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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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꽃바람> <이젠 비밀이 아니야>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입양’에 대해 생각할 때 국내보다는 해외, 공개보다는 가족 안에서 비밀리에 입양하는 경우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국내입양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입양의 시작이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전쟁고아와 혼혈아의 해외입양이었기 때문이며, 공개 입양을 꺼리는 이유는 핏줄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한국의 뿌리 깊은 혈연의식 때문일 것이다. 

[문화기획]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이야!

연예인 차인표-신애라 가정의 공개 입양이 이전보다는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불러왔지만 사회의 편견을 다 없애지는 못했다. 첫아들 정민이를 낳은 뒤 2005년과 2008년에 각각 4세가 된 딸 예은이와 7개월 된 딸 예진이를 입양한 차-신 부부는 “주위에 많은 분이 입양 소식을 듣고 선행했다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지만 입양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축하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들의 사례처럼 ‘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며, 입양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베푸는 행위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 함께 행복해지는 또 다른 형태의 가정이라는 인식을 지니게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동화 세 편을 소개한다.

<꽃바람>(이금이·푸른책들)에서 목장에 사는 중학생 정호는 우연히 부모의 대화를 듣고 자신과 동생 정빈이가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출한다. 찾아간 곳은 자신이 갓난아이일 적에 떠나온 천사원. 그곳의 아이들과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통해 정호는 자신의 아픔을 이겨 내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온다.

입양아들의 갈등과 성장통 극복
정호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혼란을 겪은 반면에 공개 입양을 소재로 한 네 편의 동화를 엮은 <이젠 비밀이 아니야>(유정이·푸른책들)는 입양의 기쁨이나 행복은 물론 고민이나 갈등까지도 진솔하게 보여 준다. ‘할아버지가 아니야!’는 공개 입양된 원재가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 주는 가족들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준다. ‘보라공주 은비’에서는 입양한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질투를 느껴 심통을 부리는 큰아이에게 아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해 준다. “너는 배 아파서 낳았고, 은비는 가슴이 아파서 낳았단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족이 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란다.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았어도 가족은 가족이야. 은비는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온 가족이란다.” 이것이 이 동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일 것이다.

입양가족을 더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문학동네)를 추천한다. 공개입양아 하늘이를 중심으로, 입양가족의 내부 갈등과 해소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 나간 작품으로, <완득이>로 유명한 김려령의 글이다. 의사인 부모와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살지만 ‘공개입양아’라는 꼬리표에 매여 답답함을 느끼는 소녀 하늘이.

‘너는 가슴으로 낳은 딸’이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하는 하늘이는 입양아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과 하늘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집착적으로 확인받고 싶어 하는 엄마와의 갈등을 호되게 겪으면서 가족은 운명으로 완성된 게 아니라 진실한 소통과 이해를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예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의 가족 형태가 많이 변화됐다. 대가족에서 점차 부부 중심의 핵가족이 되고, 편부모가정과 이중문화가정도 많아졌다. 우리가 ‘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으로 이뤄진다’는 인식 아래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를 다양한 가정의 형태로 볼 수 있을 때 이 사회를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가꿔갈 수 있을 것이다.

이수연 서울 난우초등학교 사서교사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의 저자 김려령씨
“가족은 진행형이면서 미완성 상태”

[문화기획]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이야!

작가 김려령씨(39)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우리 문단에 등장했다. 서른 넘어 소설을 쓰고 싶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그는 2학년 때 동화작가 황선미 교수의 권유로 아동문학으로 방향을 바꾼 뒤 2007년 한 해 동안 3개 문학상을 휩쓸었다. 연초에 <내 가슴에 해마가 산 다>로 제8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과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제3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은 뒤 연말에는 <완득이>로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면서 청소년문학 돌풍을 일으켰다.

“등단을 하고 뚜벅뚜벅 걸어 오늘까지 온 것이 아니라 어떤 강한 바람이 뒤돌아볼 틈도 없이 저를 훅 날려 오늘로 이동시킨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우리 청소년문학이 갖추지 못한 활력, 감동, 사회문제의식이 빠짐없이 들어간 완제품”(창비 청소년문학상 심사평)을 생산한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입양이나 혼혈가정 등 평범하지 않은 가족을 다루는가 하면 지난해 발표한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왕따’(집단따돌림)와 자살이라는 민감한 소재까지 건드렸다.

“글을 쓸 때 선택하는 소재는 민감한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미 다 노출됐는데 그저 모른 척할 수만은 없으니까요. 꼭 해야 할 이야기라면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입양 문제 역시 그가 오래 동안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한 소재였다. 김씨는 “오래전부터 가족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핏줄’이란 뿌리 깊은 의식으로 인해 왜곡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이런 시선이 서로 품고 노력하고 사랑하는 입양 가족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화기획]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이야!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에서 해마는 하늘이가 어렸을 때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수술을 받은 흉터다. 하늘이는 우연히 본 동물도감에서 울퉁불퉁한 해마를 보고 자신의 수술 자국에 해마란 이름을 붙인다. 아이는 또 혼자 있을 때 종이로 모형집을 만들어 마을까지 발전하는데 하늘이가 자신을 진짜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은데 화가 난 엄마가 마을을 망가뜨린 뒤 다시 하나씩 고쳐간다. 작가는 해마를 내면의 상처에 대한 상징, 종이로 만든 집은 노력하면서 끝내 완성해야할 가족의 상징으로 각각 사용했다.

“가족은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존재이면서 가장 잘 품어 주는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족은 탄생과 동시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 진행형이면서 미완성인 상태지요.”

김씨는 양부모의 사랑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늘이가 겪는 고통에 대해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가 오는데 이때 입양아들은 ‘나의 친부모는 왜 나를 버렸을까’란 질문과 함께 좀 더 아픈 혼란을 겪는다”면서 “그러나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하고 아름답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겨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등단 당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던 작가의 딸과 아들은 이제 고등학생, 중학생으로 자랐다. 엄마가 작품을 발표하면 읽기는 하는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쑥스러워 한다. 가끔 “완득이도 야자하기 싫다잖아”라는 식으로 등장인물을 빗대어 농담하는 정도다.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오가는 작가는 “동화는 태초에 주어진 순수한 마음에 방점을 두고, 소설은 삶의 도정인 생에 방점을 둔다”는 나름대로의 정의를 세워 놓고 있다.

김씨는 여전히 꼭 쓰고 싶은 동화와 소설이 있다. 올해에는 동화에 집중하면서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서평에서 힘을 얻고 반성도 한다면서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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