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특별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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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대주주’, ‘여의도 대통령’, ‘역대 최강의 비주류’, ‘경북 맹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일컫는 말들입니다. 모두 한나라당은 물론 보수 정치인 가운데 최대 지분을 가진 이라는 뜻입니다. 이것 말고도 별칭은 더 있습니다. 항상 수첩을 갖고 다니며 꼼꼼히 메모한다고 해서 ‘수첩공주’, 냉정하게 사리분별을 한다고 해서 ‘얼음공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팬은 많습니다. 그의 홈페이지엔 ‘골수팬’들이 넘쳐납니다. 정치적 영향력은 최고입니다. 오죽하면 그의 이름을 딴 당이 나오겠습니까. 중국을 방문하면 후진타오 주석이 환대하고, 2002년 방북 땐 김정일 위원장에게 최고 대접을 받았습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은 결혼하지 않은 그를 ‘여사’라고 불렀습니다. 최고의 호칭입니다.  

정치게임에도 능합니다. 박 전 대표는 집권 2년차인 이명박 대통령과 ‘맞장’을 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회의원일 겁니다. 최근에도 이 대통령과 힘겨루기를 했고, 이겼습니다. 4·29재·보선 참패 후 친이·친박 갈등 봉합 차원에서 나온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제의를 물리친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졌습니다만 경선에서 현직 대통령과 맞겨룬 정치인은 박 전 대표가 처음 아닌가 합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는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고, 면도칼 피습 사건 등 곤경도 많이 겪었습니다. 그의 힘을 ‘대통령의 딸’이란 후광 덕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독재자의 딸’이란 부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단아한 외모, 극도로 절제된 언행이란 말로도 다 설명이 안 됩니다.

깨끗한 이미지도 거론할 수 있겠습니다. 배신한 적 없고, 이기적이란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원칙을 지킵니다. 정치인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가 그에게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부자가 남에게 관대하듯이 큰 정치 지분을 갖고 있어 비윤리적 처신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너그럽지 못한 부자도 많은 세상입니다.

여기에 정치적 곤경을 맞이할 때마다 적절한 언행으로 이를 헤쳐나가는 솜씨를 보면 정치 고수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국면을 전환하는 그의 재주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뛰어난 ‘조언자 그룹’을 숨겨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이 같은 긍정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의 인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향수에 편승한 것일 뿐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말도 있고, 여성적인 매력 덕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평가야 어찌됐든 그가 늘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Weekly 경향이 이번 호에 그를 다룬 것도 그 같은 현실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박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조호연 편집장 c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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