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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마케팅 ‘밴쿠버 효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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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남아공월드컵·아시안게임·F1 등 국제행사 기업 후원 줄이어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연아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통한다. 인위적으로 연기하는 연예인과 달리 연습 장면만으로도 진실성이 돋보이는 스포츠 스타의 효과에다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정상의 상징성과 달리 그의 기록은 쉽게 잊혀진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폐막한지 보름 정도 지났지만 김연아가 세운 세계최고기록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마찬가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한 성적을 올린 선수단이 3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이팅하고 있다. 선수단 뒤편에는 후원 기업들의 로고가 빼곡하다. |연합뉴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한 성적을 올린 선수단이 3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이팅하고 있다. 선수단 뒤편에는 후원 기업들의 로고가 빼곡하다. |연합뉴스

삼성전자·현대차 ‘김연아 매출’ 급등
그러나 그가 등장한 CF는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가 화면 속에서 즐긴 음료와 식품, 전자제품은 대중의 뇌리에 여전히 ‘ON AIR’다. 대중은 김연아의 몸값에 놀라지만 그보다 더한 매출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은 조용히 웃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특수’에 따른 유·무형의 파급 효과가 커지고 있다. ‘피겨 퀸’ 김연아뿐만 아니라 쇼트트랙 및 스피드스케이팅 등에서 잇따른 금메달 획득에 힘입어 업체들은 매출 확대와 더불어 홍보 및 광고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 가운데 ‘김연아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하우젠’과 스마트폰 ‘T옴니아2’에 김연아를 모델로 쓰고 있다. 하우젠 광고에 김연아가 출연하자 경쟁사 대비 66%에 그치던 판매 경쟁력이 90%까지 올랐다는 것이 삼성전자 자체 조사 결과다.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광고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는 “김연아가 삼성 에어컨 사업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파트너 권리를 톡톡히 맛보았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의 상업적인 광고 활동을 금지하는 IOC 규정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의 삼성전자 광고는 계속된 것. 삼성전자의 마케팅 노하우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 직후부터 신문과 방송에 금메달 축하 광고를 싣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관련 이벤트를 통해 김연아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김연아를 등에 업은 하우젠 에어컨이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김연아의 공식 후원 기업인 현대차 역시 김연아 효과로 미소 짓고 있다. 올림픽 중계가 이어지는 동안 김연아가 지난해 9월 출시된 ‘투싼ix’와 함께 등장하는 ‘최고가 되는 길’이라는 주제의 캠페인성 광고를 내보낸 현대차는 광고 외에도 김연아의 올림픽 참가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 현지에서 대형 SUV ‘베라크루즈’를 제공했다. 김연아가 이동할 때마다 베라크루즈를 이용해 현지 언론과 주민들의 시야에 자연스럽게 노출한 것이다.

[경제]스포츠마케팅 ‘밴쿠버 효과’ 이어간다

제일기획 또한 이번 동계올림픽의 수혜 기업이다. 이번 올림픽으로 광고환경이 개선되면서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제일기획의 지난 1월 국내 방송광고 취급고 증가율(61.4%)은 국내 시장 성장세(35.2%)를 앞섰다”면서 “이는 대형 광고주 중심의 고객 포트폴리오와 신규 광고주 영입에 인한 것으로, 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으로 방송광고 취급고 급증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국내방송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SBS도 시청률 급상승과 함께 광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가전매장에서는 올림픽 기간에 대형TV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생생한 경기 장면을 좀 더 크게, 더욱 선명하게 보기 위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나타난 것이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40인치 이상 대형TV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이건희·조양호 스포츠외교로 주목
스포츠마케팅이 스포츠 스타만 모델로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기업 총수가 직접 스포츠 대회나 특정 종목을 지원하면서 기업의 브랜드를 높이기도 한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3월 3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오찬은 이들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대표 선수단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은 IOC 위원 자격,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유치위원장 자격으로 동석했다. 이 전 회장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시상자로 나서며 최근 몇 년 동안 불어 닥친 고난을 훌쩍 벗어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IOC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인 2월 16일 밴쿠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인 2월 16일 밴쿠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의 활동이 눈에 띈다. 대한민국이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면서 2018년 평창올림픽 유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평창올림픽 유치 공동위원장인 조 회장의 막후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것. 지난 2월 16일 캐나다 밴쿠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가진 대규모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적인 올림픽 유치에 나선 그는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삼성그룹 이 전 회장,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대한체육회장)과 함께 가장 주목 받는 경제계 인물로 떠올랐다.

또 조 회장은 2월 17일 밴쿠버 올림픽 선수회관에서 ‘피스 앤드 스포츠’(Peace and Sport) 대사로 임명되면서 세계 스포츠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피스 앤드 스포츠’는 비영리 국제단체로, 조엘 부주 국제 근대 5종 연맹 사무총장이 2007년에 설립했다. 현재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을 비롯해 국제 스포츠 관계자 9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한탁구협회장과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서 탁구와 관련한 다양한 국제적 프로그램을 마련해 세계평화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면서 “‘피스 앤드 스포츠’ 측이 요청한 대사직을 조 회장이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광고시장 3년만에 플러스 성장
국내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은 올 한 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6월 남아공 월드컵,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빅 매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 게다가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자동차 경주 ‘F1(포뮬러 원)’도 기업들에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좋은 멍석이다.

우선 6월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은 현대차와 KT, SK텔레콤 등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는 경기장 내 광고판을 이용해 전 세계 60억 인구의 눈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통신 라이벌인 KT와 SK텔레콤은 2002년과 2006년 당시의 응원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KT의 경우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이영표를 SK텔레콤 광고 모델로 뺏긴 것을 분풀이하듯 2011년까지 국가대표팀 후원 계약을 선점해 놓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오는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릴 F1은 LG가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의 장으로 벼르고 있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6억명이 시청하는 F1 방송을 통해 대회장 곳곳에서 LG 로고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경쟁을 보는 광고시장도 웃음 짓고 있다. 올해 국내 광고시장이 대형 스포츠마케팅 특수를 누리면서 3년만에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제일기획은 지난 2월 24일 ‘2009 총 광고비’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최대 9.9% 성장한 7조973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제일기획 미디어디자인팀 황학익 수석은 “월드컵 전후로 금융, 정보통신, 가전, 자동차, 항공, 서비스 업종 등 주요 광고주의 월드컵 특수 마케팅 활동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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