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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통합에 직접 나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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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고 말문 연 정동영 의원, 자신의 복당문제 민주당 결단 촉구

[정치]“이제부터 통합에 직접 나서겠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지난 4월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후 줄곧 침묵하던 그다. 정 의원에게는 그동안이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의 참패, 자숙을 위한 미국행, 민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 시련의 연속이었다. 정 의원이 다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안으로는 지지부진한 민주당의 대통합 작업에 경종을 울리고, 밖으로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북핵문제의 해결에 통일부 장관 출신으로서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정 의원은 “이제부터는 통합에 직접 나서겠다”며 자신의 복당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센터(NPC)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해 연설했는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NPC연설 초청을 받고 10월이 되면 북·미가 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9월 쯤에 김 전 대통령이 미국의 조야를 상대로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려고 했다. 그만큼 김 전 대통령의 안목이 탁월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은 데도 5월에 중국을 방문, 북한을 설득하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7월부터 NPC 원고준비에 들어간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주변에서 미국 방문은 무리라고 하니까 쓰러져도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이 NPC에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연설했다. 이번에 내가 주안점을 둔 것은 6자회담 합의정신인 2005년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일 아닌가.
“9년 전인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한반도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1년만 더 임기가 있었다면 한반도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베이징을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났고, 6월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으며, 직후에 러시아로 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10월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고,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을 답방했다. 2000년 11월에 ‘클린턴-김정일 정상회담’이 예정됐으나 안타깝게 불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출신이다. 충분히 북·미 간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오마바 대통령도 북한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다자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정부와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일방주의자라면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주의자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언제, 어디서 이뤄질 것으로 보나.
“내년에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010년 3월에 세계핵정상회의를 개최한다. 그리고 5월에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검토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40여 년 만에 NPT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설득력을 발휘하려면 북핵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진입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고리로 미국은 이란의 핵문제를 풀어내려고 할 것이다. 정상회담 장소는 제3국도 고려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참가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세안+3개국 회의 등에서 양국의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충분히 북·미간에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오마바 대통령도 북한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충분히 북·미간에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오마바 대통령도 북한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지난 8월 북한을 방문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 만남에 대한 정보가 있는가.
“클린턴 전 대통령은 8월4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3시간 동안 만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풀 수 있다고 김 위원장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이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얘기했을 것이고 김 위원장은 기존의 입장인 1994년 북·미제네바 합의, 2000년 북·미 공동커뮤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통해 일관되게 밝혔듯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포기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되풀이 했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한 김 위원장의 건강과 의도의 진정성 등을 파악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건강하고 북한을 장악하고 있다고 한 발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고한 내용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 한반도 문제의 주연은 김 위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이다. 조연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고, 제2 조연은 일본과 러시아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국은 객석에 있는 관객이다. 한국은 주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에 있어 미국·중국 등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동안 완강하게 버티다가 북·미대화가 무르익으니까 최근에 뒤따라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 최소한 미국과 보조를 맞춰서 나가야 한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정책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이 대통령이 누구의 보좌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지난 1년 반을 돌이켜볼 때 대북정책이 성공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이것이 성공인가. 이는 마치 당나귀를 가리켜 사슴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맞춰 북핵문제 해결의 보조를 맞추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노선과 친서민 정책을 펼치면서 국정지지율이 올랐다. 상관성이 있다고 보는가.
“이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검증방법은 간단하다. 진정성이 있다면 용산참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용산참사 사건이 일어난지 9개월째인데 아직도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친서민정책은 기존의 ‘강부자’, ‘고소영’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1년 반 동안 표방해 온 부자 감세와 이념지향적 노선이 잘못됐다는 반증이다.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슬로건에 맞게 부합하려면 부자 감세, 4대강 사업 중단, 복지예산 원상 회복 등이 있어야 한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연착륙할 것 같은가.
“국민들이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선비로 본 것은 선비의 지조 때문이었다. 정 총리 후보자가 본인의 철학과 지론 등을 포기해서 국민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정 총리 후보자는 지난날 4대강 사업(한반도 운하사업)을 토건사업으로 규정하고, 부자 감세를 ‘강부자’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실망이 클 것이다.”

민주당이 지리멸렬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당은 집권하기 위해 존재한다. 집권하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 물고기는 물이 많아야 더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다.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심은 ‘하나가 돼라, 통합하라’하는 그런 주문을 하고 있다. 지금 몇 개월이 지났지만 말만 나왔지 실체가 없다. 국민들이 민생제일주의를 원하는데 이것을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당의 리더십은 민심과 당심에 의해 세워진다. 민심의 지지를 받고 당심의 지지를 받으면 리더십은 강해진다. 왜 민심과 당심의 지지가 미지근한가, 민심과 당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

민주개혁 진영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핵심은 기득권 포기다. 나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열린우리당, 옛 민주당, 손학규계 등 통합작업을 주도했다. 통합의 선결과제는 기득권을 포기하느냐에 달려 있다. 입으로는 통합을 얘기하면서 뒤로 이익을 추구한다면 통합의 진정성을 갖기 힘들다. 가치 중심으로 통합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청년실업 해소 등 구체적인 민생제일주의 정책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현재까지는 야권에서 박근혜 전 대표 대항마가 없는 것 같다.
“인물은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돌파하고 커야 한다. 그런 기풍이 필요하다. 도처에 장애물과 문턱이 있으면 안 된다. 누구나 다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 국민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리더는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비전과 가치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하루 빨리 복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복당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복당에 대해서는 이미 4월29일 선거가 끝난 날부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당신청서를 내고 안 내고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크게 하나되는 통합 과정에서 민심의 한복판에 서는 것이다. 지금은 민주당의 위기다.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민주당 얘길 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과의 차별화 일환으로 손 전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합 문제가 심각한 국면에서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손 전 대표가 출마해 수원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전체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 맞서기에 중과부적인 가운데 한 석이라도 더 추가해야 한다.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이다. 의회주의가 제대로 뿌리 내리는 것이 한국이 제대로 서는 것이다. 정치를 하려면 의회에서 해야 한다. ”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후보군에 올라 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가.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고, 그런 시점도 아니다. 선결 과제인 통합작업에서 구심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다. 이제부터 내가 나서 통합을 향한 역할을 하겠다. 많은 분을 만나겠다. 통합을 바탕으로 민심의 지지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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