이다. 먼저 병역문제를 보자. 김 후보자는 부동시(심한 양쪽 눈의 시력 차)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최근 이와 관련, “그때(1972년 신체검사) 눈의 시력차(5디옵터)가 심해서 입대를 면제 받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문제는 불과 2년 뒤인 1974년 판사 임용 당시 신체검사에서는 부동시가 거의 ‘해소’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당시 김 후보자의 나안시력(안경을 벗고 측정한 시력)은 왼쪽 눈이 0.2, 오른쪽 눈이 0.1로 나왔다. 두 눈의 시력이 비슷하게 나온 것. 병역면제 수준의 부동시가 2년 만에 거의 회복된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08년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판사 임관 신체검사는 대충 하는 거지 기계적으로 정확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당초 총리직을 제안 받았을 때 병역문제를 들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당·청 수뇌부가 ‘병역미필’인 상황에서 자신의 병역문제가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김 후보자를 설득했다고 한다. 앞서 병무청을 통해 당시의 시력기준 등을 확인했다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설명했다. 임 실장은 “당시 면제기준에 눈의 굴절각도 차이가 2디옵트면 면제되는데 후보자는 5디옵트 차가 나 군대를 갈 수 없었다”면서 “안 간 게 아니라 갈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군대에 갈 경우 사병도 아니고 법무장교로 (편하게) 근무하는데 굳이 부정한 방법으로 안 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도 “모의 청문회 결과 모든 수석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김 후보자의 병역면탈 의혹을 부정했다.

야당은 김 후보와 청와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병역면탈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김 후보자는 1971년 친형이 운영하던 병원에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서를 받아 징병을 연기했고, 다음해 3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면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체중이 줄고 기억력 혹은 집중력이 떨어지며 심한 경우 고열과 심부전 등으로 사망할 수 있는 병으로 알려져 사법시험 준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병은 일시적으로 치료되거나 완치되는 병이 아님에도 김 후보자는 1년 뒤 신체검사에서는 부동시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면서 “진단이 허위이거나 병역 연기를 위해 갑상선 호르몬제를 일시적으로 과다 복용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병역면제를 받았을 당시의 시력과 법관 임용시 시력, 현재 시력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병역기피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김황식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황식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김 후보자의 누나 김필식 동신대 총장 문제도 눈길을 끈다. 동신대에 대한 파격적 국고지원, 증여세 탈루, 김 후보자의 ‘친사학 판결’과의 연관성 등 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의 중심에 김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동신대에 대한 과다한 국고지원에 김 후보자가 개입했느냐가 관건이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동신대가 2004, 2005, 2008년 3년에 걸쳐 1200억여원의 국고를 지원 받았다”면서 “지방소재 사립대학이 이 정도 대규모 국고지원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김 후보자가 광주지법원장(2004년)과 감사원장(2008년)으로 근무할 때 지원된 점은 해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김 후보자가 통장에 2억여원을 저금해 놓고도 2007년 2명의 누나로부터 2억원을 빌린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후보는 “딸 혼사를 앞두고 빌린 돈”이라면서 “대법관 퇴직수당 1억원으로 우선 5000만원씩 갚았다”고 말했다. 증여 받은 돈이 아니므로 세금탈루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갚을 때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증여세 포탈 논란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 재임 당시 부인이 구입한 8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해서도 야당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관 시절부터 딸의 결혼자금 등 생활비를 누나들에게 빌려온 김 후보자가 고가의 보석을 구입할 여력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사학 기득권보호 우호 판결 도마에
사학비리에 대한 김후보자의 우호적 판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 후보자의 누나가 사학재단 이사장 집안에 시집갔고 그 재단 소속 대학의 총장으로 근무하는 개인적 배경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김 후보자가 주심을 맡은 2007년 상지대 이사 선임건에 대한 판결에서 대법원은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사학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 인사를 배제하려는 임시이사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야당의 ‘정치공세’ 차원을 넘어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보고서가 제대로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무게를 얻고 있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총리 임명 강행이 되더라도 상처를 입은 김 후보자의 직무 수행은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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