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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호날두·루니의 ‘지존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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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 관전 포인트, 유럽국가 비유럽 개최지서 첫 우승 노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국 대표팀은 마지막 소집훈련이 한창이다. 팬들은 지구촌 축구 잔치에 벌써부터 설렌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대회다. 아프리카 상징색은 검은색. 모든 색깔이 섞이면 나온다. 남아공을 아름다운 검은빛으로 물들일 물감들은 무엇일까. 지켜볼 만한 선수, 나라, 경기, 기록을 정리했다.

지구촌 최고 선수는 

메시

메시

최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다. 탱고를 연상시키는 현란한 드리블로 한 뼘이나 큰 장대들을 어린아이로 만든다. 영리한 몸놀림은 없을 것 같은 공간을 창출해 낸다. 169㎝의 단신. 어릴 때 성장호르몬 이상으로 유달리 키가 작았던 소년. 그러나 그는 스피드와 기술로 작은 신체를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개인상이란 상은 싹쓸이했다. “메시는 예수와 축구한다” “메시는 외계인 같다”는 평가가 허언이 아니다.

지난해 메시처럼 2008년 개인상을 휩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도 스타 중 스타다. 폭발적인 스피드, 쏜살 같은 드리블, 환상적인 프리킥에다 여심을 흔드는 수려한 얼굴과 조각몸매까지 갖췄다. 포르투갈은 비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유달리 약했다. 그 징크스를 깨야 하는게 호날두의 몫이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는 웨인 루니가 있다. 축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기를 모르는 열정, 깔끔하고 정확한 슈팅력, 쉬지 않고 뛰는 체력에서는 원시축구의 힘이 느껴진다.

첼시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는 새로운 역사를 꿈꾼다. 역대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선수는 모두 유럽 또는 남미였다. 코트디부아르가 4강 이상만 오른다면 월드컵 최고 아프리카 출신 득점왕 등극도 꿈만은 아니다.

월드컵 최다인 6회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에는 ‘하얀 펠레’로 불리는 카카가 있다. 기량도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소년 같은 깨끗한 얼굴도 매력적이다. 수비수로는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를 주목하자. 중앙 수비수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인 작은 키(176㎝)를 영리한 플레이로 극복한 세계 최고 수비수다.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보여 줄 슈퍼 세이브도 기다려진다.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쓸 국가는 

호날두

호날두

스페인을 주목하자. 스페인은 월드컵 첫 우승에 도전한다. 세계 최고 선수들을 데리고도 월드컵 4위(1950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 울렁증’에서 벗어났다. 이제 월드컵 첫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임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유일하게 모든 월드컵 본선을 밟고 있는 브라질은 역시 영원한 우승 후보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들이다. 게다가 감독은 실리축구를 추구하는 카를로스 둥가 감독. 멋있고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공·수에서 균형 잡힌 밸런스, 촘촘한 조직력으로 이기는 축구를 하고 있다. 화려함 대신 실속을 택한 브라질은 더욱 무서워졌다.

녹슨 전차라는 오명 속에서도 큰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올린 독일은 토너먼트 왕자로 불린다.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를 네 번 해 모두 이긴 유일한 국가다. 멋없고 단순해도 골을 넣어 이기는 게 최고다. 다만 전력의 핵인 미하엘 발라크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게 치명적이다. 독일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는 강력한 수비로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 “공격력이 강하면 한 경기는 이길 수 있지만 큰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수비가 좋아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몸소 행하는 나라다.

반면에 네덜란드는 화려한 공격력이 장점이다. 쉽게 말하면 주워 먹는 10골보다 멋진 8골을 원한다. 네덜란드는 월드컵에서 준우승만 두 번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전도 기대된다. 다른 대륙 국가에 무척 부담스러운 날씨, 음식, 경기장 분위기 등 환경이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고마운 원군이다. 과거 아프리카 축구를 이끈 나라가 카메룬과 나이지리아였다면 지금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다.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거둔 최고 성적은 8강. 이번이 그 벽을 넘을 절호의 기회다.

놓치지 말아야할 빅 매치 

루니

루니

물론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잇달아 맞붙는 우리나라 조별리그 3경기는 절대 놓칠 수 없다.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그리스전은 백미 중 백미다. FIFA에서는 입장권 판매가 저조해 가장 인기 없는 경기로 꼽힌다. 그러나 이 두 팀의 목표는 모두 16강 진출. 서로를 제물로 여기고 있어 접전이 예상된다.

A조 남아공-멕시코(11일 밤 11시)전은 개막전이다. 남아공이 16강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가 가늠된다. 한국이 16강에 오르면 8강을 다툴 상대가 될 수도 있다. 남아공 축구를 상징하는 ‘부부젤라’라는 플라스틱 나팔이 뿜어내는 굉음도 쏠쏠한 볼거리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12일 밤 11시)전은 한국이 그리스전을 치른 뒤 상대할 두 팀 간 맞대결이다. 우리로서는 아르헨티나가 크게 이기는 게 좋다. G조 북한-브라질(16일 오전 3시30분)전에서는 북한이 이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하는 북한이 실점을 얼마나 줄일까, 단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을까가 궁금하다. D조 독일은 24일 오전 3시30분 가나와 맞붙는다. 힘과 유연성의 충돌이다. 가나 대표팀 수비수 제롬 보아텡은 최근 잉글랜드 FA컵 결승에서 독일 대표팀 주장 발라크를 다치게 해 월드컵 출전을 무산시킨 장본인이다. 둘도 그렇고 두 나라도 그렇고 감정이 상했다. G조 브라질-포르투갈(25일 밤 11시)전은 ‘원조 삼바’와 ‘하이브리드 삼바’ 간 대결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드로그바

드로그바

과거 18차례 월드컵은 수많은 기록을 낳았다. 주인공은 브라질과 독일이다.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 최다인 5회 우승국이다. 역대 최다인 7회 결승에 올랐고, 역대 최다경기인 92경기를 치렀다. 물론 64승으로 월드컵 통산 최다승도 브라질이다. 개인기록도 브라질 판이다. 역대 최다인 3회 우승을 맛본 유일한 선수는 펠레다. 역대 월드컵 최연소(17년239일) 골과 최연소(17년244일) 해트트릭도 펠레 차지다. 통산 최다인 15골을 넣은 선수는 호나우두. 월드컵 최다연승(7연승)을 일궈낸 감독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다.

브라질 아성에 도전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브라질, 이탈리아(4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3회 우승국이다. 월드컵 준우승은 네 번으로 가장 많고, 4강에 오른 횟수로 11회로 최다다. 독일은 브라질과 똑같이 일곱 차례 결승에 올랐고, 역시 브라질과 똑같이 최다경기(92경기)를 치렀다. 우승컵만 부족할 뿐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이전 18차례 월드컵에서 깨지지 않은 기록은 개최국이 대회마다 2라운드 이상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와 같은 조에 속한 남아공이 16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개최국으로서는 최초가 된다.

과거 비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은 여덟 차례다. 그런데 우승국은 모두 남미였다. 유럽은 준우승만 여섯 번 했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비유럽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유럽 국가가 된다. 월드컵 역사상 2연패를 한 팀은 브라질과 이탈리아로 똑같이 한 번씩 했다. 이탈리아가 남아공 월드컵을 제패하면 브라질과 같이 통산 5회 우승을 거두는 동시에 브라질도 못한 두 번째 2연패를 이룬다.

<경향신문 체육부·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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