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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준공, 새만금 어떻게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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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없어질 생명체와 어민의 피해 줄일 해결책은

4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방조제 현장 준공식이 열렸다. 당일 KBS 저녁 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하던 기자는 흥분한 말투로 새만금 방조제를 “바다에 놓인 만리장성”이라고 말했다. 실상 새만금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필자의 걸음은 자연스럽게 새만금 갯벌로 향했다.

방조제 내측의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이 메말라가고 있다.

방조제 내측의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이 메말라가고 있다.

필자는 새만금 사업 초기부터 새만금 바다와 갯벌 일대를 찾아 ‘사실’들을 기록해 왔다. 안타까운 마음은 더욱 더했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를 완료한 이후 새만금을 찾을 때마다 희망의 소리보다 온갖 아픔의 소리와 비명이 들린다. 새만금 갯벌을 찾고 싶지 않지만 또다시 그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육상식물이 뒤덮은 ‘갯벌’
며칠 뒤 찾은 김제 거전갯벌은 길가 입구부터 육상식물들이 점점 갯벌을 침입해 들어가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했다. 무서운 생명력이다. 염생 식물들 사이로 싹이 트고 있는 실망초와 노란색의 유채꽃들이 보인다. 수로에 갇힌 배는 여전히 꿈적 않고 썩어가고 있다. 파릇한 식물들이 자라면서 이곳이 갯벌이었는지를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소금기가 남아 있는 곳에서 자라난 칠면초 새싹.

소금기가 남아 있는 곳에서 자라난 칠면초 새싹.

갯벌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메말라 버린 갯벌은 딱딱해져 차량이 드나들고 가루먼지가 날려 사막 같다. 어민은 보이지 않고 배만 군데군데 놓여 있다. 어느 배는 아예 물에 떠 있지 않고 메마른 땅 위에 비스듬히 놓여 있다. 바닷물을 많이 빼냄으로써 땅 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얼마나 바닷물을 빼냈는지 육지가 상당히 많이 드러나 있었다.

둥지를 튼 검은머리물떼새들의 경계음을 뒤로 하고 큰민가섬 정상에 오르니 얼마나 물을 빼냈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바닷물을 빼낸 상태에서 배수갑문을 닫아 놓아 물기가 있는 지역이 없다. 갯벌로서의 기능을 하는 지역이 없어진 것이다. 새만금 배수갑문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항상 배수갑문을 열어 놓고 자유롭게 해수 유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을 외측으로 빼낸 뒤 나흘 동안 수문을 닫아 놓고, 또 내측으로 바닷물을 들여보낸 뒤 나흘 동안 수문을 닫아 놓는다.

물가를 따라 늘어선 도요물떼새들도 먹이 사냥이 어려운지 부리만 갯벌을 연방 쑤셔댄다. 그러나 잡혀 올라오는 지렁이나 게는 거의 없다. 마침 한 마리가 먹이를 부리로 집어 올리자 주변에 있던 새들이 달려든다. 먹이를 뺏으려는 것이다. 먹이 찾기에 바빠야 할 시기에 아예 메마른 땅에 배를 대고 잠을 자는 새들도 있다. 월동지인 동남아와 호주·뉴질랜드에서 올라온 이 새들이 번식 장소인 시베리아, 알래스카, 중국 동북부 지역까지 가기 위해선 먹이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굶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변산 해수욕장은 모래가 깎여 나가고 경사면의 요철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변산 해수욕장은 모래가 깎여 나가고 경사면의 요철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곳 새만금 지역의 섬과 메마른 모래톱에서 번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들도 마찬가지로 먹이를 먹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어슬렁어슬렁 움직일 뿐 날아서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하얀 소금가루가 뒤덮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갯벌이 오랫동안 공기 중에 노출된 상태로 햇볕이 내리쬐자 이런 경관이 된 것이다. 마치 겨울철의 눈 내린 갯벌 모습 같다. 몇몇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풍경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참을 걸어 가니 어민 몇 명이 배 주변에서 무엇인가 작업하고 있다. 그물에 강한 수압으로 바닷물을 연방 뿌리고 있다. 작업하는 어민에게 물으니 “오랫동안 일을 못하다가 숭어 좀 잡으려고 며칠 전에 그물을 넣었는데 죽뻘이 달라붙어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더욱이 새끼 해파리가 엄청나게 많아 물고기는 만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해파리 퇴치에 나서면 돈을 준다니 그것이나 해야겠다”고 한숨 섞인 쓴웃음만 지었다.

추억으로만 남은 새들
어디서 날아오는지 2000여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날아와 멀리 물기가 남아 있는 갯벌에 내려앉는다. 덩치가 가장 큰 알락꼬리마도요와 큰뒷부리도요, 크기가 작은 민물도요·좀도요·왕눈물떼새·흰물떼새·개꿩들의 무리다. 작은 조개를 먹는 붉은어깨도요는 단지 100여 마리밖에 없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하기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 개체 수의 27%인 8만마리 정도가 찾아왔으나 겨우 이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혹시 좀도요 무리 속에 넓적부리도요 한 마리라도 있는지 망원경으로 뚫어지게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다. 이 새는 전 세계 개체 수가 2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극심한 멸종위기종이다. 10년 전에 옥구염전 앞 갯벌에서 20마리와 2년 전에 이곳 거전갯벌에서 8마리를 본 기억이 이제는 추억 속에만 남았을 뿐이다.

