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일대 ‘신정아 학력 착오’ 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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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5000만달러 소송 입장 강경… ‘일간지 사과문 게재’ 제안도 거절

5000만 달러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고 있는 동국대 (사진 왼쪽)와 예일대(사진 오른쪽). 신정아씨의 가짜학위 관련 서류와 예일대에 보낸 소장.(사진 가운데)

5000만 달러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고 있는 동국대 (사진 왼쪽)와 예일대(사진 오른쪽). 신정아씨의 가짜학위 관련 서류와 예일대에 보낸 소장.(사진 가운데)

동국대의 명예는 회복될 것인가. 2년 전에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사건. 이로 촉발된 동국대와 미국 예일대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달 말 5000만달러라는 거액의 합의금으로 끝을 볼 것인지 재판까지 갈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일대 측이 뒤늦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동국대 측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국대는 ‘예일대가 신씨의 위조 박사 학위를 진짜인 것처럼 잘못 확인해 줘 큰 손실을 보았다’며 지난해 3월 예일대를 상대로 5000만달러배상 소송을 미국 코네티컷주 지방법원에 냈다. 동국대의 소송자문사인 플레시먼힐러드에 따르면 두 대학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재판에 앞서 사건 당사자의 증언을 듣는 증언녹취 절차를 끝내고 배상액을 합의할지, 정식재판이나 약식판결 신청을 할지 결정이 된다.

팩스 송신 부인하다 나중에 시인
사건의 발단은 2007년 6월 동국대 조 모 경영관리실장이 같은 대학의 교수로부터 신씨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 제보를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에 앞서 동국대는 2005년 9월 초에 신씨의 교수 임용 과정에서 학위확인 요청을 예일대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했고, 9월22일에는 예일대 대학원 파멜라 셔마이스터 대학원 부원장 명의로 신씨의 박사학위 및 학위증명서에 기재된 본인 서명을 확인하는 내용의 팩스 3장을 발송받았다.

제보를 받고 사흘 뒤 동국대 측은 예일대 도서관 측에 신씨의 박사 학위 논문 보유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며, 논문 기록이 없다는 회신이 왔다. 예일대 수전 카메이 부총장실 법무실장은 “예일대 박사 학위 수여 기록은 존재하지 않다”면서 “2005년 9월22일자의 예일대에서 발송했다는 팩스는 위조된 가짜로 예일대 셔마이스터 대학원 부원장이 보낸 본 건과 관련한 확인 및 팩스 표지는 예일대 양식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신씨의 학력 위조 진위 논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여론은 예일대 편이었다. 세계적 명문사학인 예일대의 행정시스템이 그리 허술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다. 동국대 측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엇다. 당시 상황에 대해 동국대 관계자는 “아무도 우리 말을 믿지 않고 예일대 말만 믿는 상황이었다”면서 “우리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후 한국 검찰이 공식수사에 착수하면서 예일대 측이 자체조사를 통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 공문을 보내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2007년 11월,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은 동국대 오영교 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확인 결과 2005년에 동국대가 신정아씨에 대한 학력조회 요청을 한 적이 있다. 9월22일 팩스는 위조가 아닌 진짜이며, 셔마이스터 부원장의 ‘행정업무의 폭주’로 인해 잘못된 팩스를 발송하게 됐다. 실수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향후 학위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동국대의 상처는 깊었다. 동국대 측은 2007년 7월에 확인요청을 했을 때 예일대가 거짓말을 했는데 수개월이 지나서야 실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동국대 관계자는 “예일대는 이 사건을 행정적 착오로 축소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세계적 명문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실망스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학교의 명예를 되찾고자 이번 법적 소송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교 명예 찾고자 소송에 총력”
한편 예일대는 동국대가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하자 단순 실수여서 재판할 가치가 없다며 ‘소송 기각 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또 법원의 화의조정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달러를 들여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겠다”고 제안했다. 동국대는 거부했다.

동국대는 5000만 달러(약 635억원)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근거에 대해 ▲재학생 및 잠재지원 학생들의 동국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여론 형성과 그로 인한 입시지원율 하락에 대한 피해 ▲평판 훼손으로 인해 동국대 학생들의 채용기회 감소로 인한 피해와 동국대 주최 채용박람회에 대한 참가기업 수의 감소로 인한 피해 ▲정부지원금 감소(약 160억원) 및 기업, 동문, 후원금의 급격한 감소(2007년에 기업과 동문들에게 210억원의 기부 약속을 받았으나 사건이 터진 뒤 실제 수령액은 54억원에 그침)로 인한 피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미지정으로 인한 피해 ▲사건 발생 후 명성 회복을 위해 지출한 비용으로 인한 피해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미 낙인찍혀 실추된 명예가 5000만 달러로 위로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동국대 측의 명예회복 의지는 몹시 강경하다.

신정아씨 뭐하고 지내나

학력 위조와 미술관 공금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신정아씨가 보석이 허가된 지난 4월10일 오후 모자를 눌러쓴 채 서울 영등포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학력 위조와 미술관 공금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신정아씨가 보석이 허가된 지난 4월10일 오후 모자를 눌러쓴 채 서울 영등포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18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지난 4월10일 자유의 몸이 된 지 5개월. 신정아씨는 여전히 뉴스메이커이다. 신씨의 근황을 여러 곳에 수소문했지만 “전혀 아는 바 없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주소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3단지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장은 “신씨가 여기 산다는 말은 들었지만 석방되고 난 이후 본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성곡미술관 관계자는 아예 전화통화도 거부했다. 신씨가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에 신씨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와 관련해 소송 2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먼저 2007년 9월13일자 문화일보에 게재된 ‘(신씨의)누드사진’에 관한 소송 건이다.

“해당 사진은 합성된 것”이라는 신 씨의 주장과 촬영당사자인 사진작가 H씨의 “사석에서 신씨에게 촬영을 제의했고, 신씨의 동의 아래 직접 찍었다”라는 진실공방은 아직까지 계속되고있다. 당시 1심재판부는 신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신 씨가 항소했고 이에따라 재판부는 지난 22일 디지털사진 권위자인 황선구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에게 신씨 누드사진 조작 여부에 대한 전문감정을 의뢰한 상태이다. 황 교수는 감정 결과를 한 달쯤 후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개로 문화일보에 대해서는 “초상권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위자료 10억원과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심재판부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했다.

최근의 소송 건은 성곡미술관으로부터 2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지난 16일 성곡미술관은 “신 씨가 2005년 4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전시회 개최 비용 2억1600만원을 빼돌리고, 성곡조형연구소에서도 1억600여 만원을 가로챘다.”라고 소장에서 밝혔다.

신 씨 이름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신 씨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성곡미술관 실장 시절에 당시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서울대 교수 겸 미술관장직에 추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터뷰 당시 신씨는 “서울대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관장 추천을 받고 있었는데 제가 그 중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라면서 “교수를 겸하는 자리였는데 제가 관광객 유치나 기획력에서 인정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천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그 문제로 정운찬 총장을 몇 번 뵈었지만 성곡미술관을 갑자기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고, 국립에서 일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 정형민 교수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 총장 측에서는 “만난 적은 있으나 제의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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