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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열풍· 대박심리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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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재테크 전파 앞장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의 충고

“착한재테크 교육은 ‘그 길로 가지 말고 이 길로 오세요’라고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은 없다’는 것을 밝히는 작업이다.” 착한재테크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기존의 재테크 논리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합리적 예산과 소비를 통해 착한재테크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착한재테크 교육과 상담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

합리적 예산과 소비를 통해 착한재테크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착한재테크 교육과 상담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투기를 강요하는 지금의 재테크 논란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패자이며, 부에 대한 공포는 현재의 행복을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 대표는 ‘10억원 벌기’ 열풍이 불던 2007년 <아버지의 가계부> 출간 이후 강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재무설계교육 사업체인 에듀머니를 세웠고, 에듀머니는 경제적 콤플렉스를 버리고 저축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을 실시해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2월 25일 마포에 있는 에듀머니 사무실에서 제 대표를 만났다.

‘착한재테크’라는 말은 생소하다. 착하다는 개념이 어떤 것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몇 해 동안 행복한 재테크란 말이 유행했다. 행복재테크라는 개념은 100억원 부자 만들기, 10년 안에 10억원 벌기 등 양으로 측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착한재테크는 가치 지향적이다. 기존의 재테크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면 착한재테크는 달성 가능한 목표를 찾아내고 그 목표를 위해 합리적으로 오늘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세상사람 모두가 100억원을 벌 수 있는가. 100억원 벌기 싸움에서 극히 일부만 그 목표에 도달하고 다수의 사람이 패자가 되고 있다. 못된 게임의 원리로 모든 사람에게 환상을 주어 몰아붙이고 있는 셈이다. 거기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 그 목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착한재테크다.”

착한재테크 상품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가.
“현재의 재테크 논리는 금융상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융권에 있거나 재무설계를 한다는 사람 대부분이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경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객관적일 수 없고 균형감 또한 잃는다. 착한재테크는 상품 선택이 아닌 소비 주도의 문제로 접근한다. 무엇보다 건전한 경제 마인드를 형성해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부자 열풍나 대박 심리를 극복해야 돈으로부터의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복잡한 금융 환경,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구체적인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착한재테크의 방향이다.”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부동산·주식 투자 열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집을 팔고 비슷한 규모의 집으로 옮길 때 과연 돈이 남아 있는가. 주택 가격 상승은 일반인에겐 비용 상승으로 작용하고, 기대심리를 좇다 보면 오히려 빚과 세금이 늘게 된다. 행동경제학의 ‘심적 계좌’에 따르면 도박으로 번 돈은 도박으로 쓰고, 투기로 번 돈은 투기로 쓰게 된다. 쉽게 번 돈을 지키려면 보편적인 심적 계좌를 뛰어넘는 의사결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쉽게 돈을 번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노동 소득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 생애소득과 당장의 소득 비교가 필요하다. 생애 전반에 걸쳐 꾸준히 벌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생애소득을 늘리는 것은 결국 직업의 연장이다. 내 인생에 공돈은 없다고 믿고 사는 게 더 행복하다.”

부의 확대는 모든 사람의 꿈이라 할 수 있다. 착한재테크로 ‘파이 키우기’는 가능한가.
“가능하다. 지금의 파이를 다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유지하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세금 폭등의 학습효과 탓에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만 이후 사회적 규제와 안전망이 상당히 구축됨으로써 과거와 같은 폭등세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또한 전세 기간 연장 시 상한선 규제와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려는 정부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구입 능력이 되면 상관 없지만 은행에 과도한 빚까지 얻어가며 너무 많은 부분을 집 하나에 올인하고 있지 않은가. 그로 인해 삶은 척박하고 무겁지 않은가. 자신의 생산성을 유지해 지금의 파이를 꾸준히 유효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착한재테크다.”

착한 재테크에는 욕망의 절제, 소비패턴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욕망에 대한 통제가 없으면 인생은 불행해진다. 하나를 사면 또 하나를 갖고 싶은 것이 소비의 함정이다. ‘신상’이라고 하는 신상품 열풍도 그것이다. 욕구를 좇는 것이 아니라 만족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소비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 사고 싶은 것을 목록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목록에 의한 소비결정이 없으면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기업이 팔고 싶은 것을 소비하게 된다. 신중한 소비는 소비만족감을 키우고 행복해진다. 욕구가 아닌 만족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우선 옷장을 열어 보라. 지난 1년 동안 입지 않은 옷들은 앞으로도 입지 않는다. 이를 비우면 집의 공간이 는다. 큰 집을 얻지 않아도 집 평수를 넓히는 방법이다. 존재하는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욕구를 창출하는 기업광고와 상업논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착한재테크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첫걸음은.
“일단 집안의 구조조정에 나서라. 냉장고 정리가 상징적이다. 대형 마트에서 1+1 기획상품을 보면 소비 충동을 느끼지 않는가? 냉장고를 가득 채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 선택 기준이 바뀐다. 음식으로 가득 채워 놓으면 유통기한을 넘기기도 일쑤고, 전기사용량도 크며, 냉장·냉동식품에 쉽게 노출된다. 옷장 등 수납공간도 줄여야 욕망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정수기나 비데 등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가전제품은 하나 둘 줄이는 것도 좋다. 실제로 그것들의 편리성에 비해 우리가 지불하는 대가는 상당히 크다. 소비 규모를 줄이면 저축 능력이 생기고, 목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대학등록금이나 이사자금 등 목돈을 마련하고자 부동산이나 주식 열풍을 좇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특히 예산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안 쓰기 위한 예산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필요한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자녀들이 부모의 실천을 강제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크다.”

현 시점에서 착한재테크를 실천하는데 있어 한계와 문제점은.
“IMF 이후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는 편향된 의식이 확대됨에 따라 무분별한 소비가 급증함으로써 가계 저축률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통장이 일반화될 정도로 잘못된 소비가 급증했다. 건전한 소비, 계획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소비, 친환경적이고 능동적인 소비 의식 교육이 절실하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착한재테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을 보면 상품 판매 위주의 중개인들이 존재한다. 금융업이야말로 강력한 윤리적 기준을 들이댈 필요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착한 재무설계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상품 중개 수수료 없이 적극적으로 재무설계를 해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국가가 키워야 한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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