여전히 새만금 갯벌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기 위해 찾아온 도요물떼새들.

여전히 새만금 갯벌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기 위해 찾아온 도요물떼새들.

차를 돌려 어민이 가장 많이 사는 부안 계화도 포구로 이동했다. 어촌 풍경이 적막하다. 인기척은 별로 없고 한 노부부가 그물 손질에 바쁘다. “요즘 어업이 어떻냐”고 물었다. 말없이 손놀림에 바쁘다. 과거에는 이렇게 자주 그물 손질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예전에 어떤 어민으로부터 그물에 자꾸 물이끼가 끼고 작은 조개가 달라붙어 그물을 사용할 수 없어 자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참 있다가 재차 묻자 “형편없는 것이 말할 것도 없다”고 답한다. “다른 할 일도 없고 해서 일당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바지락이라도 잡는다”면서 “조개 잡히는 장소도 한정돼 있어 많은 어민이 달려들어 잡다 보니 이제는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한때 새만금 갯벌은 조개만 따져도 전국 생산량의 최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잡혔다. 더욱이 수입이 많은 백합은 거의 잡히지 않는다. 바지락만 잡히고 있을 뿐이다. 시화호에서도 방조제를 막은 이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새만금 지역의 어민들도 바지락 잡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후 죽은 넓적부리도요. 이 새는 멸종위기종 1급이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후 죽은 넓적부리도요. 이 새는 멸종위기종 1급이다.

어선에 오르자 한 어민이 조개 선별기를 수선하고 있다. 죽은 조개껍질이 너무 많이 올라와 선별기에서 1차로 선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도매상에서 이르자 아낙 5명이 낮은 의자에 걸터앉아 바지락 선별에 바쁘다. 도매상 사장의 말이다. “예전엔 배에서 조개를 가져오자마자 다른 곳으로 곧바로 팔아 넘겼는데 죽은 조개가 있어 일일이 선별해야 한다.” 그는 “죽어 썩은 조개 하나라도 섞여 들어가면 바지락 국물을 내기 위해 끓이다가 전체 국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면서 “신경 써서 하지 않으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선별 일을 하는 아낙들은 이전에 모두 직접 조개를 잡던 맨손 어업인이었다. 갯벌에 조개가 거의 나오지 않자 한 시간에 5000원씩 받고 선별 일을 하고 있다. 예전엔 하루 4시간만 일해도 5만원에서 많으면 10만원을 벌던 때도 있었다. 이들은 “바지락도 많이 잡히지 않아 선별하는 일감조차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 완료 후 죽어간 조개들.

새만금 물막이 공사 완료 후 죽어간 조개들.

모두들 흥이 나지 않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선별에 여념이 없다. 어업이 잘될 때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흥했다. 이제는 맨손 어업을 하는 어민은 거의 없다. 배를 이용해 펌프로 물을 쏘아 바지락을 잡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해수 유통을 하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잡지 해수유통도 안 한다면 이마저도 잡을 수 없다. 한 어민은 “올 가을부터 방수제 공사를 시작한다는데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인사하고 마을을 가로질러 계화도 살금갯벌에 다다랐다. 갯벌 초입에 만들어 놓은 포장 안에서 나이 지긋한 세 분이 앉아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글씨도 선명한 한국농어촌공사 모자를 쓰고 있다.

생계 위해 취로사업 나선 어민들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이후 어민들이 생계대책을 호소하자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이 대책의 일환으로 주민들을 환경감시원이나 쓰레기 분리 수거, 제방 풀 제거 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일당을 주고 있다. 주민으로서는 적은 돈이나마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일이다. 이 일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달만 일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한다. 마을 규모에 따라 따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마을당 2, 3명만 일한다. 수입은 한 달에 겨우 80만원 정도다.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변산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변산지역발전협의회 회장을 만났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 이후 해수욕장의 모래가 깎여 나가고 해수욕철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모래바닥에 움푹한 요철이 많이 생겼다”면서 “방조제 안쪽의 오염된 물이 방류될 때마다 해수욕장에 누런 거품 띠가 밀려와 행락객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어민들이 죽은 조개를 설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민들이 죽은 조개를 설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여러 관계 기관에 진정을 내 보았지만 주민들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하라고만 할 뿐 해결책은 전혀 없다. 그는 “전북도나 부안군에도 민원을 내 봤지만 새만금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그런지 전혀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완료 이후 위도, 곰소만, 서천 등 방조제 외측으로 광범위한 해양 환경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정부나 개발론자들이 말하듯 장밋빛 희망인가. 적어도 필자가 새만금 방조제 내외 축을 돌아보면서 확인한 것은 죽거나 사라질 뭇 생명과 어민공동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명한 해법은 없을까. 필자는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용기<전북대 새만금연구회 전임연구원>juy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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