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파격 뮤지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뮤지컬 <컨택트>.

뮤지컬 <컨택트>.

새로운 콘텐츠의 발굴은 흔히 선입견을 거부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생각이 한정되고 상상이 제한되면 그를 통해 만들어질 물건도 ‘뻔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연한 발상과 열린 사고는 새로운 가치를 잉태하는 바탕이자 기본이다.

신년 들어 반갑게도 우리 뮤지컬계에 이런 발상의 전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록 창작물은 아니지만 예전 같으면 만나기 힘든 무대여서 즐겁고 재미있다. 특히 뮤지컬 하면 으레 연극의 파생 장르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겐 놀랍고 별스런 체험이 될 것 같아 흥미롭다.

얼마 전 막을 올린 뮤지컬 <컨택트>는 그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한 파격의 작품이다. 이른바 댄스 뮤지컬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아크로바트, 발레, 스윙 재즈 댄스 등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특이한 점은 뮤지컬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롭게 작곡된 음악도 없다. 그저 옛 선율을 활용한 무대에서 오직 춤으로 이야기하고 몸으로 의미를 전달할 뿐이다. 뮤지컬이라 부르기에 다소 어색할지 모르지만 엄연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세계적인 공연시장에서 흥행 뮤지컬로 인정받았다. 현대 사회에서 엄격한 예술의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며, 뮤지컬은 ‘열린 형식의 상업적 무대 예술’의 통칭임을 알린 기념비적 무대다. 국내 소개가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고루하고 경직된 일부 예술가들에게 자극이 될 것 같아 관심을 모은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여름에 개막 예정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춤을 빼고 이야기하기 힘든 근작 흥행 뮤지컬이다. 원작인 영화가 워낙 무용수를 꿈꾸는 소년의 성장 스토리인 데다 무대화가 이뤄지면서 춤을 만끽하는 재미가 극대화된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10살 남짓의 배우가 주인공인 탓에 공연을 올리는 문화권마다 어린 예술가들을 발굴해 내는 것도 인기 요인이자 관심거리다. 우리말 공연이 찾아낼 차세대 스타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내한할 아일랜드 댄스 뮤지컬 <리버 댄스>도 기대를 모으는 파격의 무대다. 양 팔을 몸에 밀착시키고 발 박자에 맞춰 춤추는 스텝댄스가 일품으로, 유사한 제목의 파생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흥행 뮤지컬이자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 예술상품이다.

문화산업에서는 ‘엉뚱한’ 천재의 등장이 진보를 가져오고, 곧 산업의 팽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움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유행을 잉태하고 시대를 창조하게 마련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부닥쳐 충돌해야 비로소 그 가치와 의미는 인정받게 된다. 새해 우리 무대에서 만날 파격의 뮤지컬들이 그 역할을 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발상의 전환이 비단 예술에서만 필요할까. 파격과 도전은 늘 진화와 진보를 불러온다. 다른 사회 분야, 특히 우리 정계나 재계에서도 올해 이런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파격의 신년 무대를 보며 꿈꾸게 되는 요즘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시사와 문화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