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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상품 탄생 뒤엔 ‘통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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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철저히 분석 사회변화와 소비자 마음 정확히 읽어 성공

“통계로는 무엇이든 증명할 수 있다.” 이 말은 통계의 효용과 함께 오명도 상징한다. 그러나 통계가 꼭 ‘불순한 의도를 가진 수치’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숫자가 많이 나오면 질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숫자이기 때문에’ 신뢰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괴짜 통계학>의 저자 김진호씨는 “그래도 인류사회에 대한 공헌을 감안한다면 통계는 지금보다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화하는 구매력을 읽는 것이 기업의 미래다. 30대의 구매력을 타깃으로 한 중형세단 K7.

변화하는 구매력을 읽는 것이 기업의 미래다. 30대의 구매력을 타깃으로 한 중형세단 K7.

통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앞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이 조조의 100만 대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은 통계적으로 한겨울에도 남풍이 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토정비결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통계적으로 묶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웰빙트렌드 읽어 틈새를 뚫어라
통계자료를 적절히 이용해 사회 변화와 소비자의 마음을 읽은 대박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막걸리, 자동차, 자전거 용품 등 올 상반기 히트를 친 제품의 탄생 비결을 조사해보니 그 뒤엔 ‘통계의 활용’이란 요인이 있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기 위해 통계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 본 기업의 마케팅 노력이 대박상품 탄생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막걸리인 ‘참살이탁주’는 쌀 소비량 감소와 국민들이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높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 통계를 활용해 100% 국내산 쌀로 만든 고급막걸리를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사례다.

지난해 막걸리 출하량은 20만㎘로 전년 대비 48.3% 증가했으며 올 1분기 또한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무려 127%나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69%는 먹을거리에 대해 높은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수입농산물의 농약 오염에 대해서는 87%가 불안하다고 느꼈다.

웰빙트렌드의 틈새를 겨냥해 히트친 참살이탁주.

웰빙트렌드의 틈새를 겨냥해 히트친 참살이탁주.

탁주업체인 ‘참살이 탁주’는 이 같은 통계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막걸리는 원료 가격 때문에 대부분 중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쌀을 이용했지만 참살이탁주는 국내산 쌀로 만든 막걸리를 출시했다. 결과는 대박. 2009년에 전년 대비 10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참살이탁주의 강환구 대표는 “웰빙 열풍과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확인하고 100% 국내산 쌀로 만든 고급막걸리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주효했다”며 “8월에 주류에 대한 원산지표시제가 시작되면서 우리쌀로 만든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살이탁주 이외에도 배상면주가가 지난 2월 ‘우리쌀 생막걸리’를 내놓은 데 이어 국순당도 지난 4월 ‘우리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올해 상반기 홈쇼핑업계를 비롯한 유통가에서는 외식을 대신해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조리기구와 가사 참여율이 늘어난 남성들을 위한 가사도우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도 외식비의 증감 추이를 분석한 결과 남성들의 가사활동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분석이 힘을 발휘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외식비의 비중이 지난 2004년 14.0%에서 2009년에는 12.8%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식비가 줄어든 데에는 외식 물가가 오른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09년 소비자물가는 2008년 대비 2.8% 상승한 데 비해, 외식물가는 삼겹살(8.5%), 돼지갈비(6.4%) 등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3.9% 상승해 외식비 지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통계 분석이 ‘해피콜 직화오븐’이 상반기 홈쇼핑 업계에서 가장 인기를 끈 제품 중 하나가 된 요인이 되었다. 해피콜 직화오븐은 재료를 뒤집지 않고 위, 아래에서 직화로 구워주는 기능의 조리기구로 올해 1~5월 GS샵에서만 18만개가 팔려 조리기구 부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CJ홈쇼핑과 현대홈쇼핑에서도 각각 13만개 가량이 팔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코오롱스포츠는 등산을 넘어 바이크로 이동 중인 레저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 아웃도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등산을 넘어 바이크로 이동 중인 레저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 아웃도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해피콜 직화오븐은 사용법이 간단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타깃을 남성에게로 확대한 것도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되었다. 이 역시 가사에 참여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통계가 바탕이 되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사와 육아 등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는 재택 남성은 2009년 총 15만2000명으로, 2007년(14만3000명)에 비해 9000여명이 늘었고, 2003년(10만6000명)에 비해서는 43.9%가 증가했다. ‘2009년 생활시간조사’에서도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가사 노동시간이 30분으로 2004년 대비 5분 증가하여 남성들의 가사활동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변화하는 구매력을 주시하라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K5’를 비롯한 차별화된 감성디자인과 수입차 못지않은 편의를 갖춘 중형세단의 돌풍이다. 중형세단의 히트에는 구매력이 높아진 30대의 수요와 그들의 니즈를 찾아낸 통계가 큰 힘을 발휘했다.

