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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자비 참여 시정인수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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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 ‘대인천비전위원회’ 24시

인천도시개발공사 별관에는 ‘대인천비전위원회’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이 위원회는 도시개발공사에서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의 인수위를 가리킨다. 인천시는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8년 동안 행정을 이끌어 온 곳이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한나라당 소속 시장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 권력이 교체된 인천시 공무원들은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인수위를 찾아와 업무보고를 했다. 도시개발공사는 한동안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6월 22일 인천시 공직사회가 민주당 소속의 당선자를 맞이한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송영길 당선자 인수위를 찾아갔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도시개발공사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도시개발공사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공무원들 업무보고 순탄 마찰없어
송 당선자의 인수위 사무실에는 인수위원 60~70명의 열기로 가득했다. 인수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관계자, 국회의원 보좌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다양했다. 송 당선자가 야권 단일화를 통해 후보로 나섰고, 당선 이후 정책 협약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인사들을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인수위원들의 책상에는 인천시가 제출한 다양한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이 자료들의 대부분은 인천시 행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대외비’가 많다. 인수위원들은 인천시 행정 사안 가운데 대외비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수위원들과 개별적인 인터뷰가 금지된 이유다. 인수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요청해야만 했다.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호 전 의원이 인수위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김 대변인은 “국회의원을 할 때 ‘새벽 21’ 멤버로 송 당선자와 친하게 지냈다. 송 당선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치인”이라면서 “지난해 송 당선자가 도움을 요청해 흔쾌히 합류했다”고 말했다.

송 당선자의 인수위는 ▲시민소통위원회 ▲재정혁신위원회 ▲아시안게임위원회 ▲민생복지정책위원회 등 8개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인수위원장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꾸려졌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갑), 박종렬 2010인천지방선거연대 상임대표, 신용석 아시안게임 조직위 부위원장이 공동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인수위를 꾸려 간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인수위원들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을 한다. 퇴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한 인수위원은 “일이 끝나고 술 한잔 하는 게 소원이다”고 말할 정도다.

송 당선자의 하루는 인천시 공무원의 업무보고로 시작해 업무보고로 끝난다. 송 당선자는 업무보고에 항상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업무보고 자리에는 인수위원장과 인수위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업무보고는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되고, 기관들의 다양한 업무보고가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6월 22일 송 당선자는 도시개발공사, 도시철도건설본부, 인천메트로, 교통공사, 시설관리공단 등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오후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한 자전거도로 문제점을 직접 보기 위해 현장 방문이 잡혀 있었다. 송 당선자는 현장 방문을 통해 “지난해 1월 정부에서 650억원 조기 집행 요구에 따라 충분한 수요조사 없이 진행됐다”는 공무원의 실토를 받아냈다. 송 당선자의 일정은 분 단위로 짜여 있는 것처럼 쉴틈없이 진행됐다.
 
인수위 관계자들도 송 당선자의 일정을 쫓느라 쉬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 송 당선자 인수위와 대통령직 인수위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큰 차이가 존재한다. 대통령 인수위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 인수위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 상황에 따라 지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위원장을 포함해 인수위원들은 자원봉사 개념으로 활동해야만 한다. 당선자가 밥을 사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인수위원들은 식사도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인수위원들 식사비도 스스로 해결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인수위원들의 모습.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인수위원들의 모습.

인수위 서원선 대변인은 “인수위 활동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시간적으로 너무 짧다는 것이다. 자료를 받아서 검토할 시간이 별로 없고, 인천시 행정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자체장 인수위가 법적 근거가 없어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는 지자체장 인수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장 당선자 인수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률안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돼 있다.

인수위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공무원과 인수위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인수위에서 자료를 요청해도 공무원들이 법적 근거를 들어 자료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자료 요청에 대해 대외비라는 이유로 자료 제공 대신 열람을 요구해도 인수위는 따라야만 한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신학용 인수위원장은 인수위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인천시와 산하 기관의 재산 및 토지 매각 행위 일체 중지 ▲문서 및 관련 자료 파기나 위·변조 금지 ▲인사이동 자제 ▲인수위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 등을 인천시에 요청했다.

송 당선자 인수위는 공무원 조직과 별 문제가 없었을까. 인수위 관계자들은 “다행히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위원회 김재석 팀장은 “인수위는 공무원의 업무를 감사하거나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시의 업무가 단절없이 진행되기 위해 현황 파악을 하고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자료를 요청했을 때 공무원들이 회피하거나 기피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정혁신위원회 공용득 팀장도 “시정을 이어받기 위해 전임 시장의 자산과 부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것이 인수위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정책이나 예산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공무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송 당선자 인수위는 공무원 조직을 송 당선자와 함께 가야 할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다. 인수위 활동을 하면서 공무원과 마찰이 생긴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당선자 인수위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안상수 전 시장의 사업과 재정 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인천도시축전에 투입된 1400억원의 예산 자료가 부실한 것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 사업은 재검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인수위는 6월 24일 열흘 동안의 공식 활동을 마친 뒤 업무보고를 통해 발견한 행정·예산 문제를 정리한 백서를 낼 계획이다. 7월 1일 시장의 취임식을 앞두고 인수위는 6월 28일 해단식을 가진다.

<글·사진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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