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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경·비효율·비합의 사업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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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광역단체장 등장 후 사업 참여 기업들 ‘관망 속 대책 마련 중’

야권의 새 광역단체장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이른바 ‘이명박식 삽질 중단’을 잇달아 선언하고 나섰다. 의정부에선 경전철 사업이 일시 중단됐고, 안산에선 돔구장 건설에 대해 백지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서울과 인천에선 서해비단뱃길과 아라뱃길 사업이 순탄치 않고, 제주에선 영리병원 도입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

지방 권력이 바뀌면서 건설 개발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의정부에선 경전철 사업이 일시 중단됐고(왼쪽), 안산에선 돔구장 건설에 대해 백지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오른쪽).

지방 권력이 바뀌면서 건설 개발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의정부에선 경전철 사업이 일시 중단됐고(왼쪽), 안산에선 돔구장 건설에 대해 백지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오른쪽).

중지 또는 수정되는 사업의 핵심은 반환경, 비효율, 비합의된 사업들이다. 각 기초자치단체는 각종 행정 지원이나 예산 등을 통해 중지 또는 수정한다는 방침이며,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지방선거 후폭풍이 하반기 경영 전략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환경 사업은 ‘친환경’ 리모델링
반환경적 사업은 친환경적 사업으로 리모델링되는 분위기다. 경남과 대전, 충남·북, 호남 등 4대강 유역 광역 지자체장들의 ‘4대강사업’ 반대의 흐름은 4대강을 넘어 서해비단뱃길과 아라뱃길 사업에도 확대됐다. 6월 22일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당선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해비단뱃길 사업에 대해 공사 중인 양화대교 철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5일엔 송영길 인천시장 등 30여 명의 수도권 지자체장, 광역의원들이 집단적으로 경인아라뱃길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인아라뱃길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2500억원을 투입해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까지 총연장 18㎞ 구간에 홍수피해 방지와 물류·관광 기능을 하는 운하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정부가 사업의 경제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운 운하 물동량이 과장된 데다 홍수예방을 위한 방수로 기능, 운하수질 문제의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현재 공정률 29% 정도로 내년 말 완공이 목표인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진행 여부가 기업들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총 6개 공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1공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컨소시엄(2공구), GS건설 컨소시엄(3공구), 동부건설 컨소시엄(4공구),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5공구), SK건설 컨소시엄(6공구)이 사업자다. 6개 공구로 나뉘다 보니 공사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턴키방식(설계·시공·시운전 등을 모두 마친 뒤 발주자에게 인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지난해 입찰경쟁이 치열했다.

참여 기업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경인아라뱃길의 재검토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이 29%인 데다 올해 말까지 터미널, 갑문, 교량 등 주요 공정이 진행되면 전체 공정률이 60%를 넘을 것”이라면서 “예산이 이미 반영돼 있어 개발에 참여한 기업들로서는 그리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서울 북부의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JDS사업’도 전면 재검토될 방침이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지난 2년 전부터 추진한 JDS 사업은 고양시 장항동·대화동·송포동 일대 2816만㎡(약 850만평)에 인구 30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얻기 위해 개발 관련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최성 신임 고양시장(민주당)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고양에 필요한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자족기능”이라면서 “예산 조달 방법도 불투명한 마구잡이식 개발보다 덕양 및 일산 지역의 균등한 발전과 문화·복지 부문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 한 공약에서 JDS 사업 예정지의 3분의 1을 ‘미술산업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최 시장은 킨텍스 호텔 건립 사업, 대곡역 주변 복합역세권 개발, 삼송 지구 브로멕스(첨단방송영상산업) 사업 등도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양시를 토목 개발지가 아닌 친환경 복지 주거지로 보겠다는 것이다.

앞다퉈 도입한 경전철 사업 ‘일단 멈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각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한 경전철은 ‘일단 멈춤’ 상태다. 우선 안병용 신임 의정부시장(민주당)이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의정부 경전철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장암동~시청~의정부경찰서~버스터미널~경기도 제2청사~송산동~고산동(총연장 11.1㎞)을 연결하는 내년 8월 개통 예정의 의정부 경전철 사업은 현재 공정률 65% 정도다. 그러나 안 시장은 노선 설계와 환승역 선정, 도시 미관과 주거환경 침해, 도심 구간의 고가 교량 방식, 운행수입 보장 조항 등을 들어 두 달 동안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중지 방침에 의정부 경전철의 민자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30년 동안 운영권을 갖고 있는 GS건설 측은 공사를 중단하면 하루 3억원씩 두 달 동안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여기에 기술자와 장비대여료까지 합치면 수백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공사 기간 지연의 원인은 의정부시에 있으므로 의정부시가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GS건설 측 주장이지만 의정부시는 “매년 5만명이 이용하더라도 의정부시가 300억~400억원을 보전해야 하는 최소운임수입 보장도 손 볼 필요가 많다”는 입장이다.

