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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되는 ‘시대적 가치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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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도서관과 노무현재단, 기념사업과 자서전 발간 준비

서울 합정동에 자리잡은 노무현재단 전경.

서울 합정동에 자리잡은 노무현재단 전경.

딸깍. 불을 켰다. 한낮인데도 블라인드가 쳐져 있는 집무실은 어두웠다. “이희호 여사가 외부 손님을 접견할 때 가끔 사용했을 뿐 지금은 비워놓고 있다.” 안내를 맡은 장신기 연구원의 설명이다. 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주일에 2, 3일을 이곳에 나와 업무를 봤다. 최경환 비서관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이 이곳으로 마지막으로 출근한 것은 지난 4월 16일 ‘국제사면위원회’와의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사형제 폐지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부설 김대중도서관(관장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김 전 대통령의 사저는 1층이 서로 연결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집무실은 5층에 자리 잡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서도 기념사업
서거 후 잠깐 일반에 공개됐지만 현재는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다. 집무실 입구. <뉴스위크> <타임> <아시아위크> 등 외지 표지가 액자로 걸려 있다. 표지의 주인공은 김 전 대통령이다. 익숙한 사진도 보인다. 분향소에 걸렸던 사진. 일본 아사히신문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AERA)>의 표지사진이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김 전 대통령. 2002년 9월에 발행된 잡지의 표지다. 입구엔 버마민족민주당의 아웅산 수치 여사를 석방하라는 내용의 판화가 걸려 있다.

평일의 김대중도서관은 한산했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그래도 주말에는 각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있다. 직원은 관장을 포함해 6명. 그리 많지 않다. 주 업무는 김 전 대통령 관련 사료 수집과 교육·연구·전시다. 사진자료를 포함해 현재 확보한 자료는 10만여 건. 1층은 성장 과정과 정치 활동, 민주화·인권평화 활동, 노벨평화상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세계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 및 기념물, 국제회의 때 입었던 각국 전통의상 등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 1층에는 김 전 대통령이 기증한 도서들과 대통령 부부의 저서가 책장에 진열돼 있다. 다시 집무실. 김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책상엔 김 전 대통령의 연보와 이 여사의 동정을 보도한 기사스크랩이 놓여 있다. 그 밑에는 <아시아옵저버>지에 실린 홍콩 민주화운동가의 논쟁 글이 펼쳐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읽던 기사였을까.

현재 김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은 크게 둘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사료의 발굴이나 연구·전시 등은 김대중도서관이 맡고 있고,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행사와 관련된 업무는 김대중평화센터가 맡아 진행한다. 평화센터의 이사장직은 이 여사가 맡고 있다. 장 연구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7월 말부터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자료 준비 작업을 했다. “설마 설마했다. 그래도 워낙 오뚝이 같은 양반이어서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장 연구원이 말을 흐렸다.

김대중도서관 5층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무실. 이희호 여사가 가끔 접견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김대중도서관 5층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무실. 이희호 여사가 가끔 접견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도서관의 가장 큰 사업은 회고록 발간 작업이다. 대표집필을 맡은 김택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에 따르면 대통령 재임 전까지를 다룬 상권은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이 전부 검토했으며, 취임 이후부터를 다룰 하권은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에 대한 구술을 정리하고 있다. 김 위원은 “서거 후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일기가 공개돼 일기 내용을 포함시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방문하던 12월 16일, 서울 합정동에 자리 잡은 노무현재단은 부산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놓을 박석을 기부 받는 캠페인을 인터넷에서 시작했다. 오후 2시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의원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은 박석 관련 기자회견이니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은 삼가 달라”고 부탁했다. 한 전 총리의 검찰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양정철 재단 사무처장을 만났다. 합정동에 자리잡은 이유는 “가능하면 젊은 세대의 정서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노무현재단, 대학·대학원 설립 목표
그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대통령홍보기획 비서관을 맡았다. 퇴임 후는 봉하마을에 내려가 보좌했다. 노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도 둘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봉하마을에 자리 잡은 봉하재단은 권양숙 여사가 이사장직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조성과 관리, 생가와 사저 관리 등 업무를 맡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가치 계승을 위한 교육사업, 대통령 기념관 건립, 연구·학술 활동 및 출판사업 등을 맡아 진행한다.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은 한 전 총리다. 양 처장은 “로고도 함께 쓰면서 하나는 노무현, 다른 하나는 봉하라는 글씨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말하자면 자매재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시민교육사업이다. 미래발전연구원과 함께 진행하는 노무현시민강좌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어린이민주주의 캠프, 청소년민주주의 강좌,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강좌 등을 앞으로 개설할 예정이다. 몇몇 대학원과 함께 노무현 강좌를 열 계획도 협의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처럼 대학원·대학을 설립하는 것을 중장기 목적으로 하고 있다.

양 처장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한 것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결국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식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은 1주일에 두세 번 보좌진과 함께 토론했다. 주로 노 전 대통령이 토론 주제에 대해 발제하는 식이었다. 주 멤버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양 처장, 김경수 비서관 등이었다. “재임 중에는 늦게까지 자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건’이 나기 전까지는 잘 자는 편이었는데….” 개인적인 회한이 묻어난다. 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생활 습관이 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스스로 만든 기체조를 한다. 명상과 요가를 섞은 것 같은 기체조를 한 시간 정도 진행한다. 피곤하면 낮에 눈을 붙이고, 비교적 숙면하는 습관이 있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료를 모으고 있다. 이 작업은 디지털 봉하에서 맡았다. ‘사람사는세상’ 인터넷 홈페이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사이버 노무현기념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을 목표로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가장 오랫동안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증언을 채록해 자료를 남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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