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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한국군에 반감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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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문가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재파병은 공격 당할 명분” 지적

[커버스토리]“탈레반은 한국군에 반감 가질 것”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동·아프리카학과)는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관련해 “매우 성급한 결정이었다”면서 “현지 분위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입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가 아프간 철수를 공식선언한 이후 다시 파병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탈레반이 한국의 재파병에 대해 반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재파병은 탈레반이 공격할 명분이 충분히 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이집트 아메리칸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동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 등을 역임하는 등 중동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탈레반이 아프간 국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프간은 1979년 소련 침공 이전부터 내전이 계속된 나라다. 아직도 중앙정부가 각 부족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들은 일정한 지역 내에서 통치권,조세권, 사법권을 갖고 있다. 아프간의 안정화는 아직 멀었다. 아프간인들이 수도인 카불을 가려고 해도 경호원을 데리고 다닐 정도다. 학자·군사전문가들은 파키스탄 동남부를 중심으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흔히 현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를 ‘카불정부’라고 하고, 나머지를 탈레반 정부라는 뜻에서 ‘탈레바니스탄’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해 아프간의 민심이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인가.
“미군이 아프간을 점령할 때부터 재건지원 로드맵이 확실치 않았으며, 제대로 실행 되지도 않았다. 미국이 1년에 650억 달러를 아프간에 퍼붓고 있지만 실제로 아프간 재건(원조)에 사용하는 금액은 많지 않다. 아프간 사람들이 봤을 때 미군이 8년 이상 점령하고 있지만 미국과 가까운 사람들과 일부 부패세력만 혜택을 봤지 전체적으로 나아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아프간인들은 산악민족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거칠고, 자국에 외국의 군대 주둔을 달가워 하지 않는 점도 있다. 자치를 원하는 부족들은 강력한 중앙정부가 설립되는 것을 돕고 있는 외국군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라크 철수를 천명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이라크에 혼란과 테러가 발생하고 있지만 미국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결국 남아 있는 것은 아프간뿐이다. 미국에 있어 아프간은 카스피해의 석유 자원 확보에 따른 송유관 및 가스관 이동로 등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아프간은 지역적으로는 이웃국가인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또 냉전은 끝났지만 러시아나 중국의 남하를 막을 수 있는 완충지로서 아프간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 밖에도 테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아프간이다. 미국은 테러집단의 거점인 아프간을 그냥 놔둘 수가 없다.”

한국이 이른바 지역재건팀(PRT)과 보호병력을 아프간에 보내기로 했는데.
“큰 틀에서 자발적이고 제대로 된 파병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이번 재파병 결정은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중요시된 것 같고, 자발적 파병이라고 보기 어렵다. 매우 성급한 결정인 것 같다. 일단 한국은 2년 전 한국인 피랍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국제사회에서 철수를 약속했다. 또한 한국의 재파병을 57개 이슬람 국가들은 어떻게 볼까 고민해 봐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내수시장 없이 무역을 통해 먹고살아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가능한 한 어느 나라와도 껄끄러운 관계를 가지면 안된다. 아직 정확한 파병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우리가 불가피하게 아프간에 재파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파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파병보다는 지원 개념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확실하고 상징적인 지원 액션을 보여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막연하게 재건·행정 지원이 아니라 아프간에 최대의 직업교육센터 또는 병원을 건립해 주는 형태로 가야 한다. 그러면 아프간인뿐만 아니라 아랍인들도 한국의 지원 노력에 대해 확실히 인식할 것이다. 거기에 보호병력을 보내더라도 지금처럼 군대가 가기 위한 빌미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탈레반의 공격을 받더라도 민심은 탈레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아프간 정책에 있어서 이런 점이 아쉽다. 현지 분위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 입안을 하고 있다.”

우리가 가서 활동해야하는 지역재건팀(PRT) 후보지역들의 치안상황은 어떤가.
“우리의 PRT지역에 위험 요소가 많을 것이다. 수도 카불도 치안이 불안한 판국에 위험하지 않은 곳이 없다. 다만 어디를 가든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부족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관할지역 부족이 외국군에 우호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부는 파병 전에 그쪽 부족을 미리 만나서 설득하고 관계를 잘 유지해 놓는 것이 좋다. 재건활동을 할 때도 부족의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등 부족에 경제적으로 이득을 줘야 한다.”

아프간인들과 탈레반이 지역재건팀(PRT) 보호병력인지 전투병인지 실제로 구분할 수 있나.
“현지에서는 총을 들면 일단 병력으로 본다. 현지인들은 실제로 무장한 사람을 보면 군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탈레반이 우리 PRT 활동지역에 있다면 반드시 부족과 결탁해 있을 것이다. 또한 탈레반이 공격해 온다면 보호병력 300명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 지역의 부족의 신뢰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한국이 재파병하면 ‘한국이 철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나.
“한국은 탈레반을 무시하면 안된다. 그들은 예전에 정부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지도부는 정치인들이며, 영어도 아주 잘한다. 탈레반 지도부는 한국의 재파병에 대해 반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탈레반의 공격의 명분이 충분히 된다.”

아프간 이외의 중동에서 재파병을 이유로 한국인들이 알 카에다 등 이슬람 과격조직들의 표적이 될 수 있나.
“충분히 명분이 된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는 이슬람 지역에 있는 외국군대나 외국선교 세력의 활동을 가장 싫어한다. 그러나 알 카에다가 모든 테러의 근원은 아니다. 다만 서구에서는 그들이 테러를 자행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반미가 정서적으로 보편화돼 있는 중동에서 군대가 움직이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를 기본적으로 미국을 돕는 세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이 대안으로 군인 대신 용병을 보내면 안되나.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안된다. 우리나라도 해외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민간 경호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군대 파병의 명분이 없을 때 군대가 안 가고 대신 민간 경호원이 될 수도 있다. 이라크에서는 군인보다 민간 경호회사 직원이 더 많이 활동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남아공,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무장 경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해외에서만큼은 민간인 경호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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