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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공무원 채용 개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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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료주의 타파 1종시험 폐지 검토…

프랑스 전문성 고려 맞춤형 선발

정부가 8월 12일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뒤 세계 각국의 공무원 채용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기치 아래 공무원 채용 시스템 개편을 추진 중이어서 한국과 좋은 비교가 되고 있다. 각국은 고유한 관료사회의 문화와 특성을 갖고 있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채용 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충원 채널의 다양화’ ‘공무원 사회에 경쟁 시스템 도입’ 등이 그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첫날인 2009년 1월 22일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첫날인 2009년 1월 22일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임용방법 다양화 경쟁개념 도입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과 관련, 가장 주목 받는 나라는 고질적인 관료주의 병폐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시를 통해 초급관리자를 선발하고 있다. 일본은 ‘인사원’에서 주관하는 1종, 2종, 3종 국가공무원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1종은 고시, 2종은 7급, 3종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해당한다. 1종 합격자가 말단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대신 빠른 승진이 보장된다. 보통 3년 이내에 계장급(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행정학회 회장인 김태룡 상지대 교수는 “일본은 관료사회의 폐해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면서 “한해에 2000명 정도를 선발한 뒤 각 부·성에서 원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는 방식으로 부처 배정을 하다보니 도쿄대 등 특정학교만 우대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관방성 같은 곳은 도쿄대 출신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라면서 “민주당 정부가 특수집단이 특혜 받는 상황을 막고, 보다 보편타당한 관점에서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2012년 시행을 목표로 채용 시스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영 강릉대 교수(일본어과)는 “채용시험 한번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일본의 관료사회”라고 말했다. 관료 우대 인사 시스템이 특권적 관료를 양산했다는 얘기다. 3급 이상의 일본 공무원 중 88%가 1종 시험 출신자다.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 행정고시 출신이 65%인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숫자다.

채용 시스템 개혁은 폐쇄적 관료주의 타파와 인사구조의 유연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집권당인 민주당 정부는 경직된 관료조직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1종 시험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신 업무영역에 따라 종합직(정책기획)·일반직(사무처리)·전문직으로 구분해서 국가공무원 시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 계장급 이상 직위의 고급공무원을 별도로 채용하기 위한 시험제도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공무원 임용방법을 다양화해서 공무원 사회에 경쟁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2007년 취임과 함께 ‘새로운 프랑스를 만들겠다’며 개혁적 정책을 펴온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주요 개혁 프로그램 중 하나가 인사개혁이다. 특권화된 행정관료 사회의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고위공직자 양성교육을 담당한 국립행정학교(ENA)를 통해 고급공무원을 대부분 충원한다. 문제는 ENA 출신 공무원이 특권 계층화됨으로써 파생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1945년 개교 이후 2004년까지 60년 동안 ENA 졸업생은 5334명이다. 이 중 현재 3200여명이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이다. 

ENA가 하나의 ‘거대한 세력’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또 ENA 입학생 중 서민층(Working class) 비율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것도 프랑스의 고민이다. 서민층 출신의 ENA 입학생은 1950년대 29%에서 2000년대 9%로 줄어들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2009년 9월 16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폐쇄적 일본 관료제도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2009년 9월 16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폐쇄적 일본 관료제도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사르코지 정부는 이런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문호를 넓히고 특혜는 줄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ENA 졸업등급제를 폐지했다. 졸업등급제란 공무원 임용단계에서 ENA의 졸업 성적에 따라 업무 부처를 선택하는 제도다. 이를 폐지하는 대신 적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선발 시스템을 도입했다. ENA 교육기간도 27개월에서 24개월로 축소하고 교육내용도 실무교육 위주로 전환했다.

물론 프랑스의 공무원 채용방법이 ENA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처별로 수시로 공무원을 채용하는데, 직종에 따라 3개의 카테고리(A, B, C)로 나눠 채용한다. 카테고리별로 A는 대학교육 이상, B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 C는 중등교육 수료 이상으로 학력 제한이 있다.

영국은 ‘내각사무처’가 갖고 있는 채용 권한을 각 부처로 위임하는 형식으로 채용 시스템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7등급으로 된 공무원 계급을 5단계로 단축하는 효과를 얻었다. 상위 5등급 계급을 고위공무원단(SCS)으로 통합하고 하위 6, 7등급 계급을 폐지했다. 급여체계 결정 권한 역시 각 부처에 위임했다. 한편 내각사무처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수 인재를 속진임용제(Fast Stream)를 통해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매년 300~500명 선발하며 경쟁률은 40~70대 1 정도 된다. 말단직원으로 임용되지만 4~5년 이내에 계장급으로 승진한다. 이후 몇 년 이내에 과장으로 구성되는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할 수 있다.

미국 고위직 외부인사 적극 영입
미국 고위공무원단은 우리나라의 개방형 임용제도의 모델이다. 개방형 임용제도의 취지는 고위공무원직을 하위공무원직과 구별하여 보수를 차등 지급하고,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함으로써 보다 공무원 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결원 공무원이 생긴 경우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채용한다. 계장급 중간간부 채용제도로 PMF(Presidential Management Fellowship Program)가 있다. 석사 이상의 우수한 인재를 대학교로부터 추천 받은 뒤 면접과 논술을 거쳐 계장급 간부로 임용하는 제도다. 매년 약 400명 이상을 선발하며 2년간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쟁률은 약 10대 1 정도로 인기가 매우 높은 편이다. 과장급 간부까지 비경쟁적으로 승진하며, 그 이상은 심사에 의해 승진된다. 과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NSF(New Senior Fellowship)를 통해 채용된다.

한편 세계에서 제일 정부 효율성이 높은 나라로 인정받는 싱가포르의 자랑은 다름 아닌 공무원이다. 싱가포르는 모든 공무원을 개방형 방식으로 뽑는다. 대학 졸업자 가운데 성적과 면접을 통해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고급공무원 육성 프로그램도 있다. 최우수 고교 졸업생에서 10명 정도를 선발, 해외 유학을 지원하고 나중에 사무관으로 특채한다. 공무원 보수는 연봉제다. 매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개인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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