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제도 - 청문기간 확대 정책능력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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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경향」·국회입법조사처 공동기획

불출석 증인과 자료제출 거부 처벌규정 실효성 확보해야

지난 8·8개각에 따른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각종 비리의혹으로 낙마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과연 현행 인사청문 제도가 ‘국가의 주요 공직자를 임명하기 이전에 국회가 이들의 자질과 직무 적합성을 검증한다’는 애초의 제도적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와 관련된 것이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김 후보자는 청문회 기간 갖가지 의혹이 쏟아져나와 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했다. | 서성일 기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김 후보자는 청문회 기간 갖가지 의혹이 쏟아져나와 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했다. | 서성일 기자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제도화된 것은 2000년에 이르러서였다.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공직은 처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헌법에 의해 국회의 임명동의를 요하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제한되었다. 이후 꾸준히 인사청문 대상이 확대돼 현재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공직은 총 57개에 이른다.

인사청문회의 실시 근거가 헌법인지 법률인지에 따라서 인사청문회 주관기관과 청문절차, 국회 인사청문 결과의 구속력에서 차이가 있다. 헌법에 근거하여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으며, 법률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직위의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원회가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제도 시행 10년동안 문제점 노출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무총리와 대법관 후보자 등의 경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국회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이 상정돼 이에 대한 표결을 거쳐야 한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대통령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는 어렵다. 국무위원이나 경찰청장의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가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본회의 표결 절차가 없으며, 상임위원회가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10여년 동안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도 및 운영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사청문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이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치도록 되어 있다. 둘째,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 불출석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위해서는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고, 후보자와 관련된 사항에 답변할 증인을 채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사청문회법’은 이와 관련된 규정을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슈와 논점]국회 인사청문제도 - 청문기간 확대 정책능력 검증 필요

그러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갖가지 명분으로 불출석하는 행태는 일상화되어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국회가 불출석을 사유로 증인을 고발한 사례는 3건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반복되었지만,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된 경우는 없었다. 셋째, 후보자의 허위진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는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다가 의원으로부터 증거자료가 나올 경우 사과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런데 후보자는 증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처벌하기가 어렵다. 즉 후보자의 허위진술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는 것이다. 넷째,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 검증이 재산이나 병역 등과 관련한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다보니, 상대적으로 후보자의 업무능력이나 정책적 소신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청와대가 공직후보자에 대한 200여개의 예비질문지를 만든 것도 청와대의 후보자에 대한 사전 도덕성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문회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원들의 지나치게 당파적인 태도를 들 수 있다. 원래 인사청문회의 취지는 의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의 대립구도는 대통령 대 의회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야 원내정당 간의 대립구도가 인사청문회에도 반영되어 여당의원은 후보자를 옹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발언을 하는 경향이 있고, 야당의원의 경우 후보자를 매섭게 비판하는 양상을 보인다. 즉 ‘대통령+여당 대 야당’의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견제라는 관점에서 인사청문회에 임할 필요가 있다.

허위진술 처벌규정 신설해야
지난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대통령 비서실의 인사검증 절차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와 관련해서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20일의 인사청문 기간은 국회가 후보자에 대해 철저한 인사검증을 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점에서 인사청문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후보자의 업무 적격성이나 정책능력보다 도덕성 검증에만 치중하는 인사청문회를 지양하기 위해서 인사청문 절차를 이원화할 것을 제안한다. 즉 1차 심사는 후보자로부터 제출 받은 서류를 중심으로 병역이나 재산 및 학력문제 등 ‘과거의 행적’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사전적 예비심사로 운영하고, 2차 청문회 심사에서는 후보자의 자질 및 정책수행 능력에 대해 보다 집중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셋째, 불출석 증인이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서는 국회의 고발을 강화함으로써 현행 처벌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료제출 거부나 증인의 국회 불출석에 대한 처벌 자체가 미흡했다는 점이 이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처벌규정을 강화하기보다는 이를 엄정하게 적용하기만 하더라도 국회 불출석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된다. 넷째,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청문회에서 허위진술을 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회가 이를 고발할 수는 있지만, 청문회에서의 허위진술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 즉 후보자는 ‘증인’이 아니므로 ‘위증죄’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그러나 제3자인 증인의 위증에 대해서는 처벌하면서 “사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하고 허위진술을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의 허위진술에 대해서 미국의 경우처럼 의회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진영<정치학 박사>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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