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잡는 대학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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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학생이 울고 있습니다. 등록금 때문입니다. 원치 않는데도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가고, 알바를 합니다. 일부 학생은 대부업체의 덫에 걸리기도 하고 유흥가로 진출하기도 합니다. 신세를 망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파탄나는 가정도 있습니다.

국가가 요구하는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등록금이 ‘개인파괴범’ ‘가정파탄범’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지요. 초·중·고교의 사교육비 못지않은 폐해를 낳고 있는 겁니다.

한 학기 벌어 다음 학기 강의를 듣고, 그 다음 학기에 다시 휴학하는 일이 반복되면 국가 고등 인재로서 응당 갖춰야 할 전문지식이나 교양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할 시간에 술집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고등 인재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이런 학생들을 두고 있는 대학들이 제대로 된 상아탑이 될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대학에 다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학생들이 학업에 정진하지 못하고 돈 버는 일에 내몰리는 부조리는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요. 우리 사회의 ‘학력인플레’를 우선 꼽을 수 있습니다. 대학 간판이 없으면 어디서든 행세하지 못하는 세상이니까요. 무리해서라도 자녀를 꼭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입니다. 이래서 고교 졸업생 10명 가운데 8.4명이 대학(2~4년제)에 진학하는 ‘기현상’이 빚어집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가운데 최고의 대학진학률입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도 작금의 ‘등록금사태’와 상관성이 있습니다. 대학 설립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준칙주의가 1997년부터 시행되면서 많은 대학이 문을 열었고, 대학 간판을 원하는 사회적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84%의 대학진학률은 대학 진학을 원하는 고교 졸업생은 거의 모두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해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중단한다면 문제가 사라질까요? 물론 대학 숫자를 줄이면 자연히 대학생 숫자도 줄 것이고, 등록금 때문에 우는 대학생도 감소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닙니다. 우리의 교육열이 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등록금을 낮추는 방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낮추고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것입니다. 명분은 충분합니다. 우리 대학들의 국가·사회 발전 기여도를 감안할 때 그 정도의 정부 지원은 무리한 일이 아닙니다.

등록금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이자 사회적 문제이며, 국가 차원의 문제로 번진 지 오랩니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풀기 어려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뇌며 과거 정부 탓을 하는 것이 버릇이 된 이명박 정부지만 등록금 문제만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대학생들의 고통과 한숨은 현실이며, 그것을 방치하면 국가적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이것이 이번 호에 등록금과 관련한 대학생들의 우여곡절과 정부·정치권의 대처를 다룬 이유입니다.

까먹을 뻔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Weekly 경향 편집장을 맡은 조호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조호연 편집장 c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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