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봄가뭄 해결에 ‘인공 눈’ 예산無, 지원無, 관심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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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2010년 인공강우 연구예산 고작 3억…

중국 1000억, 일본 30억 투자

국내 ‘인공 눈’실험방법 가상도.

국내 ‘인공 눈’실험방법 가상도.

고질적인 봄 가뭄의 해결 방안으로 ‘인공 눈’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 눈은 ‘없는 물을 만들어 내는’ 첨단 인공강우 기술의 결과로, 구름은 있지만 응결핵이 적은 곳에 인공 ‘구름씨앗’을 뿌려 인위적으로 눈을 내리게 하는 것. 세계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나라는 모두 37개국이다. 2009년에 여섯 차례 실험에서 두 번 성공한 우리나라는 이제 막 첫걸음마를 뗀 상태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 도입과 연구 환경 개선으로 인공강우 조절 능력을 키워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대한 물 부족 걱정을 덜고 기상 예측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수량 1㎜ 늘면 최대 2000억원 가치
2009년 11월 중국 베이징에는 두 차례에 걸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온 시내가 눈으로 덮여 교통 혼잡이 극심해지고, 눈 무게에 못 이긴 나무가 쓰러지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이 두 차례의 폭설은 모두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기상 당국에서 인공으로 내리게 한 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강우는 하늘에 요오드화은이나 액체질소를 뿌려 구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연 상태보다 더 많은 눈이나 비가 내리게 한다. 강우·강설 증가량은 10~30%로 알려져 있다. 1㎝의 눈이 내릴 때 인공강우를 통하면 1.1㎝나 1.3㎝의 눈이 내린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인공 눈에 주력한 것은 매년 봄 가뭄 현상으로 농업 생산에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인공강설 작업으로 산에 눈이 쌓이도록 하면 날이 풀리면서 이 눈이 녹아내려 봄 가뭄 때 활용할 수 있는 것. 여름에 내리는 비와 달리 저장해 놓고 나중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작업을 ‘스노팩’이라고도 부른다.

극심한 봄 가뭄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가을 이후 2009년 봄까지의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48%로 부족하게 내렸다. 충청 이남 지방과 강원도 산간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태백을 비롯한 강원 남부지역의 경우 88일 동안 하루 3시간 제한급수라는 비상 상황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크게 증가했고, 봄 가뭄에 따른 일부 품목의 출하 지연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이렇듯 봄 가뭄에 의한 피해가 심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4, 5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수문자원연구팀은 2009년 3월 강원 태백시 광동댐과 평창군 용평스키장에서 인공 눈과 비를 뿌리는 데 성공했다. 광동댐에서는 20분 동안 인공비가 0.5㎜ 내렸고, 용평스키장에서는 1시간 동안 인공 눈 0.3㎝가 더 내렸다.

장기호 국립기상연구소 수문자원연구팀장은 “2008년에는 강설 확률이 높은 동풍이 불 때만을 골라 실험을 진행했지만 2009년에는 풍향과 상관없이 실험을 진행했다”면서 “특히 가뭄이 심했던 태백 지역에서 실험을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실용적 상시운영 실험체제에 한 발 더 다가선 기술적 진보라는 설명이다.

극심한 겨울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월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상저수지 바닥이 거북 등껍데기처럼 갈라져 있다. <김기남 기자>

극심한 겨울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월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상저수지 바닥이 거북 등껍데기처럼 갈라져 있다. <김기남 기자>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적인 가뭄 속에 2009년 4월 20, 21일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 평균 강수량 37㎜의 단비가 내렸다. 이때 내린 비의 경제적 가치는 46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장기간의 가뭄 이후 해갈의 효과를 따진 것으로, 인공강우의 경제적 가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2009년 7월에 열린 ‘강수의 경제적 가치 평가 워크숍’에서도 “우리나라의 강수량 1㎜가 늘어나면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억원은 발전비용으로 환산했을 경우이고 2000억원은 같은 양의 바닷물로 민물을 만들 때 발생하는 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장 팀장은 “지난해 실험에서 발생한 인공비의 양이 0.5㎜로 적다고 볼 수 있지만 광범위 지역이면 꽤 많은 강수량”이라면서 “인공강우 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물 부족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이 심했던 지난해 봄에는 전남·경남·광주 등 자치단체들이 인공강우를 요청한 바 있고, 최근엔 서울시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강우를 의뢰하기도 했다.

전용 항공기 없어 민간기업서 임대
인공강우에 대해 다양한 효과와 높은 경제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국내 인공강우 연구 환경은 극히 척박하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가 없어 실험 때마다 일반기업에서 임대해 쓰고 있으며, 인공강우 실험 예산 또한 2009년 1억원에서 올해 3억원으로 2억원 증액됐을 정도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 도입이다. 요오드화은을 구름에 뿌릴 때 중국은 로켓·대포 등을 자주 쓰고,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비행기를 이용해 뿌린다. 장 박사 연구팀은 인공강설 실험 때마다 비행기를 빌려서 사용한다. 비용은 5시간 운항에 2000만원으로, 1억원 예산으로 다섯 차례 정도 실험이 가능하다. 그나마 최대 약 1만피트(3000m) 상공까지만 올라가는 4인승 소형 세스나 항공기여서 상층운 관측 고도인 3만피트(9000m)는 올라가지도 못 했다.

장 팀장은 “인공강우 실험은 주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때만 가능한데 봄~가을에는 고도 2만피트 정도 올라가야 영하 10도로 떨어진다”면서 “소형 항공기로는 고도 1만피트 이상 올라갈 수 없어 겨울에만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4인승 소형 항공기에 관측 장비와 요오드화은 살포 장비를 싣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구름물리학을 전공하는 염성수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인공강우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어떤 성분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야 기후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조절할 수 있어 항공 관측은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기상청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관측이나 시험 전용 기상항공기가 없어서 한계”라고 말했다. 염 교수도 지난해 10월 40시간 동안 한 대학의 소형 항공기를 빌려 대기권 입자 분석에 나섰다. 그러나 항공기에 구름관측센서가 장착돼 있지 않아 창문을 열고 항공기로 들어오는 공기입자를 샘플링해서 관측했을 정도였다. “창문을 열고 측정하다 보니 올라갈 수 있는 고도가 한정돼 있어 시험에 한계가 있었다”는 염 교수는 “위성도 띄우는 나라에 기상관측 전용 비행기가 한 대도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주로 고도 상승에 유리한 터보프롭 항공기를 사용해 기상관측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실정상 일정 규모 이상의 항공기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은 1000억원의 예산으로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 37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지난 2007년 신형 항공기 2대를 도입한 이후 약 30억원의 예산을 인공강우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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