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역사적 사건 기념준비는 어떻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일 시민 공동선언문 발표 등 경술국치 100주년 맞아 다양한 행사 계획

2010년은 역사적 사건의 10년 주기와 관련된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18주년 기념식 전야제 모습. <경향신문>

2010년은 역사적 사건의 10년 주기와 관련된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18주년 기념식 전야제 모습. <경향신문>

2010년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10년 주기가 도래하는 만큼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기념식과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구체적인 준비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이미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돼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경우도 있고, 아직 밑그림조차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의 대비도 비교적 확연하다.

경술국치 관련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과거사 관련 50여 개 시민단체들은 2009년 4월 ‘진실과 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지난해 2월에 열린 이 단체 발기인대회에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함세웅 신부 등 학계와 민간의 원로 인사들이 참여했다. 발기 취지문에는 경술국치 100주년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추진위는 “우리 사회는 오늘날까지 일제 식민지의 과거 청산이 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심지어 내부에서도 식민사관이 부활하고 있다”면서 “일본 식민지로 전락한 지 100년을 맞이하는 2010년을 민족 억압과 차별, 침략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동아시아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 교류 통해 미래세대 화해 도모
추진위가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학술사업과 한·일 시민사회 공동선언문 발표 행사다. 추진위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시점인 2010년 8월 29일에 일본 시민사회와 함께 한·일 ‘식민지 과거 청산과 동아시아 미래를 여는 시민공동선언문’ 발표 대회를 열고 27~29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와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폐막제는 29일 부산에서 열린다. 추진위는 지난해 11월 20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 네트워크에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추진위는 한·일 청소년 교류를 통해 미래 세대의 화해를 도모하는 작업도 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식민지배 역사와 관련한 역사 현장을 양국 청소년들이 번갈아 오가는 역사 현장 기행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치100년 백문백답’(가제)이라는 제목의 책 출간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경술국치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 사실을 일문일답 형태로 엮는 책이다. 언론사와의 공동작업도 준비 중이다. 추진위는 오는 2월 경향신문과 공동으로 경술국치 100주년의 의미를 짚어보는 기획연재를 시작하고, 비슷한 시기에 한겨레와는 한·일 비정부기구(NGO) 전문가를 상대로 관련 설문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추진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난해에는 추진위 조직 정비, 기본사업 확정, 일본과의 파트너십 확보에 주력했다”면서 “새해 1월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을 사들여 복원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역사를 여는 사람들’은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 조약이 맺어진 서울 남산의 조선통감 관저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경술국치 100년 사업은 민간 차원의 준비 상황에 견주면 대단히 소극적이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이 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가족부·국가보훈처 등 5개 관련 부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경술국치 사업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사이에 관련 사업 계획이 나오긴 했다. 12월 14일자 국가보훈처 ‘2010년 업무보고’에 언급된 ‘순국선열 합동추모제’가 그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6·25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유엔 참전국 참전군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1년 한국전쟁 참전 유엔 16개국의 젊은이들이 6월 24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모습. <김문석 기자>

정부는 6·25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유엔 참전국 참전군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1년 한국전쟁 참전 유엔 16개국의 젊은이들이 6월 24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모습. <김문석 기자>

정부가 가장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이다. 정부는 2008년 6월부터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6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해 왔다. 총리와 이홍구 전 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기념사업위원회를 정점으로 하고 그 아래에 14개 부처 담당 국장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와 7개 관련 기관 실무자 24명이 참여하는 추진기획단이 꾸려져 있다.

A4용지 123쪽 분량의 사업계획도 이미 확정됐다. 지난해 12월 22일자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계획’에 따르면 기념사업위원회는 ‘평화를 지향하는 선진 일류국가’라는 목표를 내걸고 올 4~11월 8개월 동안 12개 주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주요 사업은 기념식, 학술 및 교육사업, 참전시설 건립, 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참전용사 재방한, 영화 및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등이다.

추진기획단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해외 홍보다. 추진기획단은 해외 참전용사 및 유가족을 국내와 현지에서 관련 행사에 초청하고 감사 메시지를 보내는 등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G20 국가 가운데 한국전쟁에 파병한 9개국 참전용사를 위한 위로만찬을 연다. 추진기획단은 이 같은 기념사업을 위해 한 해 동안 모두 80여 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18운동 범국민 통합행사 계획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사업은 지난해 12월 4일 출범한 30주년 행사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함세웅 정동년)를 중심으로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은 딱히 할 말이 없다. 다만 올해는 30주년이어서 예년보다 5, 6배 큰 규모의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만 말했다. 

현재 확정적인 것은 전남대 5·18연구소와 학술단체협의회, 5·18기념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대회 정도다. 일단 5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5·18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현안을 짚어보는 내용의 ‘5·18과 세계, 그리고 아시아 민주주의’(가제)라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보다 앞서 4월 30일과 5월 1일 이틀 동안에는 ‘저항과 평화’(가제)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5.18기념재단 학술연구팀 관계자는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민주주의 문제까지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2009년 12월 14일 ‘서민 고용분야 2010년 합동 업무보고회’에서 “새해 5월 18일 오전 10시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30주년 기념식을 범국민 통합행사로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4·19 50주년 기념행사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어 4·19 관련 3개 단체와 협동으로 치를 계획이다. 국가보훈처 기념사업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4·19 기념행사와 5·18 기념행사는 구체적인 계획안 작성을 발주한 상태”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콘텐츠를 말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