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기중에 사회연대헌장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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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자기비판 통해 내부 혁신 나서

[인터뷰]“임기중에 사회연대헌장 만들겠다”

5월 1일 오후 3시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노동절·국민촛불 정신 계승·민생살리기·민주주의 살리기·MB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연대선언문’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은 자신의 임무를 모두 수행하지 못해 노동자 내부의 차별로 전화되는 역설적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은 수 차례에 걸쳐 혁신을 약속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민주노총 조직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자기비판을 한 것이다. 향후 활동이 부분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한 발언이다.

임 위원장의 임기는 성폭력 사건으로 사퇴한 이석행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 8개월이다. 그럼에도 취임 이후 ▲사회연대선언 ▲대정부 교섭 요구 ▲위원장 직선제 등 굵직굵직한 방안들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5월 하순(5월 14일 발표 예정이었지만 시기가 조금 미뤄졌다)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대정부 교섭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교섭 대상이 아닌 정부를 상대로 노동단체가 교섭안을 내는 것인데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6월 국회 최대 쟁점이 될 노동계 3대 법안과 미디어법안에 대한 민주노총의 행보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또 임 위원장은 “5월 총파업은 없다”고 밝혀 민주노총의 향후 투쟁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으로 화물연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총파업 요구 움직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 5월 14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만난 임 위원장은 “8개월 위원장이지만, 8개월이 이렇게 길지는 몰랐다”며 웃음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Weekly 경향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5월 14일 현대건설노조 등 4개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예전에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던 노조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현대건설노조는 2008년 1월 31일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한 곳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민주노총을 깨려는 세력이 ‘3각 편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보기관이 민주노총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이것을 보수언론이 주요하게 다뤄 여론화시킨다. 그리고 노사관계 문제나 현안들을 국회에서 입법의 형태로 민주노총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 총파업은 없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얼마 전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으로 화물연대에서 총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6월에는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언론노조도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개별 노조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총파업 전술은 밑에서 요구하는 방식과 민주노총 차원에서 공동의제를 걸고 중앙지침에 의한 것이 있다. 1월 21일 민주노총 정기대회에서 1년 사업을 수립할 때 대략 총력 투쟁 시기를 5월부터 7월로 잡았기 때문에 여전히 총파업 카드는 유효하다. 박종태 열사 건은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안이고, 만일 박종태 열사 사건이 없었으면 5월 총파업 계획은 없었다. 다만 이제는 내부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총파업 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잦은 파업으로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이라는 국민적 비판이 일어났고, 민주노총의 기반이 약화됐다. 하지만 파업은 노조가 가진 최대의 투쟁 수단인데, 파업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교섭에 임하면 노조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웃음) 민주노총은 기본적으로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충격을 받는 조직이다. 예전에는 1년에 13번이나 총파업 선언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총파업을 한다고 선언만 해서는 자본이나 정부가 겁을 먹지 않는다. 준비한 후에 총파업을 선언해야 외부에서 힘 있고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것이다.”

한국노총과 연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연대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정책연합을 하고 있는 한국노총 지도부가 문제다. 지도부가 정책연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박수를 쳐줄 텐데…. 계속해서 이상한 행동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 연대할 계기가 별로 없다.”

