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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건설이 4대강 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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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투자비용 8조원 회수 방안으로 소문 돌아

10월8일 한국수자원공사 사옥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왼쪽)이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질문에 수공 부사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0월8일 한국수자원공사 사옥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왼쪽)이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질문에 수공 부사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살리기 사업비의 절반을 떠안은 수자원공사가 과연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집요하게 질의한 내용이다.

수자원공사는 9월28일 이사회에서 8조원에 이르는 사업비용을 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시행계획’을 통과시켰다. 이사회에 보고한 시행계획안에는 주변지역 개발 수익사업을 통한 투자비 회수 방안이 간단하게 언급돼 있다. 투자비는 원칙적으로 4대강 주변지역 개발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회수하되 부족한 부분과 금융비용 전액은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대도시 인근 지역은 주거·관광, 기타 지역은 지역에 따라 특화개발’ ‘단계적으로 투자하여 초기의 개발이익을 재투자함으로써 차입 규모를 최소화하고 필요시 민간·지자체와 공동개발’이라고 나타나 있다.

이 내용은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수자원공사에 제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예시한 방안은 세 가지다. ▲관광자원과 친수성을 융합한 관광·복합단지 조성 ▲하천 부지를 활용한 수변레저시설 조성 ▲경관이 수려한 곳은 소형친환경 빌리지(마을) 조성이다. 한 경제 일간지는 소형 빌리지라는 내용을 바탕으로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4대강변에 유럽형 고급주택들이 들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4대강은 땅장사 부추기는 사업”
야당에서는 수질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4대강 사업이 수자원공사의 투자비를 회수하게 해 주기 위해 4대강 주변을 관광지나 주택단지로 개발해 오히려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4대강 사업이 이제 부동산 개발사업과 땅장사를 부추기는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수자원공사의 국정감사 질의서를 통해 “수자원공사가 8조원 원금을 회수하려면 수익률 50%의 폭리를 취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추가로 16조원 상당의 투자를 해야 하며, 관광·복합단지나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상황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서면질의를 통해 “지금 시중에는 수자원공사가 낙동강변에 디즈니랜드나 카지노를 건설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질의는 10월8일 수자원공사의 국정감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강 의원 측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낙동강변에 디즈니랜드와 카지노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개발안은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이 9월10일 대구시 한나라당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조 의원은 대구 인근 낙동강 주변을 개발하는 ‘에코 워터 폴리스’(Eco water polis)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낙동강변 화원·고령 지역 일대에 수변 디즈니랜드와 크루즈 카지노, 경정 경기장 등을 개발하는 수조원의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다. 이들 레저타운을 조성하는 데에 1조500억원, 디즈니랜드 건설에는 2조4000억원이 든다는 것이 조 의원의 발표 내용이다. 조 의원은 기반 조성은 수자원공사, 건설에는 민자 유치로 각각 한다고 구상했다. 디즈니랜드 인근에는 유러파크 빌리지를 건설해 고급 주택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제안한 사업 예시 내용과 비슷하다.

조 의원이 발표한 내용 가운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선상 카지노와 경정장 유치다. 조 의원은 20만t급 크루즈를 띄워 수상 외국인 카지노를 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 1조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사업비는 1조5000억원 정도이며, (카지노 이용은) 주로 중국의 돈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또 사업비 5500억원 규모의 경정장을 이곳에 건설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조 의원은 이 발표에서 수자원공사 및 국토해양부와 협의한 뒤 마련된 안임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진행이 어느 정도 됐느냐고 하면, 수자원공사 사장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또한 국토해양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조 의원이 수자원공사 측과 상의해 이 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제안
국토해양위의 민주당 의원 측은 “8조원을 회수하기 위해 강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해 강을 망치는 것보다는 아예 카지노로 수익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면서 “수자원공사 쪽에 농담으로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정희수 의원은 수자원공사의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개발사업을 또 다른 개발사업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해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댐 및 수도시설·방조제 등 기존 시설과 여유 부지 등을 활용해 수력·조력·풍력·태양광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 수자원공사의 투자비 회수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관광지 개발에는 또 다른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4대강 수계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가 실시되면 개발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해 주지 않는 한 쉽게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와 수자원공사가 서로 주고받는 나눠먹기씩 개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 수자원공사의 투자비 회수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9월28일 수자원공사 이사회에서도 이사 몇 명이 4대강 사업의 투자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연철 이사는 “4대강 사업비 이외에 추가적인 수변지역 개발비가 소요될텐데 정부가 이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송병대 이사는 “수변지역 개발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 있는지, 그 법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계획인지 설명을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김병진 이사는 “4대강 사업 자체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수변지역 개발을 통해 회수해야 할 수익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사업비가 현재는 8조원이지만 향후 그 규모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이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4대강 개발계획은 원안대로 수자원공사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이사들은 단지 걱정만 하고, 이사회는 들러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투자계획은 있으나 투자비를 언제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회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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