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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호전은 경기 회복 기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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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 현황과 전망’ 주제강연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이 한국경제의 현주소와 앞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카네기 연구소 제공>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이 한국경제의 현주소와 앞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카네기 연구소 제공>

우리 경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 등 해외발 악재로 외환 위기 이후 최대 어려움을 겪었다. IMF 외환위기 이래 최대 충격이었다. 다행히 경기선행 지표들에 파란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 위기는 끝난 것인가. 실제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제 회복은 언제쯤 가능한 것일까. 또 경기가 회복된다면 지속성장은 가능할 것인가. 6월 10일 서울 노보텔호텔에서 열린 카네기 CEO클럽 조찬포럼에 특별강사로 초빙된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국 경제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낙관적 전망
김 원장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2010년 이후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 대응한 그간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내수가 대외 충격의 완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침체가 더욱 심화했다. 경제가 좋으냐 나쁘냐는 소비와 설비투자가 결정한다. 소비와 설비투자를 합친 게 내수다. 내수가 한국 GDP(국민총생산)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IMF 지원을 받은 동구유럽의 일부 국가보다 환율이 더 곤두박질치는 수모를 당하게 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대까지 치솟고 코스피지수는 800대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현재 경제선행지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6개월 후 소비 증감을 예측할 수 있는 소비자지수(CSI)는 지난 3월 68포인트이던 것이 6월 현재 109포인트로 높아졌다. 한 달 뒤 기업투자 증감 향배를 예측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93.7포인트에서 103.8포인트 높아졌다. 기준은 100포인트이며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전망을,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고 본다. 김 원장은 “아직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곧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조정, 즉 내수를 확대할 수 있는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런 기대심리는 곧 실망으로 바뀔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1년 카드대란과 2004년 경기 침체와 비슷한 사태를 우려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카드와 주택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는 카드대란으로 이어졌고 이는 급격한 소비 감소를 가져왔다. 다행히 세계의 호황기 덕분에 수출이 잘 됐고, 이것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 됐다. 노무현 정부는 수출 부진과 내수 급감의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 정책(추경예산 편성)과 소비촉진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처럼 인위적이고 정부 주도적 경제정책은 곧 효과가 소진되고 말았다.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3~4%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세계 평균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이었다. 이 와중에 발생한 세계 경제 위기는 한국에 심한 타격을 안겨줬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분석의 근거는 무엇인가. 김 원장은 “재정투자확대와 금리인하→소비·투자 회복→물가·원자재값 상승→수출과 소비 둔화→환율 급락→경기 침체와 같은 경제 패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기 파동은 있겠지만 그 폭은 적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장기적 경기 회복 모델을 경기 회복과 경기 침체를 반복하는 W자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북한변수’를 제외한 상정”이라면서 “이 변수를 상정하면 환율은 더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08년에 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간접투자액이 약 600억 달러”라면서 “이 돈이 한국의 원래 투자처로 다 돌아오지 않고 300억~400억 달러만 돌아오면 한국 경제는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불안정성은 여전
미국 발 세계 경제 위기는 두 차례 파고를 겪었다.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제기된 지난해 7월 위기, 동유럽 국가들의 국가부도사태로 인한 올해 3월 위기가 그것이다. 경제 위기의 큰 불은 꺼졌다고 하지만 유럽 발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예고되는 등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유럽 금융 위기의 본질은 서유럽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쓴 동유럽국가들의 허약한 경제 체질에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세계 경제 13위 국가였다”고 전제하고 “다행인 것은 문제되는 서구 유럽 금융기관의 채권을 모두 합쳐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그것보다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된다면 영국의 소비자 신용 추락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확대 등이 더 악화한다면 IMF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지금은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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