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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에 대한 소문 ‘확인 안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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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정보 극히 제한적, 나이도 확실치 않아

지난 1일 국가정보원이 김정일의 3남 김정운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전하면서 김정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운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일단 나이부터 불확실하다. 북한과 한국에서는 그가 1983년 생이라고 확정하고 있지만, 외국 언론은 나이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월 3일자 기사에서 “김정운의 나이는 불확실하다. 20대 중반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썼다. 파애낸셜 타임스도 6월 2일자 기사에서 “20대 중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만 적었다. 외모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촬영된 사진 한 장이 전부고, 국방위원회에서 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김정운은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였던 고영희와 김정일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영희는 재일동포 ‘귀국자’로, 한때 아버지가 재일동포 고태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국정원은 2006년 12월 22일에 낸 보도자료에서 ‘고영희는 1999년 사망한 재일동포 고경택의 딸’이라고 확인했다.

김정운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정운의 개성에 관한 국내외 언론의 보도는 거의 전적으로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과 그의 책 <김정일의 요리사>에 의존하고 있다. 후지모토는 1988년부터 2001년까지 13년 동안 김정일의 요리사로 일하면서 김정일 가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의 증언을 통해 김정운이 두 살 터울인 형 정철(81년 생)과 달리 승부욕과 리더십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지모토에 따르면, 서로 편을 갈라 농구시합을 한 후 김정철은 팀원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던 데 반해, 김정운은 팀원들을 모아놓고 “왜 그쪽으로 패스했느냐, 더 연습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김정일이 여러 차례 김정철에 대해 “그 애는 안 돼. 여자아이 같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인 요리사 증언에 의존
그러나 이 같은 일화를 바탕으로 김정운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것은 근거가 허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김정운에 대해) 김정일과 성격이 비슷하다, 카리스마가 있다, 리더십이 강하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어린 시절 승부욕과 지도자로서 리더십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정운은 김정철과 마찬가지로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학 시기에 대해서는 추정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철이 1993년부터 1998년까지 같은 학교에서 유학한 점에 비추어 김정운은 그보다 조금 늦은 1996년부터 1998년 사이에 스위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운은 국제학교 재학 시 이 학교를 찾은 한국 외교관과 만난 적이 있다. 이 외교관은 김정운을 보고 한국 학생으로 잘못 알고 “한국에서 왔구나. 공부 열심히 해라”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김정운은 이에 대해 “나는 (한국이 아니라) 북조선에서 왔다”라고 말했지만 그 외교관이 알아듣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운은 지금도 국제학교 동창생들이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와 친교를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철과 김정운은 이후 어머니 고영희가 ‘아들이 선군정치를 이어받아야 한다’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력히 요청해 군간부 양성학교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군사학을 공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철은 2001년부터 2006년 4월까지, 김정운은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이 학교에 다녔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정보가 부족하기로는 김정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정철은 호르몬 이상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고 노동당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김정철은 3년 전 미국 가수 에릭 클랩튼의 팬이라는 보도가 나와 화제를 모았다. 2006년 일본 후지TV는 그해 6월 15일 김정철로 추정되는 인물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등에서 미국 가수 에릭 클랩튼의 콘서트를 감상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당시 이 방송은 ‘에릭 클랩튼의 열렬한 팬인 김정철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독일에 왔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의 세 아들 가운데 대외적으로 가장 많이 노출된 인물은 장남 김정남이다. 1971년 생인 김정남은 북한 영화배우 성혜림이 월북작가 이기영의 장남인 이평과 결혼한 지 2년 만에 이혼하고 김정일과 만나 낳은 아들이다. 성씨는 2002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은 2001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불법 입국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체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장남인데다 바로 아래 정철보다 열 살 위였던 터라 북한 권부 내에서 입지도 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이 탄탄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김정남은 IT산업과 통신산업, 미사일 수출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2001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상하이 방문 때 동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나리타 공항 사건 이후 김정남은 사실상 후계자 물망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해외 여러 곳에서 그의 행적이 확인됐고, 2002년에는 북한에서 정철과 정운의 어머니인 고영희에 대한 숭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정남 후계자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정남은 경우에 따라 해외 망명
김정남은 최근 TV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2007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후지TV를 통해 취재진의 질문에 능숙한 프랑스어로 대답하는 김정남의 모습이 소개됐다. 올해 1월 24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후계구도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그는 “(후계구도에 대해)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면서 “아버지께서만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운이 후계자가 될 것이란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것은 동생에게 직접 물어보라” “(후계자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북한 로켓 발사 직전 일본 민영방송 TBS와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과 주변국 사이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그 점이 걱정된다”면서 “만약 후계자라면 마카오에서 여행하고 있겠느냐. 북한에서 특별한 정치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후계자가 김정운으로 내정되면서 향후 김정남은 앞서 김평일이 갔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은 1954년 김일성 주석과 김성애 전 여성동맹위원장 사이에서 태어나 한때 김성애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유력한 후계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1974년 공식 후계자로 추대되면서 권력 중심부에서 밀려나 동구지역 여러 나라를 떠돌았고, 1998년부터는 11년째 폴란드 대사를 지내며 북한 내부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나리타 공항 사건 이후 해외를 떠돌다가 최근에는 주로 마카오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정남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지금도 김정남에게 북한은 커다란 감옥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경우에 따라 제3국으로 망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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