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를 위한 ‘금리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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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저신용자를 위한 ‘금리 우대’

우체국이 시중은행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점이다. 전국 방방곡곡, 시중은행이 수익성 때문에 점포를 없앤 농어촌 지역에서도 서민들을 위해 돈을 맡아 주는 등 금융기관 역할을 한다. 이런 지역에서는 우체국이 없으면 예금·보험을 들려야 들 수도 없다. 우체국이 수익성만 추구할 게 아니라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요즘 이런 역할에 부합하는 서비스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사회 소외계층에게 특별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이웃사랑 정기예금을 내놓더니 올해 초에는 근로빈곤층의 위험 보장을 위해 ‘만원의 행복보험’을 선보였고, 얼마 전에는 저신용자를 위한 특별우대 적금을 출시했다.

‘우체국 새봄자유적금’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적금 상품은 보통사람을 아예 가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용이 7~10등급인 사람, 즉 신용카드를 쓰면서 연체를 여러 번 했거나 지금도 연체 중인 사람 또는 심각한 연체 경험이 있어 부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만이 적금에 들 수 있다. 이들에게 기본금리 3% 외에 연 7%의 특별우대금리를 줘 연리 10%를 보장해준다는 게 새봄자유적금의 골자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리 10% 예금상품을 어디가서 또 찾아볼 수 있을까. 우체국에서만 볼 수 있는 파격적인 금리 혜택이다.

여기서 “나는 몇등급이지?”하는 의문이 들 만하다. 보통의 직장인은 자신의 신용등급을 모른 채 지낸다. 이를 알아보려면 우체국 창구에 가서 ‘개인신용정보조회 동의서’에 자필 서명한 뒤 우체국 금융단말기를 통해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하면 된다. ‘7등급 이하’ 라 하면 문제가 매우 많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쉬우나 단기 연체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금세 7~8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인구 3667만명 가운데 407만명이 7~8등급이고 297만명이 9~10등급이다. 우리 주변의 704만명이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저신용자가 재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최소한의 돈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싼 이자로 돈을 꿔 주는 각종 대출상품이 나와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미소금융이나 희망홀씨대출이 그에 해당한다. 그러나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금융상품은 거의 없다. 우체국은 법에 의해 대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금에 비싼 이자를 쳐 주는 방식으로 도와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금리가 높으니 너도 나도 가입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 우정사업본부가 이 사업을 위해 내부적으로 책정한 예산은 20억원이다. 이 규모에 맞추려다 보니 1인당 300만원 한도에서 선착순 1만3000명에게만 판매하게 된다. 출시된지 1주일이 지난 4월 28일 현재 3720명의 저신용자들이 이 적금에 들었다.

지난해 9월에 나온 서민금융상품도 큰 인기다. 이웃사랑 정기예금·자유적금이라 이름 붙여진 이 상품은 기본이율과 우체국장우대금리에 이웃사랑금리 0.2%포인트, 우체국 거래 실적에 따른 보너스금리 0.2%포인트 등 최고 0.4%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같은 돈을 맡겼을 때 남들보다 이만큼의 이자를 더 쳐 주는 것이다. 그러니 재테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나 들고 싶다고 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한부모 가족,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다문화가정과 같은 사회소외계층, 장기기증자와 골수기증자, 5회 이상 헌혈자, 입양자 같은 사랑나눔실천자,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촌 주민 등 서민만이 가입할 수 있다. 출시 7개월만인 3월 말 현재 30만 계좌에 4조5802억원의 예금이 예치됐다. 계좌당 평균 1500만원쯤의 서민 돈이 우체국에 맡겨진 셈이다.

올해 초에 새로 나온 ‘만원의 행복보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소득층이 1년에 1만원만 내면 각종 상해위험을 보장하는 이 보험은 출시 넉 달도 안돼 가입자 2만명이 넘어섰고, 그 가운데 50여 명은 실제 상해를 당해 139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가기도 했다. 서민 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우체국의 모습은 고객의 기분을 흐뭇하게 해 준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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