그동안 중형세단의 경우 젊은층이 생애 첫 차로 구매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중 가구주 연령대별 자동차 구입비용 조사 결과를 보면 30대가 자동차 구입에 쓰는 비용이 꾸준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연령대별 자동차 구입비용의 연평균 실질 증가율은 30대가 16.7%로 40대와 50대의 증가율을 넘어섰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수입차 등록현황에서도 30대의 높아진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30대의 수입차 등록대수는 6만5830대(15.2%)로 50대(6만5579대)를 앞질렀다. 30대의 수입차 등록 비율은 2007년 11.0%, 2008년 12.6%, 2009년 14.4%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면서 결혼 스타일과 젊어 보이는 동안 관련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 모습. |연합뉴스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면서 결혼 스타일과 젊어 보이는 동안 관련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 모습. |연합뉴스

실제 기아자동차 K5 돌풍의 비결은 젊은이의 감성에 맞춘 유럽풍의 디자인과 대형세단 및 수입차와 견줄 수 있는 편의시설을 장착한 데 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중형세단을 구입하는 데 경제적인 부담도 있었고,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주어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젊은 고소득층이 늘고 수입차 못지않은 편의와 디자인을 원하는 수요층이 있다는 점이 실제 통계조사 결과로 나타나면서 이를 적극 마케팅에 활용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형세단은 아니지만 준중형세단인 SM3의 돌풍도 마찬가지로 젊은층의 수요와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킨 제품을 출시한 데서 인기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SM3의 경우 기존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과 넓은 실내공간, 고급스러운 디자인 등 중형세단 못지않은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이라는 이미지와 감성을 제공한 점이 인기의 요인이다. SM3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6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웃도어=등산’이라는 공식을 넘어서 바이크 문화의 확산에 주목한 제품들이 올 상반기 아웃도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포화상태라고 평가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통계를 통해 등산 이외에 바이크를 즐기는 인구가 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한 발 앞서 관련 제품을 출시한 것이 인기의 배경이다.

‘아웃도어=등산’이라는 공식을 먼저 극복할 주인공으로 업계가 주목한 것은 바로 자전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중 자전거 가격은 21.3%나 올라 교통수단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2005년 1.4%, 2006년 0.9%, 2007년 3.4%에 머물던 자전거 가격 상승률은 2008년 22.7%에 이어 2009년까지 2년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대부분 수입제품인 자전거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나 친환경 교통 및 레저수단이자 건강을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바이크 문화의 확산에 따라 관련 제품이 상반기 아웃도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기본형 경량 바람막이 자켓’은 바이크 문화가 확대되면서 더불어 인기를 끈 상반기 히트상품이다. 올해 3월 출시된 기본형 경량 바람막이 자켓은 출시 후 6월 20일까지 1만9000여장이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된 9000여장의 2배 이상 판매된 기록이다. 특히 남성용 네이비색 자켓은 9364장이 판매되면서 단일 코드 제품으로 최대 판매 제품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측은 “레포츠 활동이 점차 생활 속에 밀접하게 들어오면서 아웃도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숫자 속에 담긴 여심을 보다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면서 차별화된 결혼 스타일과 젊어 보이는 동안(童顔)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히트 제품과 서비스에도 30대 이후 혼인의 증가와 여성이 연상인 결혼의 증가라는 통계 분석이 기초가 되었다.

[커버스토리]대박상품 탄생 뒤엔 ‘통계’가 있다

최근 통계청이 낸 ‘201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의하면 여성들의 만혼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28.7세로 2008년 28.3세보다 0.4세, 10년 전인 1999년보다는 2.4세 높아졌다. ‘초혼연령별 혼인’ 통계에서도 20대 여성의 초혼 혼인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30대의 혼인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경제력을 갖춘 30대 여성들은 결혼에서도 남들과 차별화된 스타일을 원하고 있다. 하우스 웨딩은 일반적인 예식장이나 호텔과 달리 저택이나 리조트, 게스트 하우스 등을 빌려 하객을 초대해 파티 형식으로 치르는 결혼식을 말하는데 지난 2005년 도입되어 올해 상반기에 크게 늘었다. 하우스웨딩 전문 컨설팅 업체인 B&G하우스웨딩의 이유미 대표는 “하우스 웨딩을 결정하는 예비신부의 평균 연령대는 보통 30대 이상”이라며 “점차 결혼하는 여성의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확인하고 성공 가능성을 점쳐 창업하게 됐다”고 성공 배경을 말했다.

하우스웨딩과 더불어 ‘동안 웨딩’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은 늦게 하지만 예식장에서 젊어 보이는 신부가 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골드미스들의 꿈이다. 화장법에서부터 헤어스타일, 웨딩드레스까지 젊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동안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웨딩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 여자가 연상인 커플이 많아진 것도 동안 웨딩 선호현상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23만6677건 중 여성이 연상인 혼인 건수는 3만3794건으로 전체의 14.3%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데 지난 1990년(8.8%)보다 5.5%포인트, 10년 전인 1999년(10.1%)에 비해서는 4.2%포인트 각각 높아진 수치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재혼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더 높아 지난해 재혼 3만여건 가운데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18.5%로 약 5쌍 중 1쌍 꼴이다.

동안 열풍은 화장품업계에도 이어져 노화방지 화장품이 더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늦깎이 신부들을 위한 동안시술 등이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도 늦은 결혼과 젊어 보이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통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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