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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는 패배” 여야, 5대 현안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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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초미관심… 예산·법안 일방처리 파문에 4대강 사업 논란 여전

2010년 1월 1일 새벽까지 예산안과 노동관계법 처리로 극명하게 대치했던 여야가 쉴 틈도 없이 새해 벽두부터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에 나서고 있다.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와 중진들이 1월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단배식을 거행하고 있다. | 경향신문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와 중진들이 1월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단배식을 거행하고 있다. | 경향신문

 
통상 1월 정국은 ‘정치방학’으로, 2월 임시국회 때까지 휴식기였다. 그러나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난제들로 인해 여야는 다시 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여야 앞에 기다리고 있는 5대 난제는 ▲예산안·노동법 단독처리 후폭풍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등이다.

우선 여의도에서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예산안·노동법 단독처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2010년도 예산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또 새해 예산안 및 노동관계법 강행 처리와 관련해 회의장 내 질서문란 행위를 금하는 국회법에 따라 김형오 국회의장과 심재철 국회 예결위원장, 김광림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야당이 법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직권상정제를 폐지(예산안에 대해선 예외 적용)하고 법안 자동상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회 선진화 법안 7건을 제출했다.

뭐니뭐니해도 여야의 사활을 건 싸움은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는 1월 11일 이후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수정안은 정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삼성전자, 한화 등 기업과 대학·연구소 이전을 골자로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이명박)는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이에 대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우호적인 여론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충청권 찬반 여론이 5대 5만 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민주당 등은 예산정국에 이어 세종시까지 밀릴 경우 더 이상 설 땅이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종시 성패는 이명박 정부의 중가평가 성격이 짙은 ‘6·2 지방선거’와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여야는 물고 물리는 혈투를 치러야 할 처지다.

한명숙 전 총리 서울시장 출마 시사
이와 함께 더욱더 관심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박근혜) 의원들이 세종시 문제를 놓고 이 대통령과의 정면 승부를 택할 것이냐다. 결과에 따라서는 세종시 수정에 총대를 멘 정운찬 총리나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 둘 가운데 한 명은 상당한 ‘내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표와 친박계는 ‘원안 플러스 알파’를 주장해 온 만큼 수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수정안 발표 이후 한나라당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엄밀히 말하면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반응 강도에 따라 한나라당 명운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 타협 또는 양보 불가 입장을 밝힐 경우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은 쪼개질 수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정치·사회조사팀장은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강한 입장을 표명하기에 앞서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 “조기 전당대회 참여 문제, 지방선거 전략 등 정치 전반에 대한 구상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월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월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과 그의 서울시장 출마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심리가 상반기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과정은 지방선거와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 전 총리 측은 담당 재판부에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과 친노 진영은 검찰의 표적 수사로 인해 핍박 받는 한 전 총리를 더욱 부각시키는 반면에 한나라당은 법을 어겼다는 점을 내세우며 ‘한 전 총리 흠집 내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 23일) 직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과 ‘노 전 대통령 1주기’와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그동안의 두문불출을 접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던 그가 출마를 결심한 것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비리 수사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도 진행형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계속 홍보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주요 정책이슈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국회는 4대강 사업 예산으로 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환경부 등 3개 부처의 2010년도 예산 4조8602억원을 통과시켰다. 정치컨설팅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유일한 길은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요구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4대강 사업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의 토대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차기 대권 후계자로 하여금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하게 함으로써 (이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프간 재파병 문제 2월 정국 쟁점화
마지막으로 아프간 재파병 문제도 2월 정국을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지난해 아프간 재파병 동의안 처리를 올 2월 임시국회로 미뤘다. 2월 임시국회는 아프간 파병을 놓고 여야 간에 찬반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4당은 “한나라당이 ‘아프간 전투병 재파병 동의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논쟁의 핵심은 우리 군과 민간인의 안전성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에 아프간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7명이 사망하는 등 아프간 상황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프간에서의 미군 사망자는 304명으로, 2008년의 151명보다 2배가 늘었다. 이와 관련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아프간에는 국익 차원에서 (병력이) 가는 것이고, 피해가 있다고 철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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