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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자산동결 현대아산호 ‘폭풍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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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 조치 땐 금강산 투자 1조3400억 피해 불보듯… 현지 협력업체 손실 939억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 내의 정부 소유 부동산 ‘몰수’ 조치와 민간사업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동결’ 조치로 현대아산과 금강산 사업지구 내 민간투자 기업들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금강산관광 사업에 이미 막대한 돈과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입한 현대아산은 막대한 투자 손실로 인해 기업의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정도다.

북한이 금강산 내 금강산 면회소 및 소방서 등 정부 자산 몰수와 온정각·해금강호텔 등 현대아산 소유의 부동산 동결 조치를 실시, 12년 동안 공들여 온 금강산관광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이 금강산 내 금강산 면회소 및 소방서 등 정부 자산 몰수와 온정각·해금강호텔 등 현대아산 소유의 부동산 동결 조치를 실시, 12년 동안 공들여 온 금강산관광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4월 23일 “이미 지난 13일 동결시킨 금강산 내 이산가족면회소 등 5개 남측 부동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 부동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실제로 27일 몰수를 예고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소유 부동산 5건에 종전에 붙어 있던 ‘동결’ 딱지를 떼고 ‘몰수’ 딱지를 부착했다. 또 28일에는 금강산 내 12개 민간업체의 골프장과 펜션, 횟집 등을 동결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관계자들이 27일 현대아산을 포함한 31개 민간기업 46명이 긴급 입북해 입회한 가운데 진행됐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사업의 파트너인 현대아산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동결 조치를 단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1년여 동안 매출 손실만 2648억
남북경협 전문가인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상징적인 차원에서 정부 및 한국관광공사 소유 부동산을 몰수한 데 이어 민간 자산까지 동결했다는 것은 더 이상 남측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관광공사 소유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북측이 금강산 내 민간 소유 자산에 대해서도 동결에 이어 몰수를 결정할 경우 업체들이 입을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강산관광지구에 투자된 민간투자 총액은 3593억원이며, 이 가운데 현대아산이 2263억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북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는 현대아산의 경우 이번 동결 조치가 실제 몰수로 이어질 경우 12년 동안 공을 들인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999년부터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투자한 금액은 약 1조3400억원이다. 부두를 비롯해 수상호텔인 해금강호텔과 전력 등 부대시설, 편의시설인 온정각 등 현대아산이 직접 투자한 시설투자액 2269억원과 토지 및 사업권 확보금 4억9000만 달러, SOC 사업취득액 5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 이미 주력사업인 금강산관광이 2008년 누적총인원 195만5951명을 끝으로 중단된 이후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금강산 관광객이 34만8263명으로 가장 많았던 2007년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관광부문(1140억원)을 포함해 2555억원이었다. 그러나 관광이 중단된 지난해 매출액은 1144억원에 불과했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 이후 지난달까지 1년여 동안의 매출 손실이 2647억960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 4월 13일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문화관, 온천장 등 정부 및 한국관광공사 부동산 5곳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할 때만 해도 현대아산은 북한이 설마 민간자산까지 동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8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극적인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5개 항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비록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 금강산 피격 사건에 대해 사후 보장을 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세 가지 선결 과제(총격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요구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들이 보이지 않고, 이런 가운데 최근 천안함 사건의 화살이 북한으로 쏠리면서 정부도 강경 입장에서 물러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은 북한의 우리 정부 부동산 동결 조치 이후인 4월 21일 “현대가 열어 놓은 남과 북의 민족화해 사업인 금강산과 개성관광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현 회장이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악화 현정은 회장 속수무책

[경제]북 자산동결 현대아산호 ‘폭풍 전야’

현대아산은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이미 많은 고통을 감내해 왔다. 1084명이던 직원을 384명으로 40% 줄이는 것을 비롯해 임직원 급여 10% 삭감,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그동안 고통을 감내해 오며 고군분투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현대아산 측으로서는 북한의 민간 부동산 동결 통보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4월 23일 장경작 사장과 주요 간부 및 부서장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남북 당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북측은 부동산 몰수 및 동결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사장은 “금강산관광지구에 투자한 기업들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남북경협사업이 심각한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 만큼 우리 정부도 적극 나서 주기 바란다”고 절박한 심경을 피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현대아산의 이런 절박한 사정을 수용하기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긴장관계를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도 천명하지 않았고, 최근 천암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공격일 가능성으로 무게를 실으면서 국민 감정을 고려할 때 강경 입장에서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4월 27일 북한이 정부 보유 자산 몰수를 강행하자 정부는 북측의 향후 조치에 주시하면서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이와 같은 불법 부당한 조치를 취하는 데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와 함께 금강산 투자업체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지원 등 가능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실의 관계자는 “금강산사업 지구에 자산을 가지고 있는 민간기업은 현대아산 빼고 28개 업체”라면서 “현재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지원책은 손실 보상이 아니라 영업상 손실에 대한 지원 방안이다. 또한 금강산사업의 경우 현대아산이 독점권을 갖고 있어 현대아산과 협력업체가 맺은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현대아산뿐만 아니라 금강산에 1330억원을 투자한 다른 기업들과 동결과 몰수에 따른 관련 파급효과도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민간투자업체 영업손실 지원책 검토

[경제]북 자산동결 현대아산호 ‘폭풍 전야’

김영윤 사단법인 남북물류포럼 회장이 4월 28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흥사단 통일포럼 ‘금강산 관광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금강산 자산 몰수의 파급효과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외부투자 손실 규모는 관광공사·에머슨·농협 등이 투자한 편의시설 부문(1090억원)과 일연인베스트먼트·다인관광이 투자한 숙박 부문(160억원) 외에 식음료, 위락, 판매, 홍보부스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투자에는 정부가 출연한 금강산지구 면회소(550억원 추정)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발생한 관광인원 손실(68만6805명)로 인한 관광매출 손실은 현대아산이 2368억원, 현지 협력업체의 경우 939억원에 달했다. 관광 중단으로 강원도 고성군이 입은 지역경제 피해 규모도 제시됐다. 김 회장은 90여 개에 이르는 일반업소와 78개 납품업체가 총 13억6100만원에 이르는 월평균 판매 손해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해 북한이 겪을 외화수입 손실 금액도 제시됐다. 김 회장은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하면서 합의한 관광대금 전액(9억4200만달러)에 대한 미수금을 포함해 3867만달러(433억6000만원) 상당의 관광대가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그룹은 최근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4월 28일 외환은행 등 현대그룹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재무구조 평가에서 주요 계열사의 적자 상태가 심화돼 부실 계열사 정리, 부채 감축 등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채권단은 이에 따라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후보군에 현대그룹을 올려놓았다. 이런저런 악재가 겹친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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