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진짜 출세’는 삼성전자 임원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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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 최고 연봉에 플러스 α… 일부 고위급 스톡옵션 수십억대

지난 1월 20일 신라호텔 연회장. 삼성그룹의 신규임원 승진을 축하하는 만찬 행사가 삼성인력개발원 주최로 열렸다. 사장단을 대표한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의 축하 메시지 이후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건배사를 했다. “인사팀에서 써준 것이 있긴 하지만 차를 타고 오면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라고 운을 뗀 이 부사장은 마지막말에서 “임원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출세하셨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하고, 잘나갈 때 우쭐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해 박장대소(?)를 끌어냈다고 한다.

지난 3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4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4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전자 대표이사 연봉의 8배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3월 31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2009년도 사업보고서에는 임원에 대한 연봉 집행액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 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 가운데 ‘임원의 보수’ 항목에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에 대한 지급액으로 주주총회에서 승인한 550억원 가운데 총 431억원을 집행했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말하는 임원은 등기이사로서 상무나 전무 같은 통상 임원이 아니라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말한다.

물론 각자에게 돌아가는 보수에 대해서는 세부내역을 알 수 없지만 사외이사에 대한 보수집행액이 3억2900만원으로 1인당 약 6600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집행액 가운데 대부분이 실제로 사내이사 4명(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사회의장,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윤주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상훈 전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에 대한 보수금액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액면상으로 보면 사내이사의 1인당 평균지급액은 약 108억원으로,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연봉 100억원’시대를 연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이 수치를 단순평균해 사내이사에게 배분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2008년에 물러난 이건희 회장이나 윤종용·이학수 고문 등 이전 등기임원의 퇴직금이 해당 회계연도에 반영되지 않아 올해 임원보수에 포함됐다”면서 “이들의 퇴직금 규모는 약 3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이들 사내이사 4명에게는 모두 130억원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퇴직금의 집행 여부에 따라 개략적인 연봉을 추정할 수 있지만 300억원을 빼도 130억원이면 1인당 30억원이 넘는 액수다. 월급으로 치면 2억7000만원인 셈이다.

한국의 양대 전자업계의 하나인 LG전자의 경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전자에 비해 8분의 1 수준이다. LG전자는 사내이사 2명에게 총 26억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3억원 수준. 대표이사 남용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현 부사장이 대상자이다. 강유식 부회장은 지주회사 임원을 겸하고 있어서인지 LG전자 측에서 돈을 받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LG전자 대표이사보다 무려 8배나 연봉이 높은 셈이다.

삼성그룹 임원회의 모습.

삼성그룹 임원회의 모습.

삼성전자의 임원이 되면 연봉이 모두가 아니다. 천문학적인 연봉에 더해져 또다시 추가적인 ‘로또’가 기다리고 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그것이다. 삼성전자의 스톡옵션제도는 지난 2005년에 폐지돼 3년마다 장기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체됐지만 그 이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은 현 시점과 앞으로 몇 년이 행사 시기로 현재진행형인 ‘실질연봉’인 셈이다. 지난 3월 19일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삼성전자 주가는 80만원을 회복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덕분이다. 일반인이야 연봉만 바라보고 부러워하지만 주식가치가 올라가면서 스톡옵션 행사 때의 ‘대박’은 그들만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주식의 일정 수량을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사서 나중에 기업 가치가 상승해 주가가 올라갔을 때 팔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은 그 차액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니 사업 전망이 밝은 기업일수록 스톡옵션의 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스톡옵션이 일반화돼 있어 전문경영인들이 이를 통해 자신의 연봉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사장급 해외출장 땐 전용기 이용
2008년도 사업보고서와 2009년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과 그 행사 여부를 분석한 결과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2000년에 부여받은 1만8434주를 올해 초 만기와 함께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 1만주를 장내매도해 시세차익으로 52억원 정도를 챙겼다.(2009년 12월 31일 종가인 79만9000원 기준)

윤종웅 고문의 경우 2000년 3월과 2001년 3월에 부여받은 스톡옥션 각 10만주(총 20만주) 가운데 3만4774주를 올해 초 행사했다. 이를 장내매도할 경우 20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이학수 고문도 윤 고문과 마찬가지로 2000년과 2001년에 10만주씩 스톡옵션을 부여받았고, 18만9584주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최도석 사장과 김인주 사장 또한 2000년과 2001년 2년 동안 10만주씩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대부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15개 계열사가 최근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의 가치를 따져 보면 금액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가차익 규모도 총 8600여 억원에 이른다.

