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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3기 청와대 수석’ 콘셉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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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관·미래전략기획관·기획조정실 등 역할과 의미 눈여겨봐야

7월 16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박인주 사회통합수석,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MB정부 ‘3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_ 대통령실장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 정책실장 백용호 전 국세청장, 청와대 대변인 김희정 전 인터넷진흥원장,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박인주 전 평생교육진흥원장, 청와대 홍보수석 홍상표 전 YTN 경영담당 상무.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_ 대통령실장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 정책실장 백용호 전 국세청장, 청와대 대변인 김희정 전 인터넷진흥원장,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박인주 전 평생교육진흥원장, 청와대 홍보수석 홍상표 전 YTN 경영담당 상무.

2008년 2월 정권 출범 직후 류우익 체제, 2008년 6월 촛불집회 이후 정정길 체제에 이어 임기 반환점을 눈앞에 둔 2010년 7월에 임태희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역 안배에 신경 쓴 모습이고 연령대가 낮아진 점을 평가할 만하지만 “그게 전부다. 콘셉트가 뭔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수석·기획관급 인사의 경우 이전보다 약체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청와대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는지 알기 위해선 비서관급 인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상황이다. 이번 청와대 개편은 조직과 사람 양면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그러나 조직개편안과 인선 사이에 영포목우회·선진국민연대 파동이 벌어지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일부 인사 중량감 떨어져 ‘약체’ 지적
7월 7일 발표된 조직개편안에선 사회통합수석실의 신설이 눈에 띄었다. 국민소통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민원관리비서관을 산하에 두게 되는 사회통합수석실은 참여정부의 시민사회수석실과 사실상 같은 기구다.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사회 통합을 강화하도록 했다”는 설명이 뒤따랐고, 곧 박인주 평생교육원장이 선임됐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종교계 원로급 인사 7명의 추천서를 공개했지만 상징성과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경북 칠곡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이력은 ‘고소영’ 논란을 연상케 했다.

청와대는 사회통합수석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눈 밝은 사람들은 다른 자리에 주목했다. 이날 정책지원관, 미래전략기획관, 기획조정실 등 생소한 이름의 자리가 포함됐던 것.

미래전략기획관의 경우 과학기술비서관, 방송정보통신비서관, 환경녹색성장비서관을 거느리게 된다. 현 정부는 원자력 발전, 4대강 사업을 모두 녹색성장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통령이 역점을 기울이는 이 분야가 모두 미래전략기획관 소속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허가 문제도 소관 업무가 될 수 있다. 상당한 노른자위인 셈이다.

이 자리에는 저명한 여성 과학자인 유명희 교육과학기술부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이 발탁됐다. 과학자 출신을 선임해 달라는 과학기술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정책 조정 등 실무 능력은 사실 미지수다. 17대 의원을 지내고 18대 총선에서 친박 간판으로 나온 한선교 의원에게 패배하고 학교로 돌아간 윤건영 연세대 교수의 부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윤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회 경제2분과위원장을 지내면서 ‘이명박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힌 인사다.

정책지원관에게는 기존의 국정과제, 지역발전비서관이 배치되고 정책홍보지원비서관이 신설됐다. 정책홍보지원관은 4대강 사업, G2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한 홍보를 공세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적임자를 찾는 중이다. 금명간 결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자리는 왜 만들었냐”는 질문이 뒤따를 만하지만 인사기획관 자리도 신설 이후 1년 가까이 공석이다.

신설된 곳 가운데 앞으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이름이 왔다갔다한 기획관리실이다. 기획관리실 신설과 인선은 이번 청와대 인사의 막전막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다.

7월 7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은 “기획관리비서관을 기획조정실로 개편하고 업무 조정 및 국정 상황의 점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포목우회 논란으로 인사 꼬여
‘업무조정 및 국정상황 점검 관리’, 포괄적인 이야기지만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있던 시절 기획조정실이 재벌그룹의 심장 노릇을 했듯이 청와대 기조실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참여정부로 치면 국정상황실과 흡사한 조직이 된다. 초대 기조실장으로 유력한 인물은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주도한 정인철 당시 기획관리비서관이었다.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 정 전 비서관의 전임자는 바로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이다. 박 차장은 공석인 인사기획관으로 컴백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러나 청와대 조직개편안 발표 이튿날인 7월 8일 조선일보는 “정 비서관이 매달 한 번 서울 시내 모 특급호텔에서 시중 은행장, 공기업 CEO들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는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KT 이석채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이 참석 인사라는 것. 이들 가운데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야권으로부터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박영준 차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7월 9일에는 “정인철 비서관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면서 동아일보가 합류했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두 보수 신문이 선진국민연대를 정조준한 것이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은 “할 말은 많지만 담고 간다"며 사표를 냈다. 영포 라인의 상징인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에 이어 선진국민연대 청와대 라인의 대표격인 정 전 비서관까지 한꺼번에 정리가 된 것. 박영준 차장의 청와대 컴백도 함께 물 건너 갔다.

이후 “기획조정실 신설이 취소된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상황은 7월 15일 다시 반전됐다. 홍보수석으로 유력하던 김두우 메시지기획관이 기획조정실에서 이름이 바뀐 ‘기획관리실’ 실장으로 선임된 것. 수석급인 메시지기획관 자리에서 한 단계 낮은 비서관 직급으로 기용된 것이다.

정책지원관, 정무수석 물망에도 오른 김 실장이 홍보수석으로 옮겨가지 못한 데에는 ‘종편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중앙일보 출신인 김 실장을 홍보수석 자리에 앉히자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눈치가 보였다는 이야기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퇴진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물망에 오르기도 한 홍보수석 자리는 결국 홍상표 YTN 상무에게로 돌아갔다. 홍상표 수석은 지난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파동 당시에 ‘청부 취재’ 등 취재윤리 위반 문제와 관련해 보도국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2008년 두 번째 보도국장 재직 시 ‘구본홍 전 사장 낙하산 파동’ 속에서 노조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이력의 소유자다.

영포목우회 논란으로 일이 한 번 꼬이다 보니 조직 개편도, 인사도 다 꼬인 셈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백용호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믿고 맡겨 쓸 만한 사람이고 능력도 갖췄다”는 양호한 평가가 따르는 게 사실이지만 나머지 인선에 대해선 ‘죽도 밥도 아니다’는 평이 나올 만 하다.

따져보면 박재완 전 정책기획수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책통이었고, 박형준 전 정무수석도 이명박 정부 중도실용 기조의 입안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진석 신임 정무수석은 3선 의원이지만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을 거친 인물이다.

이회창 총재의 선진당 쪽과 보수대연합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도 한숨을 내쉰다. 인사 발표 직후 정 신임 수석의 일성은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 논란이 있지만)권력 사유화는 없다” “4대강 반대는 소수”였다.

이 대통령이 3기 청와대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선 이어질 비서관급 인선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윤태곤<프레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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