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MB물가’ 추석 오름세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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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개 주요 생필품 중 37개 품목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상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손녀에게 줄 한복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손녀에게 줄 한복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주부 최은순씨(57)는 근처 재래시장인 길음시장에서 추석용품 사전준비차 들렀다가 8월 제철 과일인 복숭아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4.5㎏들이 한 상자에 8000~ 9000원 하던 복숭아가 이틀새 3000~ 4000원이나 오른 것. 최씨는 “추석 대목이라지만 너무 비싸졌다.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된다”라며 말 끝을 흐렸다.

최씨는 “과일뿐 아니라 파·마늘 등과 조기·동태포 등 제수용품, 명절선물세트 가격도 만만찮게 올라 벌써부터 걱정”이라면서 “김장도 해야 하는데 생필품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을 2주 앞두고 생필품과 제수용품 등 물가가 크게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주름살만 늘어나고 있다. 생필품과 동태포 등 일부 제수용품 가격이 지난 8월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식용유와 설탕·마늘·생강 등 양념류 및 가공식품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등 추석 제수용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추석 체감물가 어느 때보다 심각
남대문 시장의 경우 아직은 본격적인 추석용품 준비로는 시간이 있는 편이어서인지 제수용품 구입을 하려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쇼핑을 나선 일본인 관광객만 많이 눈에 띄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남대문떡집’을 운영하는 김순석씨(여·55)는 “예전에는 추석 2주 전이면 송편등 추석용품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특히나 예약 손님이 없다”고 전했다. 19살 때 보따리 옷장사를 시작해 올해로 40년째 길음시장에서 옷장사를 해온 전경순씨(여·58)는 “이맘 때에는 추석빔을 사려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부모님 선물한다고 찾아온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면서 “IMF 때나 다를 바 없다”라고 푸념했다. 손님은 여전히 적고 추석용품 가격은 오른 것이다.

추석을 2주 앞둔 서울 남대문시장 모습.

추석을 2주 앞둔 서울 남대문시장 모습.

이런 분위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이른바 ‘MB물가’는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52개 주요생필품 중 37개 품목의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사전예고인 셈이다. ‘MB 품목’은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영향력이 큰 품목에 대해 특별관리할 것을 지시하면서 별도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MB 품목 가운데 휘발유, 등유, 경유, LPG 등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제유가의 하락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다소 내린 데 비해 다른 생필품 가격은 대부분 크게 올랐다. 특히 ‘먹을거리물가’의 오름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급등했다. 52개 품목 가운데 먹을거리와 관련이 있는 품목은 총 23개로, 이 가운데 6개를 제외한 17개 품목의 물가가 지난해보다 올랐다. 파는 1년 새 67.7%나 뛰었고, 우유는 20.7% 올랐다. 설탕(16.6%), 식용유(14.8%), 배추가격(12.6%), 고추장(11.3%), 달걀(10.9%)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21개 품목 집중관리 방침 세워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의 물가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현재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어 생필품 물가를 잡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약발’이 먹히는 수단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할당관세 조정을 통한 수입물가 인하 유도 정도이다.
 
정부는 업계에 가격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대기업의 가격인상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경제]‘MB물가’ 추석 오름세 심상찮다

제수용품과 추석선물 가격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와 재래시장 등에 따르면 추석이 다가오면서 대형마트나 재래시장 등에서 제수용품과 선물용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생강은 도매가격이 20㎏에 12만원으로 1년 전 6만5600원에 비해 2배 가량 올랐다. 소매가격도 1㎏에 1만원으로 지난해 4500원보다 122%나 폭등했다. 마른고추(600g)는 7500원으로 지난해의 6000원보다 25%나 비싸졌다. 마늘 1㎏의 도매가격은 4000원으로 지난해 3000원보다 29%, 한 달 전 3400원보다 17.6% 인상됐다. 조기는 공급이 태부족해 서민들은 구입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만큼 비싸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300g짜리 생물 참조기 1마리가 지난해 이맘 때 3만2000원 하던 것이 현재는 25% 오른 4만원에 팔리고 있다. 동태포도 4980원에서 5980원으로 1000원 올랐고, 황태포도 지난해에 비해 8~10% 오른 시세를 보이고 있다. 나물반찬으로 차례상에 오르는 시금치(400g)는 일주일 전에 1650원에서 2600원으로 오르는 등 상승 추세다. 가공식품도 올해 들어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명절선물로 인기가 높은 참치캔(165g)과 햄(스팸 340g)은 1년 전에 각각 1730원과 3940원이었으나 올해 들어 2000원, 4600원으로 올랐다. 식용유(1.5ℓ)도 지난해 43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랐고, 가공업체용 참기름(320㎖)은 일주일 전 5990원 하던 것이 65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부 박 모씨(40·경기 안양시 박달동)는 “동태포 등 생선류는 미리 구입하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명절 한 달 전에 구입했지만 올해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라 구입하지 못했다”면서 “다른 제수용품 가격도 크게 올라 검소하게 차례상을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9월10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21개 추석용품의 가격에 대해 집중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1개 품목은 쌀, 배추,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명태, 고등어 등 농축수산물 16개와 이·미용료, 목욕료, 삼겹살(외식) 등 개인서비스 5개다. 지난해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이른바 ‘MB물가‘의 후속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물가안정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생활물가로 인해 지갑을 열기가 무서운 게 현실이다. 최근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도 12.5%를 기록해 8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말까지 3%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수치로,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물가가 4.3%나 치솟은 바 있어 비교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모근씨(45·관악구 신림동)는 “생활물가 안정 방침이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게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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