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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진보 단일화 후보’ 파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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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지역에서 성공, 선거 무관심으로 홍보에 어려움

이번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가 몇 곳에서 승리를 할 수 있느냐다. 16개 시·도 가운데 대전, 충남, 경북, 제주를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진보 진영은 단일화 후보를 냈다. 보수 진영의 후보는 난립 상태다.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의 파괴력과 보수 진영의 후보 난립으로 “5곳 이상에서 진보 진영 교육감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5월 중순 보수 진영의 단일화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느냐에 따라 진보 진영의 득표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월 24일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 무상급식 확대 공약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3월 24일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 무상급식 확대 공약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진보 진영의 고민은 보수 진영의 후보 난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천의 단일후보 이청연 교육감 후보 선거본부 관계자는 “보수 진영 후보들은 단일화 움직임이 깨져 난립 중”이라면서 “선거 분위기가 없어서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진보 진영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보수도 공약 비슷해 차별화 한계
진보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호남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승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단일화 후보로 나선 전북 지역에서는 진보·보수 후보가 ‘MB 교육심판’이라는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상태다. 단일후보로 추대됐다고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김승환 후보 선거본부 김은혜 공보담당은 “서울과 이곳의 정서가 무척 다르다. 진보 진영이 결집하면 지지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모든 후보가 진보를 표방하고 있다”면서 “다른 후보들과 공약도 비슷해 진보단일 후보라는 프리미엄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역의 인맥에서 밀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공약의 차별화도 어려운 상태다. 이번에 서울 지역 보수진영 후보로 선출된 이원희 전 교총 회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기교육감 후보로 나온 보수 진영의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도 서민층을 위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무상급식은 이제 전국에서 진보·보수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차이는 ‘전면적 무상급식’이냐 ‘선별적 무상급식’이냐다. 모든 후보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은 누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으로 대표되던 ‘무상급식’이라는 진보 진영의 의제를 보수 진영이 채택하고 있는 것.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인 박종훈 경남교육감 후보는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한 언론과 시민의 관심이 거의 없다.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이슈가 되거나 논쟁이 되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4월 12일 2010유권자희망연대 회원들이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4월 12일 2010유권자희망연대 회원들이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진보 진영이 교육공약을 선점하지 못한 것도 비판을 받는다. 한때 서울 지역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종합정치컨설팅 화성그룹 오세제 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진보 진영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후보 단일화밖에 없다. 무상급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무상급식은 교육의 핵심이 아니라 복지 문제다. 경기도는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교육까지 이어지는데 다른 곳에서는 별다른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진보 진영은 공교육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진보적인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의제를 제기하지 못한 진보 진영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일화 후보 중 8명이 전교조 출신
보수 진영에서 내놓은 ‘반 전교조’ 슬로건은 예상보다 파괴력이 적다는 분석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고, 지역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호감이 좋기 때문이다. 12명의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 가운데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전교조 출신 후보들은 “전교조 출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반 전교조 의제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경기, 전북, 전남 지역은 대학 교수 출신의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1989년 초대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을 지낸 정만진 대구교육감 후보는 “보수 진영에서 전교조를 공격하는 것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보수 진영의 관건은 반 전교조가 아니라 보수 단일화”라고 설명했다.

[커버스토리]교육감 ‘진보 단일화 후보’ 파괴력은
[커버스토리]교육감 ‘진보 단일화 후보’ 파괴력은
[커버스토리]교육감 ‘진보 단일화 후보’ 파괴력은

전교조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선거법 때문에 전교조와 교육감 후보의 연대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전교조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 전혀 움직임이 없다. 법적으로 못하게 되어 있다”면서 “지금 검찰이나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지켜보는데 어떻게 움직이나”고 반문했다.

서울교육감 선거 분위기는 다른 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서울 지역에서 진보 진영 단일화가 주춤한 것도 진보 진영의 부담이다. 진보 진영은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단일화 후보로 추대했지만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가 단일화에 반발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세 후보의 단일화가 중요한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보수 진영 단일화는 예상보다 저조
보수 진영에서도 단일화 움직임이 예상보다 저조하다. 보수 진영의 단일화는 반 전교조 기치를 내걸고 있는 바른교육국민연합이 추진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이원희 전 교총 회장으로 단일화했지만 남승희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김영숙 덕성여중 교장이 단일화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았다. 진보 진영처럼 보수 진영도 서울교육감 후보의 단일화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 5월 7일 대구바른교육국민연합은 11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3명만 단일화 과정에 참여해 우동기 전 영남대 총장을 보수 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오세제 소장은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의 틀을 만들고 있지만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나이가 많아서 교육감 도전이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서울 지역은 한나라당에서 미는 후보가 있고, 오세훈 시장이 지지한다는 후보가 나오는 등 너무나 다양한 후보가 있다.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표율도 관건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여파로 인해 6월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 분위기가 전혀 뜨지 않고 있다. 정책과 인물 대결이 실종되면서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투표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진보 진영 후보들은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된다.

교육감 후보는 5월 13일과 14일 후보 등록을 하고, 마감 이후에 후보자들이 모여 번호 추첨을 하게 된다. 교육감 후보들은 이제 자신을 어떻게 알리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김현국 (사)정책연구소 미래와균형 연구소장
“진보 후보 알리기 어려워”

김상곤 경기교육감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어떤 인연인가.
“지난해 김상곤 교육감 당선 직후 취임 준비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미래와균형에서 재정과 교육 분야를 맡고 있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김상곤 교육감후보에 비해 다른 지역의 진보 진영 후보들이 눈길을 끄는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
“진보적인 교육감 후보의 공약을 보면 무상급식, 혁신학교, 비리 척결,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학교운영 참여 등 상당히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책이 비슷한 이유는 지난 1년 사이 우리 사회에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후보들이 진보 진영 후보와 비슷한 공약을 내는 것을 보면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반 전교조 기치를 내걸고 있다.
“보수 진영은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 2009년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늘 반 전교조 전략을 시도했다. 서울에서는 1% 차이로 성공했지만 경기도에서는 7% 차이로 실패했다. 이미 철 지난 전략인 것으로 증명됐다. 보수 진영은 희망을 주는 교육, 책임있는 교육을 원하는 유권자의 요구에 화답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동안 사용하던 특목고는 이미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약속을 하려면 부패 집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결 과제인데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전국 교육감 선거 판세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가.
“최근 여론을 보면 16개 시·도 모두에서 진보적 교육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문제는 누가 진보 교육감인지 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풀 수만 있다면 진보 측 후보가 많이 당선될 것으로 본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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