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영화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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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문화]야구영화가 주는 교훈
만년 패전투수였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선수를 모델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장면들.

만년 패전투수였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선수를 모델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장면들.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야구 없는 일요일이 시작된다. 야구팬들은 내년 봄까지 무슨 힘으로 견딜까. 스토브 리그 중에 흘러나오는 각 구단 감독의 경질설, 선수들의 이적설, 연봉협상 등에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명승부가 펼쳐진 한국시리즈의 경기들을 소처럼 되새김질하며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다.

2009 프로 야구는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끝났다. 지난 10월24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즈의 7차전에서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역전 홈런으로 기아는 6-5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기아의 우승은 예전 해태 타이거즈 시절까지 합하면 총 열 번째 우승이지만 해태 시절 이후 12년만에 우승한 것이고 기아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것이어서 열혈 야구팬들의 감동은 더욱 컸다.

야구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내추럴><그들만의 리그><루키>등 많은 야구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의 야구 영화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부터 김현성 감독의 <YMCA야구단>(2002)을 비롯해 <슈퍼스타 감사용><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아는 여자><스카우트><나는 갈매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종현 감독의 <슈퍼스타 감사용>은 실제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였던 감사용 선수를 모델로 한 이른바 팩션 영화이다. 이름과 달리 삼미 슈퍼스타즈에는 슈퍼 스타가 한 명도 없었다. 늘 꼴찌였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 팀에서 감사용은 키 170cm, 몸무게 70kg의 왼손잡이 투수였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감사용은 팀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가 된다. 감사용은 꼴찌 팀에서 패전 전문 투수로 활동했다. 그래서 상대 팀은 감사용이 마운드에 오르면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범수가 감사용 선수 역을 맡아서 열연한 이 영화는 적어도 삶의 수많은 실패를 맛본 루저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당시 최강팀 OB베어스의 박철순 선수의 20연승이라는 대기록 달성 경기에 동원된 감사용은 투수로 등판해 의의의 호투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만년 꼴찌팀의 패전 전문 투수 감사용이 과연 박철순 선수의 20연승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슈퍼스타 감사용>은 진정한 스포츠 경기의 매력을 전해 주면서 패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더 나아가 삶의 마이너 리그에 있는 루저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기울이는 따뜻한 시선을 제공한다.

하재봉<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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