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위기 극복 ‘기특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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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불량한 자전거 여행> <나는 김이박 현후> <따로 따로 행복하게>

학교도서관저널과 <Weekly 경향>이 공동 기획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이 5월에는 어린이 문학 분야의 책 10여 권을 선정해 저자 인터뷰와 함께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족의 굴절과 해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부부는 이혼을 하면서 아이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괴로움을 주체할 수 없어 어긋난 행동으로 자기의 존재를 알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하고, 마음에 멍든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문화기획]가족의 위기 극복 ‘기특한 아이들’

<불량한 자전거 여행>(김남중·창비)은 부모의 갈등과 기대가 버거운 소년이 12일 동안 1,100㎞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모티브에 13살 아이의 자아 찾기를 풀어내고 있다. 아이는 삼촌을 따라 나선 힘든 자전거 순례 길에서 자신을 서서히 찾아 간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엄마 아빠에게 자전거 순례를 준비하고 부모 각자의 자아와 가족 찾기를 이루려고 한다.

아이의 엄마 아빠는 집 안에서 서로 그림자처럼 산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으려고 아빠가 거실에 있으면 엄마는 안방에서 나오지 않고, 엄마가 부엌에 있으면 아빠는 먹을 것을 먹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지금 헤어지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 편견을 넘어서는 재결합 가정
아이는 숨통을 끊는 듯한 이런 상황에 비명도 못 지르고 집을 나와 집안에서 사회부적응자로 낙인 찍힌 삼촌을 찾아간다. 삼촌은 고등학교도 못 나오고 변변한 직업도 없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삼촌이 운영하는 자전거 여행은 그냥 여행이 아니라 마음 치유의 순례 길이다. 갖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확인하고 자아를 찾아간다.

광주에서 시작해 구례·진주·부산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은 평탄한 길, 오르막길, 내리막길도 있다. 그리고 더위와 쏟아지는 비, 힘에 부친 일정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지만 자전거와 하나 되어 치른 여정은 마음을 맑게 만든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자전거 순례를 위해 은밀하게 작전을 짠다. 엄마 아빠가 함께 땀을 흘리며 자전거 순례를 마치고 나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가족을 지켜낼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마치 로드무비처럼 펼쳐지는 열 세 살짜리 아이의 성장기를 세밀한 심리 묘사와 안정감 있는 필체로 엮어 내고 있다. 해체되기 직전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소년의 노력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다. 재결합 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현후네 이야기는 재결합 가정의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으면서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요구한다. <나는 김이박 현후>(오시은·푸른책들)에 나오는 현후네 가족은 아빠 김규섭, 엄마 이미애, 동생 김민후, 나 박현후다. 아빠와 성이 다른 것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게 된 현후 엄마가 새 가정을 꾸렸기 때문이다. 새 아빠는 현후를 위해 이민을 결심하지만 현후는 가족 모두 싫어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가족의 이름으로 자기가 이해하고 극복하기로 결심한다.

<따로 따로 행복하게>(배빗 콜·보림)는 부모의 갈등을 ‘끝혼식’이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는 그림책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끝혼식’을 치러 준 아이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따로따로 아주 행복하게 살게 된다. 아이들 역시 두 집을 오가면서 두 배의 행복을 누리며 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과 시원스럽게 끝내는 방법이다.

이 책은 후자의 방법을 택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택한다. 이들 3권의 책에 나온 아이들은 가족의 위기 탈출을 부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아 나선다. 치열한 자기 싸움으로, 폭넓은 이해와 사랑으로, 기발한 재치로 가족을 지킨다.

박영옥·서울연지초등학교 사서교사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저자 김남중씨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부모가 행복해야”

[문화기획]가족의 위기 극복 ‘기특한 아이들’

작가 김남중씨(38)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16대의 자전거를 잃은 이상한 ‘기록’을 갖고 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그는 “내 자전거를 훔친 기억은 벌써 깡그리 잊었을 자전거 도둑 열 여섯 놈아! 잘 먹고 잘살다가 너희들 자전거도 도둑이나 맞아라!”라고 외친다.

전북 익산의 변두리에 살았던 그에게는 도시 아이들과 달리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넓게 펼쳐진 지평선 한가운데 조그맣게 보이는 교회를 목표로 5~6㎞를 달린 게 그의 첫 자전거 여행이었다. 점점 커가면서 그가 반 나절, 한 나절씩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반경은 계속 넓어졌다. 그의 성장 과정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자전거가 동화의 소재로 등장한 건 필연이었다.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부모가 행복해야 하는데 요즘 부모들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잖아요. 그럴수록 사회적 하중을 버텨낼 가족의 힘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가족이 서로 보듬어 주려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과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화기획]가족의 위기 극복 ‘기특한 아이들’

게다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주인공인 6학년 호진이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이로서는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 놓여 있다. 부모로부터 버려진다는 느낌 앞에서 자신의 소중함마저 놓칠 수 있다. 작가는 그런 아이에게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돌릴수록 마음속 우물에서 시원하고 달콤한 우물물이 두레박 가득 올라온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현재 광주시에 살면서 작품을 쓰는 그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과 자전거를 탄다. 얼마 전에는 녹색연합 소속의 자전거 동호인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산기슭의 말을 보면서 ‘인간이 말처럼 달리고 싶어 자전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떠올렸다. 인근 도시로 책과 관련한 강연을 하러 갈 때도 반드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비행기로 달리기에는 너무 좁고 금방이지만 자전거로 달리면 매우 넓고 아름답다”면서 “아이들에게 그런 공간감각을 전달하고 싶어서 일부러 자전거를 타고 만나러 간다”고 한다.

[문화기획]가족의 위기 극복 ‘기특한 아이들’

김씨는 지난해 발표한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이어 올해도 2종의 자전거와 관련된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권은 어느 산골마을에서 낡고 오래된 자전거로 벌이는 독특한 자전거 대회를 소재로 한 장편이고, 다른 한 권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꼬마가 자전거와 함께 소년으로 자라는 성장기의 에피소드를 그린 단편집이다. 그러나 ‘김남중=자전거 타는 사람’이란 공식이 생길까 봐 이 두 권을 끝으로 당분간 자전거에 대한 글은 쓰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2004년 동화 <덤벼라, 곰!>으로 제5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장편 소년소설 <기찻길 옆 동네>로 제8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창작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2006년에는 동화집 <자존심>으로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으며, 그동안 <황토> <들소의 꿈> <붕어 낚시 삼총사> 등을 발표했다.
동화작가로서 그의 지향점은 ‘아이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밖으로 뛰어나가서 놀았으면 좋겠어요. 많이는 아니지만 생채기도 나고, 아파 보고,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아이들로 컸으면 합니다. 어렸을 때 자전거 여행을 갔다가 배고프고 목마르고 거지꼴이 돼 돌아온 기억이 나요. 그런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살아갈 힘을 주는 ‘예방주사’라고 생각합니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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