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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과 경제원조 ‘은밀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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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위구르인 송환 결정 이틀만에 중국은 12억달러 지원 ‘화답’

캄보디아의 위구르인 중국 강제 추방 결정 이후 캄보디아 원조를 약속한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왼쪽)이 훈센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의 위구르인 중국 강제 추방 결정 이후 캄보디아 원조를 약속한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왼쪽)이 훈센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7월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소수민족인 위구르 주민과 경찰이 충돌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차별에 항의하며 분리, 독립을 주장하던 위구르인들은 위구르 노동자 피살사건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고, 이는 경찰뿐만 아니라 한족과의 충돌로 이어지며 일주일 동안 지속됐다. 중국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197명이 사망하고 1200명이 체포됐다. 최근 일어난 소수민족 유혈사태 가운데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태가 일어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루무치 사태는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태 발생 당시에도 소수민족 차별은 물론 경찰의 무차별 총격 의혹 등으로 인권탄압에 대해 비난을 받은 중국은 자국을 탈출한 위구르인들을 강제 송환하면서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사태 발생 6개월, 무슨 일이 벌어졌나
12월 말 현재 사형 판결 17명, 사형 집행 9명.
우루무치 사태가 발생한지 6개월이 갓 넘었지만 사태 가담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처벌 속도는 이처럼 빠르고 무자비하다. 처벌받은 이들 대부분은 위구르인이다. 당국은 법에 따라 재판이 가족과 언론에 공개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루무치에 있는 언론인들은 재판 일정이 하루 전에야 공개되는 일이 다반사이며, 피고인에 대해 별도로 취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불투명한 법 적용 절차 때문에 체포돼 있는 나머지 사람들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신장 지역의 인터넷, 국제전화, 문자메시지 접속은 아직도 차단돼 있다. 이 지역에 배치된 군과 경찰의 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무장한 민병대가 정기적으로 거리 순찰을 돌고 있다. 외국에 있는 위구르 단체들은 충돌 기간에 수십 명의 위구르인이 실종됐으며, 남아 있는 위구르인은 당국에 의해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단체로 구류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위구르인의 저항 운동이 다시 시작된 11월 이후 94명을 추가로 구속하고 382명을 구류하고 있다고 12월 4일 발표했다.

이처럼 위구르인에 대한 당국의 탄압이 계속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일부 위구르인들을 중국을 탈출, 인근 국가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 가운데 20명은 최근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에 도착해 망명을 요청했다. 이들이 서면으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제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우루무치에서 폭력사태를 목격하고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장기 징역이나 사형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27세의 한 위구르인 교사는 폭력사태 이전부터 정보 담당 관료로부터 학생들의 반중국 정서를 감시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재교육 캠프에서 1년 이상 고문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UNHCR와 함께 이들의 난민 인정 여부를 검토하던 캄보디아 정부는 12월 19일 돌연 프놈펜에 머물고 있던 위구르인 20명을 중국으로 강제 추방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 21일 캄보디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캄보디아에 12억달러에 이르는 원조를 제공키로 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위구르인을 소환하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에 망명 중인 위구르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는 “거액의 원조를 대가로 중국이 위구르인을 사들였다”고 비난했다.

강제 추방과 원조 발표가 이뤄진 직후인 12월 23일부터 중국에서 위구르인에 대한 재판은 다시 시작됐다.

중국과 캄보디아에 쏟아지는 비난
2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는 난민 처리 방식과 관련해 유엔의 칭찬을 받았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중국 우루무치에서 소수민족 위구르인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09년 7월 중국 우루무치에서 소수민족 위구르인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캄보디아는 이런 국제적 합의를 무시하고 유아 2명이 포함돼 있는 위구르인 20명을 사지나 다름없는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난민에 관한 국제 협약에 따르면 난민 지위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때까지 해당 국가는 난민 신청자의 지위를 보호해야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국내 법에 따라 강제 추방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위구르인을 강제 추방한 캄보디아의 결정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와 미국의 관계, 캄보디아의 국제적 지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UNHCR 캄보디아 사무소의 크리스토프 페슈 대표는 AFP통신에 “처음엔 위구르인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던 캄보디아 정부가 난민 지위 결정 절차를 완료하기로 다짐한 입장을 뒤집고 그들을 추방한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면서 “전쟁과 크메르 루즈의 잔혹한 지배를 겪어서 난민 보호가 얼마나 가치있고 귀중한지 알고 있는 국가에서 추방 결정을 내린 것은 더욱 불온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문제지만 가난하고 약한 국가를 경제력과 영향력을 무기로 위협하는 중국의 행태가 더 나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자이자 원조국인 중국이 이를 미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판단이다.

유럽연합은 12월 21일 성명을 내고 “위구르인을 되돌려 보낸 캄보디아의 결정이 우려스럽다”고 밝히고 중국에는 “위구르인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레비야 카디나 위구르 지도자는 “캄보디아의 위구르인 강제 추방은 중국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디나는 “캄보디아의 결정은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의 엄청난 압력과 원조에 영향받았다”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이웃 국가들로 인해 위구르인들은 도망갈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범죄자인 위구르인을 처리하는 것은 중국의 내정 문제이며, 강제 추방과 원조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이에 앞서 “그들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관련 부서가 현재 조사하고 있다”면서 “국제 난민 보호 시스템이 범죄자가 법적 처벌을 피하는 은신처가 돼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위구르인들이 범죄자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강제 추방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중국 외교부는 “위구르인을 처리하는 것은 내정 문제이며, 원조 패키지와 추방은 관계가 없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국제부·임영주 기자 minerv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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