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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도전 ‘눈높이’를 낮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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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제공하는 공적서비스 적극 활용하고 목적 분명히 해야

지난 1월 서울 관악고용지원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1월 서울 관악고용지원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통계청 통계로 2009년 3월 현재 50~59세 실업률은 2.4%. 준고령자로 분류되는 50~54세의 실업률도 2.4%다. 60대를 제외하고는 전 연령대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실업률이 8.7% 달하는 20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50대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기보다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수치만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불황기 감원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채용문도 좁다. 전체 채용시장에서 40~50대 경력직 채용 비중은 30대 초중반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특히 관리자급일수록 문이 좁다. 지금 직장을 그만두면 새 직장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50대가 재취업을 하려면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한국고용정보원 노경란 박사는 먼저 “노동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50대 이상은 지인들의 네트워크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경우 자신이 아는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경력구직자 85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4.3%가 재취업을 위해 ‘인맥’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재취업전문기관을 이용한다는 사람은 9.2%에 그쳤다.

생계형인지, 용돈벌이용인지 구분을
준비 운동의 다음 단계는 눈높이를 조정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용시장에서 기존 직장의 사회적 지위에 미련을 가지면 취업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사무직인 경우 30~40대와 달리 50대 이상은 은퇴 후 이전 직장에서와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서울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 이상현씨는 “가령 은행에서 일하다 퇴직한 분은 같은 사무직으로 간다 하더라도 급여 수준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 상담에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은 퇴사 후 3개월이 지난 후에야 한다. 그 이전에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 스스로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노사공동 재취업센터 양균석 선임팀장도 “50대인 경우 일자리 자체가 워낙 없다. 이론적으로야 어떨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재취업 목적을 분명하게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노 박사는 “목적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사회봉사를 하기 위한 것인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동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50대를 위해 제공하는 재취업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훈련은 기본이다. 고용지원센터가 미리 지정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수강하려면 직업능력개발계좌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는 노동부가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운영하는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고용보험 가입자가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용지원센터에 구직등록을 한 50세 이상 실업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은 4개월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2~6개월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고용지원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올해부터 주무 기관이 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넘어가면서 고령자에게 적합한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받은 후 현장 연수를 받도록 함으로써 취업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수강료는 무료이고, 참여자에게는 매달 20만 원의 수당을 지원한다. 다만 출석일수를 80% 이상 채워야만 20만 원을 모두 받을 수 있고, 출석일수가 60% 미만이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올해부터는 전국적으로 18개 운영기관에서 19개 과정이 운영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5곳, 영남권에 9곳, 호남권 3곳, 충청권 1곳, 제주도에 1곳이 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단순직 한계
근로복지공단을 이용하면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생계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정규직과 고용보험법이 인정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실직자다. 비정규직의 경우 최대 300만 원, 실직자의 경우 최대 600만 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대출 조건은 1년 거치 3년 균등 분할이고 금리는 2.4%다.

취업에 필요한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받고 싶다면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를 찾으면 된다.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는 2004년 노사정위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따라 재취업과 창업 지원 등 전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구직자와 구인기업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주된 기능은 컨설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오프라인 서비스는 여의도센터에서만 가능하다. 재직 경력이 1년 이상인 실직자는 누구나 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직장 경력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대상이다.

경기도는 올해 4월부터 여성 구직자를 위한 온라인커리어코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경기도 공공여성전문 교육기관인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운영한다. 서비스의 핵심은 진로 방향 결정과 취업 향상 교육이다. 직접상담과 온라인·전화상담이 가능하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에서 50대 여성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4월부터 모집을 시작해 내년 2월까지 5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다.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전통공예 강사나 요양보호사 과정도 있지만 교육 과정의 상당수는 주차정산관리원, 보일러냉동관리, 조경기능사, 자동차판금도장 등 단순기능직에 몰려 있다. 올해 대상 인원도 700명에 불과하다. 노경란 박사는 “최근에는 주례사, 전통음식 조리사, 숲 해설 전문가 등 새로운 직종들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일들은 파트타임이고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단순노무직에 편중돼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50대 재취업 전략 6계명

1.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라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나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어야 합리적인 판단과 체계적인 준비가 가능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경력사항, 강점과 지인, 동창들의 연락처 등을 정리한 노트를 만들고 구직 과정을 기록하는 취업일기를 작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활용하라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이란 직장을 떠나야 할 때 현 회사에서 다른 직장을 구하도록 도와주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이다.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이 있는 기업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점은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점. 회사에 이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에는 노사공동 재취업센터나 경총 산업기술인력 아웃플레이스먼트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

3. 취업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라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를 활용하기 힘든 경우라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센터가 설치되어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또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는 10년 이상 관리직이나 전문직 경력자의 구인구직을 알선하고 있다.

4.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주변에 자신이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리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단 과거의 경력은 잊어야 한다. 체면이나 보수보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5. 재취업 교육을 받아라
무작정 남들이 많이 받는 교육을 받는 것은 곤란하다. 젊은 인력의 수요가 많은 분야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연령, 흥미와 적성, 인력수요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6. 정보력·체력은 기본
경력자 채용은 소규모 수시채용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빨리 채용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기업에서 고령층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건강과 체력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평소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하며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자료제공 인크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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