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엇’이 있고 ‘어떻게’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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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여름이의 개울 관찰 일기><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

학교도서관저널과 「Weekly 경향」이 공동 기획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이 6월에는 어린이 과학·환경·생태 분야의 책 10권을 선정해 저자 인터뷰와 함께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문화기획]새 ‘무엇’이 있고 ‘어떻게’ 사는가

한 권의 논픽션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무엇’과 ‘어떻게’로 나누어 본다면 어린이 논픽션에는 ‘무엇’에 충실한 책이 많다. 그런데 그 ‘무엇’을 ‘어떻게’ 알아내는지 보여 준다면 그야말로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게 된다.

천둥거인에서 만드는 자연 관찰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여름이의 개울 관찰 일기:도시 하천에 사는 새들>(신동경 글·김재환 그림)은 경기도 의정부시 부용천과 중랑천에서 2년에 걸쳐 관찰한 결과를 일기 형식으로 만들었다. 

먼저 부용천 주변 풍경을 보여 준 다음 2월부터 12월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새와 식물 같은 자연과 개천 바닥 준설이나 자전거도로 설치와 같은 공사를 함께 기록해 자연관찰은 물론 한 동네가 겪는 환경 변화도 기록하고 있다.

관찰 대상은 새가 가장 많다. 짧은 기간에 한 서식지에 사는 새를 모두 관찰하는 것은 철새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게다가 새끼를 낳으면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떨어진 곳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그래서 책 뒤에 일 년 가운데 어느 시기에 어떤 새를 보았는지 ‘우리 개울에 사는 새 달력’을 일목요연하게 마련해 두었다.

새의 행동에 대한 느낌과 생각 담아
종류마다 새에 관한 정보도 상세하다. 생긴 모습,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점, 먹이와 번식 등 생태 정보는 물론 새의 행동에 대한 주인공 여름이의 생각 및 느낌을 본문과 그림 설명에 적절히 배치했다. 예를 들어 흰목물떼새의 크기를 아빠 손과 비교하고,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의 차이점은 얼굴만 따로 그려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하는가 하면 검은턱 할미새를 발견한 날에는 할미새 형제를 한꺼번에 그려서 서로 비교하도록 한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사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정보가 빼곡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여름이가 부용천에서 본 새에 대해 알아 가는 과정 없이 여름이 아빠가 모든 정보를 알려 준다. 한 권의 책으로 관찰하는 방법과 도감에서 찾아 보아야 할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편하기는 하다. 물론 자연에서 발견한 꽃이나 나무의 이름을 알아 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문화기획]새 ‘무엇’이 있고 ‘어떻게’ 사는가

그래도 새로운 동네에 이사 가서 처음으로 집 앞의 개천에 새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딸과 함께 조류도감을 펼쳐 그 새 이름을 확인하고 검은턱 할미새를 발견한 날, 할미새과의 여러 새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도 알려 주면 좋았을 것 같다.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참여해서 알아내는 지식이 기억에도 오래 남으니까.

이 책은 새에 대해 자연에서 관찰하는 태도나 방법을 알려 주지만 확인하는 방법은 생략함으로써 ‘무엇’에는 충실하지만 ‘어떻게’라는 임무는 절반만 수행한 셈이다.

그 방법은 조류도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개 도감은 판형이 크고 두꺼운데 비해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이우신·구태회·박진영 지음, LG상록재단)는 손에 쏙 들어와 탐조할 때 지니고 가기에 알맞다. 또 용어풀이와 새의 각 부분 명칭, 새 식별을 위해 자세히 관찰할 점, 관찰한 특징과 함께 생태나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찾고자 하는 새의 대상을 좁혀가는 방법 등이 있어 초보자가 도움 받기에 적합하다. 각 새에 대한 정보를 보면 어릴 때의 모습, 암컷과 수컷, 번식기와 비번식기의 깃털, 식별에 중요한 지점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준다. 이것은 사진이 아니라 세밀화로 그렸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언제나 모든 새를 식별하고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를 발견하면 여러 가지 특징을 잘 살피고 충분히 관찰함으로써 속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라는 조언까지 들려준다.

한 권의 책에 정보와 방법을 모두 담으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도감이야말로‘무엇’의 집합체다. 중요한 것은 책의 성격과 활용 방법을 판단하는 아이들의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다.

강은슬 <대구가톨릭대 강사·문헌정보학>

<여름이의 개울관찰일기> 저자 신동경씨
“자연은 알면 알수록 즐거움 주는 존재”

[문화기획]새 ‘무엇’이 있고 ‘어떻게’ 사는가

<여름이의 개울관찰일기>를 쓴 신동경씨(42)는 1인3역을 했다. 주인공 여름이로 나오는 초등 1년생 수빈이와 2년 동안 부용천과 중랑천에서 새를 관찰했고, 그 관찰일지를 블로그에 옮겼다. 또 책이 나올 당시 어린이책 출판사 천둥거인의 편집자로서 책을 직접 만들었다.

“의정부에 살 때인데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부용천을 아이와 함께 산책하다가 우연히 새를 발견했어요. 제가 원래 탐조를 좋아해 자주 가서 살펴보게 됐죠.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도시의 작은 하천에 그렇게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고,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흰점박이’란 이름을 붙여 준 꼬마물떼새 가족이었다. 봄에 부용천에 온 흰점박이는 장마가 오기 전까지 개울가에 알을 낳고 부화시켜 하늘을 날 수 있을 만큼 키운다. 여름이와 아빠는 새끼가 알에서 태어나 자라는 귀여운 모습, 어미새가 새끼를 보호하는 장면을 낱낱이 지켜봤다.

이곳에는 꼬마물떼새 가족뿐만 아니라 알락할미새, 물총새, 흰뺨검둥오리도 살고 있다. 또 쇠백로·왜가리 같은 사냥꾼들이 물고기를 잡아먹으러 오고, 겨울에는 삑삑도요와 꺅도요·청둥오리가 추위를 피해 북쪽에서 날아온다. 참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텃새들은 풀밭에서 풀씨를 먹으면서 살고 있다. 

주인공 여름이는 이렇게 많은 새들을 받아내고 키우는 개울을 ‘커다란 엄마’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 수시로 다니면서 지켜봤어요. 새들이 계절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 몸 속에 내장된 시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에 수빈이도 많은 새를 일일이 알아보고 반가워할 만큼 많이 컸지요.”

[문화기획]새 ‘무엇’이 있고 ‘어떻게’ 사는가

새들의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하천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새까맣게 얼굴이 타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오는 장면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렸다가 포기할 만큼 자연의 신비를 관찰하는 건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뜻밖의 일도 벌어졌다. 부용천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면서 새들이 알을 낳고 먹이를 찾던 모래톱과 풀밭이 사라진 것이다. 책에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함께 이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과정도 들어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도로가 생기면서 하천이 정비되고 깨끗해졌다고 좋아하지만 좀 지저분해도 소중한 생명이 사는데 필요한 곳이라면 그냥 놔두는 게 좋겠다”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공사가 끝난 현재 부용천의 생태계는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이 늘면서 신씨 부녀가 새를 관찰하던 2003~2004년 무렵과 많이 달라졌다.

2007년에 이 책을 펴낸 것을 계기로 그는 어린이 과학·생태 분야의 책을 쓰는 작가가 됐다. <물은 어디서 왔을까>(천둥거인)에 이어 <한반도 최고의 발견 공룡 X를 찾아라>(웅진주니어)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 가족이 부용천의 새들을 관찰하면서 몹시 즐거워했던 것처럼 자연은 당위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라 알면 알수록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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