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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 100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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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경향·미래전략연구원 공동기획 오감도

‘Weekly 경향’은 미래전략연구원과 공동 연중기획으로 하나의 사안에 대해 그 분야 최고전문가 5명의 진단과 시각을 보여주는 ‘오감도’를 선보입니다. 첫 기획은 4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마련했습니다. 경제, 리더십, 사회문화, 외교안보, 한반도정책으로 나눠 오바마의 100일을 조명했습니다. 전문은 미래전략연구원 웹페이지(http://www.kifs.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경제 아직도 응급처치 중
<손욱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서울대,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취득>

‘First 100 days’. 이 말은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취임 100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취임하자마자 전격적인 조치를 쏟아내며 대공황에서 경제를 건져낸 기적 같은 기간이었다. 옛 기억을 되살린 미국인들은 오바마의 ‘첫 100일’을 기대했다. 소비와 투자 심리가 바닥으로 치닫고 금융회사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켜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취임 100일의 오바마는 루스벨트와 달랐다. ‘무엇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경기부양안의 의회 통과에 시간을 소모했고, 금융구제안은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가 빠져 시장의 실망을 초래했으며, 은행 국유화 논란은 방향을 잃고 금융 불안을 더욱 부채질했다. 심리적인 효과를 얻는 데 실패했기에 오바마의 경제정책 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것이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뉴딜 정책과 뉴 프론티어 정신을 바탕으로 한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이었다. 정부 개입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광범위하게 분배하고, 공정성을 근거로 자유무역협정을 수정하며, 심화한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조세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은 이러한 경제철학을 실천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리더십 통합성과 당파성 사이의 균형
안병진<경희사이버대·서강대, 미국 뉴스쿨에서 미국정치 전공.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집권한 이후 오바마 정부 100일의 리더십 스타일 평가의 측면에서만 보면 그는 통합과 당파성의 관계에 대해 균형감과 그것이 관철되는 수단에 대한 지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인사정책, 대 의회관계, 대외노선 등에 전반적으로 관철되는 리더십의 정신은 ‘통합주의’라고도 이름붙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초당적 통합주의는 자칫하면 리더십의 방기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 과정은 방만하지 않고 효과적이며 단호한 방식의 리더십 행사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통합주의만 아니라 당파성에서도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어마어마한 예산안을 제출하고 의료보험제도의 전면적 개혁과 노동조합의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풀뿌리 운동과 긴밀한 결합,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의 선구적 활용 등을 통해 당파성의 적절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리더십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점인 ‘시대의 흐름에 대한 근본적 통찰’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끝까지 근본적인 은행 국유화를 거부하고 민관 거버넌스에 의한 해법으로 봉합한 과정이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사회문화 새로운 통합의 가능성을 열다
이현송<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부·서울대 사회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박사. 저서로는 <미국문화의 기초> <미국학의 이론과 실제> 등>

현재까지 오바마 정부가 가져온 변화 중 두드러진 것은 구체적인 정책의 효과보다는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가져온 충격이다. 근래 시행된 여론 조사에서 일관되게 흑인에 대한 백인의 편견이 감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딥 사우스라 일컬어지는 미국 남부의 골수 보수주의 지역은 지난 선거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가 가장 적었던 곳인데, 이곳에서조차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감소되고 있다는 소식은 경이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TV 뉴스에서 자주 대하면서 여전히 흑인은 머리가 나쁘고 게으르고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편견을 견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 인하여 백인의 마음속에 흑인도 교육받고 유능하고 세련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이미지가 강화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뿐 아니라 흑인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이후 중등학교에서 흑인 청소년들의 장래 계획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보다 대학 진학이나 주류의 직업을 장래 희망으로 하는 흑인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외교안보 시간 벌기 속의 압력 증가
김준형<한동대 국제지역학과, 연대 정외과,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국제정치:역사와 관점을 넘어 쟁점까지> 등의 저서가 있다>

주요 외교 의제는 이라크와 아프간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훼손된 동맹관계를 회복하며, 중동에서 견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는 대원칙은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항시 채찍은 뒷짐진 손에 들고 있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시정부처럼 군사력 중심의 하드파워 외교도 아니고, 전적인 소프트파워 외교도 아닌 가장 효율적으로 조합한 스마트 외교로 규정했다. 대선 당시 존 아이켄베리(John Ikenberry)는 오바마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낭만적인 이상주의자거나 아마추어는 아니며, 한쪽 어깨에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메고 있으나, 다른 어깨에는 현실주의적 실용주의를 메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100일이 지난 지금 이런 평가에 대체로 걸 맞는 행보를 해왔다고 볼 수 있으며, 다른 국가의 반응도 오바마의 노선에 호의적이다.

하지만 미국을 덮고 있는 금융 위기라는 카펫 밑으로 다른 문제들은 일단 쓸어 넣고 덮어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전임 정권의 정책 오류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 정책틀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는 시간벌기의 의미가 있지만, 반면에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문제들이 솟구치려는 압력은 오히려 급격하게 증가된 상황이라 하겠다. 게다가 전임 정부의 강경책에서의 전환은 곧 온건해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얼마나 온건해졌는지 시험하거나 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감행된 북한의 로켓 발사나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내부 강경파들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짐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반도정책 통미봉남 우려 불식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경북대에서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상임이사>

북한이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4월 5일은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달 말로 출범 100일을 맞는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정책 검토 결과’가 그리 분명하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거칠면서도 직접 대화를 하는 방식(Tough and Direct Diplomacy)’을 택하겠다고 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 시 북한 후계구도를 언급하고, 보스워스 전 한국 대사를 대북 특사로 임명한 배경을 살펴보면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대한국 정책에 ‘동맹네트워크 속의 한미동맹’이라는 핵심 개념을 반영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미FTA 재검토 필요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해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조기 비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바마 정부 100일은 한반도정책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성과도, 비전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만 오바마 정부는 한·미·일의 협력틀 속에 북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의지는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통미봉남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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