6월 국회에서 법안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법안,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관계법 개정 작업과 미디어법까지 맞물려 있다. 만일 민주노총의 의지와 별개로 노동계 법안이 정부와 한나라당 안대로 통과되면 민주노총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가 정부에 교섭을 요구하는 것들이 지금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야당과 민주노총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막 나간다’면 우리 역시 막 나갈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법의 경우 사용 기간 4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의 입장은 시행 시기를 유예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안의 개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복수노조는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다만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 창구와 관련해서는 ‘자율교섭제’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 관련 법안이 패키지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노동 관련 법안 중 희생해야 할 법안이 나올 수도 있는데.
“한국노총에서는 그걸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우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3개 법안을 모두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이 비정규직법을 처리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추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나. 노사정위원회 참석과 결부된 것이라고 보는가.
“추미애 위원장이 4월까지 법안심사를 위한 소위도 꾸리지 않고 버텨줬다. 추미애 위원장 같은 의원이 몇십 명만 있어도 민주노총에 대단한 힘이 될 것이다. 추미애 위원장이 버티니까 홍준표 원내대표가 ‘환노위가 불량 상임위다’라고 발언할 정도였다. 5월 12일 환노위에서 비정규직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문위원회의가 열렸고, 그 자리에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날 결론을 듣고 추미애 위원장이 이런 식이라면 법안을 상정하기 곤란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추미애 위원장도 노사정위원회에 대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추 위원장이 이야기한 사회적 합의는 각계의 합의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5월 중순까지 정부 교섭을 요구한다고 했는데 파트너가 어디인가. 과거처럼 대통령이나 총리를 파트너로 삼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교섭 내용은 정해졌는가.
“정부 교섭은 말 그대로 정부다. 청와대를 상대로 할 것이고, 청와대가 정 어렵다면 청와대가 위임한 곳을 상대로 할 것이다. 정부가 보여줄 반응은 세 가지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섭에 응하거나 묵살하거나 또는 교섭도 아니고 묵살도 아닌 채로 흘러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정부가 민주노총의 교섭을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업자, 비정규직,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파업을 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인데 정부가 묵살하면 되겠는가.”

4월 13일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이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인사차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경향신문>

4월 13일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이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인사차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경향신문>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까지 노동계·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에서 정부 교섭을 요구하면서 이런 내용만 담길 것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다.
“‘정규직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정규직이 임금을 많이 받고 있는 게 아니다. 특수계층과 직종에 따라서 그런 곳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 이야기다. 정규직이 양보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양보 요구는 정부의 임금 삭감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5월 1일 위원장의 ‘자아비판’이 화제가 됐다. 그리고 이날 ‘사회연대 운동’을 천명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안는다고 했는데, 현장의 목소리는 지도부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원래는 대다수 조합원과 함께 사회연대운동을 구체화한 후에 발표하려 했지만, 그러면 내 임기가 다 지나가버린다. 빠르게 하면서도 좋은 여론도 끌어내고 노조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연대운동을 발표했다. 위로부터의 전략이었다. 5월 1일 자아비판에 대해서 ‘위원장이 나서서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해라’는 말은 들었지만, 비판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 정규직 직원들도 고민했고, 양심적인 갈등도 많았기 때문이다. 노동절에 모인 노동자들이 문제를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핵심을 정리한 것이다.”

‘사회연대운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위원장의 임기가 짧은데 그것이 차기 집행부까지 이어지기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연대운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것이다.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운동을 선포하면서 사회적으로나 국민적으로 정부에 비해 우위에 섰다고 생각한다. 8월 정도에 임시대회를 열어 사회연대헌장을 채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채택된 헌장은 집행부가 바뀌어도 헌법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만들 것이다. 사회연대헌장에 들어갈 내용은 이제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민노당에 대해 배타적 지지를 해왔다. 울산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당선했는데, 진보신당과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선거가 있기 전 1월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 세력의 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보정당 세력이 하나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다. 민주노총은 진보신당도 민노당처럼 동등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 선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석행 전 위원장 시절 준비하다가 선거 때문에 중단됐는데, 다시 준비하려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 아닌가.
“몇 년 동안 나는 직선제를 계속 요구해왔다. 직선제팀을 꾸려서 직선제 후유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공무원 노조 출신이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폭력 파문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졌다. 당선하면 ‘성평등미래위원회’를 가동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
“성평등미래위원회는 전무후무한 조직이 될 것이다. 사람을 계속 뽑고 있는데, 지원자가 너무 적다. 생각보다 속도가 늦은데, 곧 가동될 것이다.”

임기 동안 꼭 해결하고 싶은 사안은 무엇인가.
“우선 6월에 예상되어 있는 노동법 관련 개악을 막는 것과 사회연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내부에 마련해놓고 가고 싶다.”

혹시 다음 위원장 선거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
“노동운동을 20여 년 동안 해오면서 내일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원장으로 생활하다 보니까 내 생활이 전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노동운동 현장을 떠나면 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우선 노동운동 20년 역사를 정리해보고 싶다. 요즘 후배들이 노동운동의 역사를 잘 몰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50대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노래패를 조직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 노래는 잘 못하지만.(웃음)”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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