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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반상의 호랑이 타고 ‘쎈돌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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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 이세돌 9단, 6개월만에 복직 초읽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도전

[바둑]새해 반상의 호랑이 타고 ‘쎈돌의 귀환’

지난해 6월 30일부터 ‘1년6개월 휴직’을 선언하고 반상을 떠난 이세돌 9단이 조기 복직의 뜻을 밝히고 한국기원에 복직원도 제출했다. 1월 8일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바둑 관계자와 바둑팬 대부분이 그의 복직을 바라온 터라 새해에는 ‘쎈돌’의 화끈한 반상 승부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인지 모르지만 그가 휴직하는 동안 세계바둑의 판도는 중국세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했다. 구리 9단이 도요타배·LG배·비씨카드배 등 세계대회 우승을 쓸어 담으며 중국은 단박에 세계프로바둑의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한국바둑의 유일한 버팀목 이창호 9단마저 춘란배 결승에서 창하오 9단에게 패한 데 이어 세계대회 주요 기전에서 박문요 5단(비씨카드배), 쿵제 9단(TV아시아), 치우쥔 8단(삼성화재배) 등에게 무릎을 꿇는 등 한국바둑은 반상의 ‘황사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이 됐다. 그러나 이제 이세돌 9단의 복직으로 경인년 한국바둑은 다시 한 번 세계바둑의 맹주로 자리할 힘을 얻었다. 더욱이 이 9단은 예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운 눈빛과 넉넉한 웃음으로 재무장했다. 반상을 떠난 6개월 동안 마음의 호수가 열 길은 깊어진 느낌이다.

지난 한 해 잔뜩 움츠러든 한국바둑에 새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반상의 호랑이’ 이세돌 9단을 만나 그의 오늘과 내일의 얘기를 들었다.

당초 1년6개월 동안 휴직하겠다고 했는데 기간이 많이 줄었다.
“휴직계를 낼 때부터 ‘한 달 후에 돌아올 수도, 3년 동안 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나.
“처음 한 달 동안은 마음이 어수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점점 부담감이 커졌다. 휴식이 길어질수록 기력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걱정도 생겼다. 한두 달 쉬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 이상의 휴식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의 6개월도 꽤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휴직계를 낸 것이 기사총회의 징계 결정 때문이었다.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는 아물었는가.
“상처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기분이 조금 좋지 않았다는 정도였다. 이렇게 돌아오면 모든 게 옛날 일이 될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정말 세월이 약인가 보다.”

기사총회 징계의 빌미가 된 한국바둑리그에는 출전할 생각인가.
“나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한국랭킹 10위까지는 상위 5개 기전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그런 것까지 굳이 규정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악법도 법은 법인 만큼 순리를 따르겠다.”


[바둑]새해 반상의 호랑이 타고 ‘쎈돌의 귀환’

당시 함께 불거진 중국리그 출전과 관련한 문제나 기보저작권 사인 문제 등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2007년과 지난해의 중국리그 출전에 따른 납입금 문제는 깨끗이 정리할 것이다. 기보저작권의 경우도 원칙적으로는 사인할 생각이다. 다만 설명을 들을 것은 듣고, 내 뜻도 전하겠다. 새로 출발하는 것인 만큼 모든 것을 깨끗하게 정리하겠다.”

복직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이 구리 9단과의 10번기다.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광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아시안게임 홍보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실하다.”

10번기는 자칫 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부담은 없나.
“심할 경우 10번기 도중에 6-2의 스코어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바둑이다. 누구든지 질 수 있고 이길 수도 있다. 그 결과에 상처를 입는다면 바둑은 못 둔다. 물론 내가 그렇게 진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하하하….”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생각은 있나.
“물론이다. 병역 문제가 걸린 후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선발전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세계대회 우승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

최근 모 바둑사이트의 ID ‘외톨이’가 이 9단이라는 얘기가 있다.
“절대 아니다. 나는 인터넷 바둑을 별로 안 둔다. 누워 있어야 할 바둑판이 서 있는 게 어색하다. 간혹 두는 사이트에서는 1급으로 둔다. 그래 놓고 지인에게 전화해서 둘만의 ‘약속 대국’을 갖는다. 재미난 사실 하나를 얘기하면, 딱 두 번 일반 바둑팬과 승부를 겨뤄 봤다. 일반인들의 1급 수준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였다.”

마지막으로 복직하는 각오와 새해를 맞아 바둑팬들에게 전하는 인사 한마디 해 달라.
“좋은 바둑으로 멋진 승부를 보여 주는 것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무뎌진 감각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좋지 않은 일로 휴직한 점에 대해 바둑팬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이제 그런 일 없이 좋은 모습만 보여 드리겠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란다.”

<스포츠칸·엄민용 기자 margeul@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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