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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직위제도 10년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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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전문가 채용 공직사회 경쟁 촉진…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 노력해야

개방형직위제도는 정부의 주요 직위 중에서 특별히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고, 해당 직위에 대한 인사를 할 경우 공개모집에 의한 선발시험을 통하여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중에서 해당 직위를 수행할 최적격자를 선발하는 임용방식이다. 신분보장과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 등의 이유로 경쟁이 충분하지 않아 조직의 생산성이 낮은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2000년에 처음으로 제도화하였다.

개방형 직위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는 평가다. 정부과천청사의 부처별 안내판. |서성일 기자

개방형 직위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는 평가다. 정부과천청사의 부처별 안내판. |서성일 기자

2010년 2월 자료를 보면 전체 고위공무원단 직위(과거 1~3급에 해당되는 고위직)의 20%에 해당되는 38개 부처 171개 직위가 개방형 직위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중 내부임용(해당 부처 공무원이 임용되는 경우)이 59%를 차지하고 있고, 외부임용은 40%를 나타낸다. 기관별로 보면 관세청, 국가보훈처,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병무청, 소방방재청, 외교통상부(주재관) 등의 경우 모든 개방형 직위가 부처 외부에서 충원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개방형직위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의 확대를 통하여 공직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개방형직위제도는 민간전문가가 정부의 주요 직위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공직 내 경쟁을 촉진하고 동시에 보다 넓은 인재풀에서 능력 있는 적격자를 선발할 수 있게 되어 적재적소의 인사를 가능하게 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외부 전문가의 충원을 통하여 공직이 다양하고 유연한 시각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정부가 사회 변화에 보다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공무원과는 다른 다양한 사회 경험과 교육 배경을 갖고 있는 외부 전문가의 유입으로 평생을 공공조직에서만 근무했던 공무원만으로 구성된 공직사회가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방형직위제도 도입 후 지난 10년간 공직의 개방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으나 최근 들어 외부 전문가의 임용률이 낮아지고, 인사운영의 유연성 부족 등의 이유로 각 부처의 인사 자율성을 제한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난 5월에 행정안전부는 우수 민간 인재 유치를 활성화하고, 부처 인사운영의 탄력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방형직위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최근 발표된 공무원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국장급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개방형직위제도를 과장급까지 확대하고 우수한 개방형 직위 민간 임용자의 경우 계약직에서 경력직으로 전환하여 중간관리층에 민간 전문가의 진입을 보다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자 선발 적재적소 인사 가능
개방형 직위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로 보인다. 국장급 이상의 직위는 분야별 전문성보다는 정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시각과 이해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분야별 전문가가 성공적으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한 보수 수준이 민간에 비하여 높지 않고, 계약직이 갖는 직업의 불안정성과 경력 관리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서 고위공무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간의 유능한 인재를 유인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과장급 직위의 경우 분야별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더 크다는 점과 과장급 직위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경력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경력관리 등의 면에서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되어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개방형직위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외부 민간전문가를 받아들이는 조직의 준비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나서는 한 직원의 모습. |남호진 기자

개방형직위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외부 민간전문가를 받아들이는 조직의 준비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나서는 한 직원의 모습. |남호진 기자

지금까지의 제도 변화는 유능한 인재를 용이하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방형직위제도가 경쟁의 촉진을 통하여 조직 성과를 높이는 주요 공무원 인사제도의 하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민간 전문가가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는 조직에서도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의 영입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 조직의 화합을 깨는 내·외부 간의 지나친 경쟁, 외부 전문가의 영입으로 발생하는 변화에 대한 기존 조직원들의 배타적인 태도, 그리고 단기성과에 대한 지나친 요구 등을 지적하고 있다. 즉 외부 전문가를 받아들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준비가 조직 내부적으로 충분하게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외부로부터의 변화를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부 공무원 사기진작책도 필요
이와 함께 내부 공무원에 대한 사기진작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내부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 민간전문가의 영입은 과거보다 내부 공무원이 갈 수 있는 직위의 수가 줄어드는 일이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경쟁 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내부 공무원들이 느끼는 안정감과 보상기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하거나 기존 구성원의 사기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불필요한 경쟁이나 낮은 사기는 모두 조직 성과 및 개방형직위제도 자체의 성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다. 새로운 보상기제와 경력관리에 대한 가능성, 외부 전문가의 유입으로 인한 조직 변화가 각 구성원에게 가져다줄 긍정적인 변화와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제시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기진작책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인사 관행의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인사제도의 근간인 계급제와 순환보직은 다양한 보직으로의 순환이동과 이를 통한 승진을 주요한 보상기제로 활용한다. 반면에 분야 전문가로 채용된 민간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한정된 분야에서만 일을 하게 되므로 순환보직에서 제외되어 결과적으로 기존의 구성원에 비해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외부 민간전문가도 자신의 전문성에 근거한 역량, 자질 및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인사제도의 보완이 요구된다.

이근주<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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