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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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무인도. 인천에서 여객선으로 2시간 넘게 걸리는 연평도 인근에 위치한 그곳은 새들의 온전한 천국이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많았다.

인간과 충돌이 없는 새들의 고향 무인도.

인간과 충돌이 없는 새들의 고향 무인도.

천안함 사태의 후폭풍이 일고 있던 7월에다 북한 해주가 건너다보이는 곳에 갔지만 남북 사이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오히려 인간이 방해꾼이었다. 섬에 들어서자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괭이갈매기 무리들이 뒤섞여 하얗게 날아올라 머리 위로 지나갔다. 위협을 가하면서 텃세를 부리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관대해졌다.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고, 사진 찍는 것을 수용했다. 내가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다.

비행하는 저어새들.

비행하는 저어새들.

해풍에 시달려 키가 자라지 못한 나뭇가지와 억새풀포기 사이에 위치한 둥지 곳곳엔 갓 태어난 어린 저어새들과 어미 저어새가 함께 있었다. 알을 품거나 짝짓기를 하는 노랑부리백로의 모습도 보였다. 괭이갈매기 어미들은 갓 태어난 어린것들이 종종걸음으로 나다니는 것이 불안한지 분주하게 뒤따라 다녔다. 그 모습이 애틋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저어새 번식지로 강화 석도와 비도 각시바위 등이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처럼 저어새 번식지가 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둥지 속 어린 저어새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둥지 속 어린 저어새들.

노랑부리백로가 둥지에 알을 낳았다.

노랑부리백로가 둥지에 알을 낳았다.

노랑부리백로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노랑부리백로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이재흥<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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