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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인맥, 웬만한 친구보다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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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2인의 사용기, 정보 소통의 주요 창구로 활용

@hisfact 신수철 씨
“트위터 폐인이란 소리도 많이 듣지만 지금 직장도 트위터인맥으로 얻었어요.”

명지대 미술사학과 03학번인 신수철씨(27)는 @hisfact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열혈 트위터러이다. 신씨는 현재 포털사이트 야후코리아 ‘야후쇼’에서 트위터, 블로그 운영자로 네티즌들과 전화연결하고 토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신수철씨의 트위터 계정 모습.

신수철씨의 트위터 계정 모습.

“저야 서울에서 중위권 정도 되는 대학의 휴학생으로 ‘잉여’인력인 셈이죠. 하지만 트위터를 하면서 평소에는 접할 생각도 못한 유명인들과도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얘기도 하고 오프라인 모임도 가집니다.” 신씨의 현재 팔로어(신씨의 글을 따라다니며 보는 사람)는 약 1300명. 유명인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일반인에 비하면 적은 수도 아니다.

“솔직히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 웬만한 친구보다 낫죠. 힘들 때 트위터를 통해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박경림씨에게 뮤지컬 공연 티켓도 구하고 한번은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활동하는 트위터가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을테니 프로야구나 보면서 머리나 식히라고 플레이오프 티켓과 코리안시리즈 티켓도 줘서 스트레스를 확 풀었어요.” 신씨가 생각하는 트위터의 매력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피드백의 묘미다. “매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띠동갑이 두 번 돌아가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나이 차이를 못 느껴요. 내 생각을 표현하면 그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재미가 쏠쏠하죠”라고 말한다.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갖는 편이다. 트위터에서 공식적으로 오프라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 그때그때 서로의 관심사가 맞으면 모임이 만들어지고 참가 신청한 뒤 가서 즐기면 된다. 얼마 전에는 열혈 트위터 사용자인 MBC 김주하 기자의 제안으로 신촌 민자역사에서 월드컵 관련 모임을 했을 때 100여 명이 모였다. 신씨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거의 하루종일 트위터를 달고 산다. 방송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근하면 메신저 2개와 트위터를 습관적으로 접속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운데에서 유독 트위터가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 다른 이유는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인쇄 매체를 거의 안 봐요.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역전 당하는 것도 트위터로 알았고 어디에서 불난 거, 어디가 맛있는 거 판다 등등 뭐든지 트위터가 오히려 더 빠르니까요.”

트위터의 위력은 최근 선거에서도 증명이 됐지만 최근에는 자연재해 등 재난에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미국 지질조사국(USGS)보다 먼저 지진 발생 사실을 알고 소식을 전파했으며, 이란 대선 당시 대규모 시위와 사망자 발생 사실을 언론보다 먼저 알리는 등 ‘실시간 속보’ 능력을 톡톡히 과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소한 사례는 많다. 얼마전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근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나 소방차가 진입을 못해 투숙한 사람들의 위치를 못 찾아 갈팡질팡했을 때 누군가가 트위터로 정확한 위치를 전해 줘 투숙객들을 안전하게 구출한 사례도 있다. 또 가장 최근에는 한강에서 한 장애인이 인라인스케이팅 강습을 받다가 실종됐을 때 트위터로 장애인을 찾자는 리트위트를 계속 전해 3시간만에 그를 찾은 경우도 있었다.

신씨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선거 때 아는 분 선거운동을 하기로 되어 있어 차를 렌트해 아침에 출발하려고 할 때 차가 방전됐어요. 있는 돈 전부 털어서 기름을 넣었기 때문에 돈도 없고 해서 트위터로 SOS를 쳤는데 바로 윗동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자신도 점프선이 없어서 용산 이마트까지 가 점프선을 사서 도와 줬어요”라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만큼 베풀면서 살려고요”라고 웃었다.

@momoniki 심소현 씨
“이런 인터뷰가 이뤄진 것도 디지털 인맥 아닌가요?” 경남 마산에 위치한 ㈜아이비정보기술 웹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심소현씨(26)는 트위터뿐만 아니라 각종 블로그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형적인 SNS 세대다.

“기자에게 저를 소개시켜 준 친구(커리어에 근무하는 분)는 저의 디지털 인맥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이거든요. 동일한 관심사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친밀감이 형성됐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제는 단순히 관심사로 형성된 관계가 아닌 가까운 지인이 된 것이죠”

심소현씨의 블로그 화면.

심소현씨의 블로그 화면.

20대에 있어 SNS는 생활 그 자체다.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서 퇴근해 잠을 청할 때까지 그들의 정보 소통 창구는 SNS이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이러한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신입 사원들이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고 지인에게 온라인 메시지를 보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며 상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의 휴식 시간은 담배와 커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그들과 생각의 차이가 좀 크죠.”

요즘 젊은이들은 심씨 말대로 기성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생활 패턴을 보여 주고 있다. 심씨는 트위터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어 스터디 커뮤니티를 통해 주말마다 외국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스터디 모임에는 학생보다 직장인의 참여가 높은 편이다.

학교와는 달리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 관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친구합시다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비교적 쉽죠.”

취미생활로 즐겨 찾는 미술 전시회를 보고 나면 방문기 및 감상을 종종 블로그에 남긴다.

남긴 글을 보고 모 미술 전시회의 온라인 홍보를 돕기도 했고,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 미술블로거로 전시회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심씨에게 트위터는 블로그와 온라인커뮤니티에 이은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처이자 인맥의 바다다.

“트위터는 숨막히는 회사 생활에서, 나 빼고는 적(일지도 모르는)인 회사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종의 숨통을 틀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근해야 하는 날에는 ‘오늘 야근입니다 ㅠㅠ’ 또는 ‘오늘은 야간 자율학습 합니다 ㅠㅠ’ 라고 투정을 부리고, 투정을 부리면 팔로어들이 위로의 말을 날려 주기도 하고요. 참, 점심시간이면 그야말로 대박입니다. 회사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 가운데 나올 수 있는 건 다 나옵니다. 오늘 무얼 먹고 있는지 사진을 ‘발포’하거든요(보내거든요).”

심씨에게 있어 트위터가 만드는 인맥 관계의 친밀감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 구성원들보다 덜하지는 않다. “이곳에서는 당사자가 드러내지 않는 이상 성별, 나이, 이름, 소속 등은 일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순수 대화만을 주고받는 것이죠. 그래서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어서 역시 우리는 성별이 같으니까 라거나 이야기가 막혀서 역시 세대 차이가 난다거나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잘 통하면 정말 순수하게 사고 방식이 비슷할 뿐인 것이고, 이야기가 안 통한다면 사고방식의 차이일 뿐인 것이고. 모든 경계를 허물고 어느 누구와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요. 처음 나간 트위터 오프라인 모임 자리에서 한 친구가 저에게 모임을 이렇게 소개하더군요. ‘이곳은 모든 벽이 허물어지는 곳이에요. 나이, 성별, 직책, 신분, 관심사, 종교, 정치 등 모든 것을 다 초월하는 자리입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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