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도 전용기 시대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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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스트림사 G550 항공기 도입, 구입비는 4500만 달러선

SK가 최근 그룹 전용기를 들여왔다. 걸프스트림사가 제작한 G550 기종이다. 9월17일 그룹 관계자들이 시스템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임석빈 인턴기자>

SK가 최근 그룹 전용기를 들여왔다. 걸프스트림사가 제작한 G550 기종이다. 9월17일 그룹 관계자들이 시스템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임석빈 인턴기자>

SK그룹도 전용기 시대를 열었다. <Weekly경향>의 취재 결과 SK그룹은 지난 9월17일 걸프스트림사가 제작한 G550 항공기를 도입해 현재 김포공항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SK가 도입한 비즈니스제트기 G550 항공기는 LG가 지난해 사들인 것과 동일한 기종으로, 구매가격은 4500만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 및 계열사 사장단은 국외 출장 때 일반 여객기나 대한항공의 임대 전용기를 주로 이용해 왔지만 삼성, LG, 현대차에 이어 SK도 그룹 전용기 시대를 연 것이다.

재계 서열 비슷한 LG와 동종 모델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전용기는 6대. 9월23일 김포공항 2청사(국제선)의 원격주기장엔 삼성그룹의 전용기 BBJ2 1대와 SK와 LG의 G550 2대 등 모두 3대의 전용기가 계류돼 있었다. 삼성의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와 BBJ2 1대,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에 도입한 전용기 BBJ2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출장길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이 구입한 G550 항공기는 장비 점검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곧 실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일단의 정비사들이 항공기 안팎으로 점검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룹 전용기는 SK텔레콤 소속으로 배치됐다. 삼성의 경우 삼성테크윈, LG는 LG전자가 각각 그룹 전용기 운영 주체로 등록돼 있다.

SK그룹이 ‘G550’을 선택한 것은 그룹 내 항공 전문가가 없는 실정에서 재계 서열이 비슷한 LG 수준에 맞췄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초 걸프스트림사와 계약한 것이 알려지면서 도입 시기에 대한 저울질이 많았다. 이는 그룹 전용기의 경우 인테리어 설치 기간이 예상 외로 길어지는 일이 많아서였다. 그러나 “올 하반기쯤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는 그룹 측의 예상대로 진행됐다.

SK가 이번에 들여온 기종은 14인승이다. 교대로 운항할 조종사 2명과 스튜어디스, 정비사를 제외하면 10명의 임원이 탑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고급 자가용 비행기로서 ‘하늘을 나는 리무진’으로 불리는 G550 기종은 경비행기의 단점으로 꼽히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함으로써 탑승감이 좋고 장거리 운항에도 적합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G550은 최고급 자가용 비행기로서 ‘하늘을 나는 리무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4월 LG가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G550은 최고급 자가용 비행기로서 ‘하늘을 나는 리무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4월 LG가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동일한 기종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이 걸프스트림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대여 등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용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조중훈 한진그룹 전 회장이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석원 쌍용그룹 전 회장도 걸프스트림 비즈니스 제트기를 사용하다가 매각한 사례가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용기’라는 어감엔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우리는 업무용 항공기라고 부른다”면서 “최 회장뿐 아니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 임원들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룹의 글로벌 경영 활동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업무용 항공기 도입으로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측 설명대로 이번 그룹 전용기 도입으로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중국 출장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했지만 해외 바이어와의 예정된 약속 때문에 출장을 끝내고 발인 하루 전에 돌아와 조문했을 정도로 해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성장 동력은 글로벌 사업뿐이라는 절박함’ ‘내수기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행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최근 중국으로의 그의 행보는 더욱 잦다.

삼성전용기 매각은 아직… 다음은 한화?
SK에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G550 항공기를 도입한 LG의 경우 구본무 그룹 회장의 이용은 2, 3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신 구입을 주도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해외 출장 때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는 2007년 말 BBJ-2를 계약해 2013년에 납품받기로 한 상태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초 삼성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팔려고 내놓은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는 여전히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테크윈 소속의 조 모 전무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뛰고 있지만 입질만 많을 뿐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인테리어 개조 비용까지 포함해 5000만~6000만 달러 선에서 구입한 삼성 측이 시장에 내놓은 가격은 5000만 달러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SK의 전용기 도입에 이어 재계에서는 향후 그룹들의 전용기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제 위기 탓에 계약 여부를 저울질하던 그룹들이 최근 경제 회복에 힘입어 ‘눈치’ 보지 않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전용기를 이용하면 개인별 스케줄에 맞춰 항공 일정을 짤 수 있을 뿐 아니라 취항 여부와 관계없이 공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간소한 출입국 절차만 밟고 바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생활 보장이 쉽고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재계와 항공 업계에서는 차후에 전용기를 도입할 그룹으로 한화를 주목하고 있다. 재계 서열에서나 그룹 회장의 스타일 면에서나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계의 석학이나 국가 수장, 재계 인사를 만나기 위해 해외 출장이 잦은 것으로 보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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