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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로 여권 악재 ‘일단 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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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후폭풍’ 6월 지방선거 판세에 큰 영향 미칠 듯

4월 2일 열린 제28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 관련 안건이 긴급현안 질의로 올라왔다. 4월 7일부터 진행되는 대정부질문에서도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정부와 국방부의 대응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4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수색자 구조작업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영결식장을 찾아 고인의 영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수색자 구조작업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영결식장을 찾아 고인의 영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천안함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안함 정국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6월 지방선거의 판세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요즘 국회에서 “천안함 정국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정국을 강타한 일은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와 지난해 안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냐”고 말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폭로했고, 안 원내 대표는 “내가 조계종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이후 안 원내대표는 외압설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 비난 가라앉아
그러나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안 원내대표와 자리를 함께한 김영국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이 사실이라고 확인을 해 주면서 사태는 확산됐다. 그리고 안 원내대표가 명진 스님과는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해명한 것을 뒤집는 사진까지 나왔다. 1998년 명진 스님과 안 원내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된 것. 불교 신자와 불교 관련 단체들은 안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안 원내대표와 한나라당은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3월 26일 오후 9시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안 원내대표가 천안함 사건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안 원내대표가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단기적으로 천안함 사건이 여권의 악재를 덮고 가는 모양이 됐다”면서 “ 이 사건은 다른 어떤 것보다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반사이득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악재들이 폭발할 것인지 유야무야 넘어갈 것인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한나라당이 여러 악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처리 여부에 따라 잠복된 악재들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3월 31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한나라당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 사회가 천안함 사고 원인이 내부폭발이든 외부충격에 의한 것이든 어떤 식으로 규명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수습해 나갈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야당은 진상 규명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데 지금은 실종자 구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도 이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국가 안위와 관련된 일을 선거와 연관 짓는 태도는 아주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선거와 연관짓는 측이 있다면 국민으로부터 냉엄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나라당의 고민을 대변해 준다.

3월 2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중국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조기 귀국한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중련 합참본부 차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3월 2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중국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조기 귀국한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중련 합참본부 차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국방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 측은 “그동안 터진 여권의 악재가 잠잠해져도 천안함 사건은 집권 여당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안 원내대표가 지금 혜택을 봤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청와대 역시 천안함 사건의 원만한 처리에 따라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의 지연, 침몰 사건의 원인 규명이 갈수록 미궁에 빠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급락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침몰 사고 발생 직전인 3월 26일 51.1%였지만 29일에는 40%로 11.1%나 떨어졌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도 천안함 사건 이전에 비해 5.2% 하락했다. 이후 사건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 논란까지 벌어지면 청와대와 여당의 지지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봉은사 사건 등 여권의 악재가 터져서 여권에 대한 비판이 높은 상황이었다. 정권 견제론이 불이 붙을 때였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이 터져 한나라당이 숨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다소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천안함 사건이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층에게 정부의 국방 분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정부와 국방부의 대응도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고, 6월 지방선거 역시 힘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여당을 상대로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 특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제안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 당국이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을 보면 국민적 불신과 의혹에 대한 정부 스스로의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회가 직접 나서 정부가 밝히지 않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구조 작업이 우선”이라며 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각종 사건에 이어 천안함 사건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덮쳐 6월 지방선거 준비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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