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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박근혜 대항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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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전 의원은 ‘암중모색’

왼쪽_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오른쪽_ 이상득 의원(왼쪽)과 이재오 전 의원이 2007년 8월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민규 기자>

왼쪽_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오른쪽_ 이상득 의원(왼쪽)과 이재오 전 의원이 2007년 8월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민규 기자>

한나라당은 한 지붕 다가구다. 친이세력과 친박세력은 사사건건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친이계 세력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이상득계의 선거 패배 책임론과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 재개를 둘러싼 함수관계는 당내 세력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친이세력 내 계파인 친정직계·이재오계·이상득계 사이의 임계선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친정직계 세력도 자신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또 중도세력은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지만 분화한 당내 세력의 결속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거기에다 제 세력의 수장들은 대권의 1차 관문이 당 장악을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4·29재·보선 패배 수습책으로 제기됐던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안’을 박근혜 전 대표가 비토한 후 약간 상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내 세력전선은 외견상 ‘박근혜 대 비(非) 박근혜’로 단순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내 세력 판도 ‘박근혜대 반박근혜’
박 전 대표를 포함해 당내 3대주주인 친이주류(친이상득)와 친이비주류(친이재오)를 이끌고 있는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이 ‘침묵수행’과 ‘암중모색’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경주 선거에서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의 패배로 이상득 의원은 ‘근신행보’로 접어들었다. 5월 13일 열린 중진·최고위원회의도 불참했다. 그는 또 “비공개회의 발언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당분간 당 회의에서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셈이다.

이재오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현실정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측근 진수희 의원은 “현재 당 쇄신책으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과 이 전 의원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전제하면서 “설령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이 전 의원이 전대에 출마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이어 “아직 두 진영(친박 대 반박)으로 양분하기에는 당내 사정이 너무 복잡하고 산재한 문제가 너무 많다”면서 “사안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입장 정리가 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 의원의 말대로 그런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일련의 현상이 친박세력의 압박으로 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세력의 판도가 ‘박근혜 대 반박근혜’로 양분된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당권 경쟁의 장이 될 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와 관련해서는 ‘친박 대 반박’의 구도가 확연히 형성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친이계로 분류되는 심재철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다. 심재철 의원은 ‘함께 내일로’라는 의원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함께 내일로’의 모임 취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견제세력이 되자는 것이다. 당내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이날 소속 의원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열고 “쇄신특위는 실질적 쇄신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까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조기 전대 자체가 올바른 당의 화합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함께 내일로’는 계파적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단체는 아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선동 의원도 모임의 일원이다. 진 의원은 심재철 의원의 제안에 대해 “심 의원은 이 전 의원이 귀국한 뒤 만난 일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심 의원의 생각을 이 전 의원이나 이재오계의 생각으로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본21’ 등 소장파 의원들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9월 정기국회 이전 전당대회 개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권의 한 의원은 “이들이 당내 쇄신방안을 만드는 데 완충지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진의원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소장파 의견에 일정 부분 동조함으로써 당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다 남경필(4선)·정병국 의원(3선)이 ‘원조 소장파’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조기 전대는 친이-친박을 넘어서는 새 리더십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사람은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이 최일선에서 당 쇄신 방안과 관련해 가장 선도적인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정 최고 ‘쇄신론’으로 입지 강화 노려
특히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지도체비를 “그림자 정치”라고 비판했다. 실세의 대리인이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그림자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며 “박근혜 전 대표 등 실력자들이 전당대회에 참전하라”고 주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5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분리 선출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입당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양분된 세력정치의 그늘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당내 세력 구도를 흔들 필요성이 절박한 것이다. 그 돌파구가 바로 제도 개선인 셈이다.

자신의 뜻이 관철되든, 관철되지 않든 정 최고위원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등 친이세력의 수장들이 운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그에게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이용, 박 전 대표의 대척점에 스스로 자리매김을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즉 ‘박근혜의 대항마=정몽준’이라는 등식을 고착화시키려는 것이라는 게 여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정 최고위원의 행보에는 최근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국민적 요구인 ‘쇄신론’을 정치적 입지 강화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 최고위원을 돕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오는 6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미국 방문길에 정 최고위원을 데려가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정몽준 힘 실어주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보선 이후 당이 어수선한 시기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인식돼온 정 최고위원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가에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박근혜 진영은 일련의 상황을 의심의 눈길로 보고 있다. 묵계된 각본에 따라 연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힘은 대중적 인기와 당내 세력에서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친박세력이 더욱 결속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래저래 친박·친이 세력은 막다른 대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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