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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지자, ‘추모의 바다’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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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뜨거운 추모열기… 포털·블로그에 애도 줄이어

네이버 추모게시판 캡처화면. <네이버>

네이버 추모게시판 캡처화면. <네이버>

다음 추모게시판 캡처화면. <다음>

다음 추모게시판 캡처화면. <다음>

인터넷이 또다시 추모 열기로 달아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87일만이다. 네이버, 다음, 야후, 파란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추모글로 넘쳐났다. 네이버가 ‘민주화의 영원한 불꽃이 되다’ 라는 제목으로 개설한 추모게시판에는 8월19일 오후 3시 현재 12만963건의 추모글이 실렸다. 아이디 ‘asas**’는 “당신은 민주주의의 꽃이고, 희망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영원한 대통령이십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 대한민국은 행복했습니다” 라고 애도했다. ‘hong**’는 “넬슨 만델라 같은 분을 잃게 되다니…가벼운 맘으로 먼 길 가세요. 사랑합니다, 우리들의 대통령님”이라며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초등학생이 적은 듯한 추모글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디 ‘tblq**’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알건 다 알아요. 근데 정말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김대중 전 대통령 할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쫌 충격적이었어요. 연세가 많으신데도 이렇게 나라를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구 하늘에서는 우리나라, 우리 민족 걱정하시지 말고 편히 쉬세요”라고 적어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렸다.

“위대한 별이 졌습니다”
다음도 ‘시대의 인동초 지다’라는 게시판을 개설한 후 8월19일 오후 3시 현재 4만5556명의 누리꾼들이 애도 글을 올렸다. 아이디 ‘다프네’는 “위대한 별이 졌습니다.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맘이 슬퍼 비가 내립니다”라고 애도했고, ‘꿈입니다’는 “벌써부터 보고 싶습니다…통일도 보고 가시지…왜 그리 빨리 가신 겁니까?”라는 애절한 글을 남겼다. ‘호학위공’은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우리가 우리의 적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자. 그래서 사랑하는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 -사형선고 후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라는 김 전 대통령의 편지 글을 인용하며 비통한 마음을 실었다.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에도 서거 한 시간만에 350여 개의 추모글이 게시됐고, 아고라 추모 서명에서는 누리꾼들의 헌화가 이어지고 있다.
 
야후코리아가 개설한 ‘민주화의 큰 별. 이제 국민 가슴에’라는 추모게시판에도 2000여 건의 추모글이 실렸다. 아이디 ‘saint722’는 “고교 시절 제가 살고 있는 도시를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밤늦도록 기다리다가 수많은 인파 가운데 무개차 위에서 손을 흔드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대통령님을 보았었는데…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김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포털뿐 아니라 개인 블로거들도 애도의 뜻을 담은 검은리본(▶◀)과 삼베(▦) 이모티콘을 자신의 블로그에 걸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파워블로거인 이정환닷컴은 “노환이지만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이토록 마음이 아픈 것은 그가 평생을 다해 추구해왔던 가치들이 함께 무너지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토씨도 “죄스럽다는 말 외에는 꺼낼 게 없다. 편히 보내드리지 못한 게 죄스럽다. 남은 자로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 게 죄스럽다”고 애도했다. 예술인과 정치인, 기업인의 추모글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재임시 IT산업과 문화산업을 적극 육성했던 것과 관련해 IT 관련 기업인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추모글도 많았다.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트위터에 “오후 2시에 미팅을 끝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접했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 謹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 실리콘밸리에 온 석종훈 다음 이사회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곳은 한밤중인데 살아 있는 동안은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삶은 결국 허망한 것이라는 생각이 교차하네요”라고 썼다.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슬픈 날입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고단했던 평생의 역정과 결별하시고 부디 평안으로 영생하소서. 엎드려 절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트위터에 “큰 인생을 살아오시고 짙은 그리움의 향기를 남기고 떠난 김대중 대통령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기원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 비보를 듣고 마치 태백산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별명이 ‘문화대통령’인 가수 서태지씨는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대중문화’와 ‘음악’을 사랑해 주신 분으로 ‘존경’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작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상이 텅 비었습니다”라며 “하나님, 이제 대한민국을 버리시는 일만 남았습니다”라고 썼다. 진보논객 진중권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사형선고를 받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고…. 수십 년 동안 ‘빨갱이’ 소리에 시달려가면서도 기어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그 의지와 신념…. 하지만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그도 한 명의 인간인가 봅니다”라고 말했다.

보수 인사들의 독설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조갑제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후 평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대중씨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맨주먹으로 맞섰던 사람이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납치·투옥되었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연금도 당했다”면서도 “그러나 고 김대중씨는 그런 불굴의 용기를 희대의 학살자 김정일 앞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평소 김 전 대통령의 대북관을 강력히 비판해온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도 8월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실을 논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어른이 가고 난 뒤에 그의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리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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