‘4대강사업’ 반대 흐름은 서해비단뱃길과 아라뱃길 사업에도 확대됐다. 사진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제20공구 경남 합천군 청덕면 합천보 공사 현장 |김세구 기자

‘4대강사업’ 반대 흐름은 서해비단뱃길과 아라뱃길 사업에도 확대됐다. 사진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제20공구 경남 합천군 청덕면 합천보 공사 현장 |김세구 기자

6월 25일 수도권 민주당 시장·구청장 당선자들이 김포시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 전망대를 방문해 수자원공사측으로부터 사업 진척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6월 25일 수도권 민주당 시장·구청장 당선자들이 김포시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 전망대를 방문해 수자원공사측으로부터 사업 진척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학규 용인시장(민주당)도 개통을 앞둔 용인시 경전철을 세웠다.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시운전했지만 개통 시기를 7월에서 10월로 늦춘 것. 문제는 승객 수요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당초 용인시가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에 따르면 양측은 하루 이용객을 14만6000명으로 예측하고, 실제 이용자 수가 예측수요의 90%(13만1400명) 이하인 경우 부족분을 시가 보전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용인시가 최근 전문 기관에 의뢰해 승객 수요를 다시 분석한 결과 하루 5만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버스전용차로 시행, 광역버스 운행, 통합환승체계 도입 등 여건이 변화하고 용인 서북부 개발이 지연되면서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시는 최근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산하면 사업자에게 30년 동안 최소 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수익 보전에 대한 재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용인시 경전철 민간 사업자는 에버라인이다. 이 컨소시엄엔 대림산업, 한일건설, 고려개발, 교보생명보험, 대한생명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 삼성생명보험,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이 들어 있다.

유영록 김포시장(민주당)도 전임 시장이 추진한 경전철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선거 때 공약한 ‘서울 지하철 9호선의 김포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최근 인수위 보고회에서 “경전철은 지난해 국토해양부로부터 기본계획 승인만 받았을 뿐 지금껏 구체적으로 추진된 내용이 없다”면서 “경전철의 추진 현황을 파악한 9호선 연장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포시의 경전철 사업은 진행이 모두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도 사실상 추진된 것이 없었다.

전임 시장들이 전격 추진하던 대규모 건축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김철민 안산시장(민주당)은 인수위 활동 결산 과정에서 “돔구장 건설이 지역 불균형 발전 등의 우려가 큰 만큼 경제성과 환경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시민 합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산시는 현대컨소시엄과 함께 2012년을 목표로 안산시 초지동에 돔구장, 스포츠센터, 테마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협상자 등에 대한 법적 문제가 있지만 안산시의 100년, 200년 이후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김철민 시장의 말이다.

강운태 광주시장(민주당)도 민자 유치를 통한 기존의 돔야구장 건설 계획을 무등경기장 축구장 자리에 개방형으로 신축키로 방향을 전환했다. 돔구장의 경제성이 불투명하고 반대여론이 많다는 것이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강 시장은 “1조5000억원이 투입된 1호선 교통분담률이 2%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2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2호선을 건설하더라도 분담률이 높아질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영길 인천시장(민주당) 또한 서구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설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이에 따라 국고 지원 등 재정 상황을 고려해 주경기장 신축 또는 인천 문학경기장 활용 등을 놓고 선택할 예정이다.

이해관계 주인·기업과 공방 예상
주민들과 합의되지 않은 사업들도 속속 뒤집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김태환 전 지사는 특별법 개정을 통해 서귀포헬스케어타운 등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우근민 신임 제주지사(무소속)가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사업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 지사는 인수위 활동 결산에서 신공항 건설 등 31건을 중장기 과제로 선정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카지노 추진 등 57건을 현안으로 제시하는 내용의 최종 활동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최대 현안이던 영리병원 허용은 보고서 정책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리병원 허용은 도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제주지역 시민단체는 “우 지사가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설령 도지사가 추진하더라도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개설 요건이나 절차, 대상 등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제주도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의 ‘사업 재검토’는 토목 일변도의 도시 개발을 점검한다는 좋은 명분이 있지만 기존에 투자한 기업들과의 공방과 함께 사안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 갈등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취임식장에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원안대로 추진하라’며 주민 100여 명이 시위를 벌인 것이 그 단면이기도 하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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