삼성의 이사가 되면 연봉도 연봉이지만 생활 자체도 ‘상전벽해’가 된다. 군인이 ‘별’을 달면 주변 환경이 33개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게 마련인 ‘기업의 별’ 임원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기업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대그룹 소속 기업의 경우 일단 별을 달면 부장 때에 비해 연봉이 1.5~2배 오른다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한 새내기 임원은 수년 전 한 언론과의 취재 과정에서 “신임 임원 교육을 받으면서 달라지는 것들이 70여 가지 된다고 하더라”고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서 ‘별’을 달면 연봉과는 별개인 성과급만 1억원 이상 받는 상무, 상무보도 허다하다. 또한 고급 승용차, 스톡옵션, 퇴직 후 관리 등 파격적인 혜택이 뒤따라온다. 대기업 부장과 임원은 직급상으로는 ‘한 끗발’ 차이지만 연봉과 누리는 혜택은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삼성전자에서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면 1억5000만~2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연봉은 아무도 모른다. 단순히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것만 가지고는 판단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상무보가 3년여의 기간을 거쳐 진정한 ‘별’인 상무로 승진하면 연봉은 2억~3억원으로 오른다. 전무급부터는 운전기사가 지원된다. 연봉은 보직과 실적에 따라 3억원에서 6억원 정도를 보장받게 된다. 부사장급의 연봉은 10억∼2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별 중의 별’인 사장과 부회장은 30억∼50억원의 연봉으로, 이쯤 되면 연봉이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에 이른다.

임원이 되면 얻게 되는 또 다른 혜택이 고급 자가용이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부사장 승진 32명, 전무 승진 88명, 상무 승진 260명 등 총 380명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 신규 승진 임원들을 대상으로 기아차 오피러스, K7, 현대차 그랜저, 르노삼성차 SM7, 쌍용차 체어맨 가운데 택일하도록 했다.

자동차만 제공되는 건 아니다. 고급차에 걸맞게 차량에 따라붙게 마련인 비싼 유지비도 회사가 내준다. 기름 값이나 보험료 등 기본 유지비는 물론 혼잡통행료나 고속도로 통행료 등 업무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 해외출장 때는 비즈니스석 항공권이 제공되고, 당연히 특급호텔에 묵는다. 영업 임원들은 골프장 회원권도 받는다. 사장급부터는 아예 출장을 갈 때 삼성 전용기를 타고 다닌다.

복지도 좋아진다. 부인과 함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포함해 최고급 코스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치과 진료 때에도 재료비를 제외한 전액을 지원한다. 심지어 교통사고나 한밤중 응급 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는 병원 응급실 전화번호도 받는다. 개인집무실도 임원의 직급에 따라 주어진다. 다만 임원 숫자가 워낙 많은 삼성에서는 상무보·상무급은 대부분 칸막이 방을 사용하고, 전무부터 실질적인 ‘독방’을 쓰게 된다. 물론 이들은 퇴직 후에도 몇년 동안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특별관리를 받는다.

삼성전자·LG전자 임직원
‘그것이 알고 싶다’

창립 40년만에 연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동시에 달성한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동 사옥 전경.

창립 40년만에 연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동시에 달성한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동 사옥 전경.

삼성전자의 임원 수(고문과 사외이사 등 비상근자 제외)는 2008년 말 782명에서 지난해 말 868명으로 늘어났다. 국내 전체 직원 8만5085명의 1.02%로,100명당 1명꼴로 임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최연소는 정종욱 상무(법무실 담당임원)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상무(해외법무담당)로, 두 사람 모두 1970년생이다. 그러나 이들이 변호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최연소 임원은 지난해 말에 상무로 승진한 미디어솔루션센터 홍준성 연구위원(1969년생)인 셈이다. LG전자의 상근임원 수는 2008년 말 250명에서 지난해 말 274명으로 10% 가량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단행된 임원인사의 적용 시기는 올해 1월1일부였다”면서 “이를 감안한 전체 임원 수는 280여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전체 직원 대비 임원 비율은 0.95%로 삼성전자보다 다소 낮다. 가장 젊은 임원은 1972년생인 데이비드 김 상무(사업개발팀),이진효 상무(법무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원들은 지난해 65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 3월 31일 양사가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각각 6780만원, 6382만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는 7.9년이었으며, 총 직원수는 8만5085명이었다. LG전자의 경우 성별간 연봉 격차가 2000만원이 넘었다는 것이 특이하다. 남자 직원은 총 2만4839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6702만원이었다. 평균근속연수는 9.56년. 여자 직원은 총 4715명이었다.이들의 평균 연봉은 4694만원, 평균근속연수는 5.02년이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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