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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92조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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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동성애자 처벌 조항, 위헌제청 신청 계류중

군인은 동성과 성관계를 하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 인권 문제와 관련한 한국에서 쟁점은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게 되어 있는 군 형법 제92조를 두고 그어져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군 형법 제92조에 대한 위헌 주장 글을 보내 왔다. <편집자주>

군인은 동성과 성관계를 하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군 형법 제9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경향신문

군인은 동성과 성관계를 하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군 형법 제9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경향신문

6월 10일 헌법재판소. 군 형법 제92조에 대한 위헌제청신청(8군단 보통군사법원)에 따른 위헌판단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합헌 판결이 내려진 후 다시 8년만에 진행되는 위헌제청이다. 국방부 측 변호인과 법무관은 시종일관 “동성애 성행위의 비정상성과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군의 전투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20세기에 종식됐다고 여겨 온 동성애자의 ‘비정상성 논쟁’이 21세기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정신의학회가 정신의학편람(DSM)에서 동성애를 영구 삭제한 것은 1973년이다. DSM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질환 판단 기준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질병분류표에서도 동성애는 이미 삭제됐다.

군 형법 제92조가 논란이 되는 까닭은 이 조항에 적시된 다음의 문구 때문이다. “계간 기타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계간(닭의 성교)이란 용어는 동성애자를 비하할 뿐만 아니라 추행과 구별돼야 함에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동에 대해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군 형법은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 처벌함으로써 상대방과의 성관계를 가질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국민개병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화랑, 사무라이, 스파르타 등과 같은 군대에서 동성애는 금기가 아닌 권장의 대상이고 오히려 군의 사기를 높이고 결속력을 강화한 방법이 됐다는 것이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근대국가 출현 이후에도 동성애자 군인들로 인해 군의 사기와 전투력이 약화됐다는 근거는 알려진 바 없다. 한국과 같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스라엘, 독일, 대만 모두 동성애자에 대한 군 입대를 허용하고 있고 형사 처벌 대상도 아니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개인에게서 박탈하는 것이 우리 국가의 기본 가치를 위협한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문명화된 인간에게 다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기존에 있던 법적 기반이 사라졌음에도 법률이 과거에 대한 맹목적인 모방에 집착한다면 그 사회는 문명화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동성애자들의 존엄성, 평등권, 성적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국가형벌권을 남용하는 군 형법 제92조는 마땅히 위헌으로 판결돼야 한다.

관련 일지

1962년 군 형법 제정
※ 이후 13차례 개정을 거쳐왔지만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 형법 제92조는 계속 유지돼 옴

2002년 군 형법 제92조에 대한 헌법 소원
‘기타 추행’이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 소원. 합헌 결정

2006년 1월 국가인권위, 법 조항 가운데 ‘계간’ 부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반영돼 있다며 용어 정비 권고

2006년 4월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군 형법 제92조의 폐지 또는 개정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이후 백지화

2008년 8월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 간부 병사 추행사건 3인 재판부 군 형법 제92조 헌법 소원

2010년 6월 10일 첫 공개변론 열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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