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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는 다음의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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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 개편 다음·누리꾼 시각차… 탈 포털 대안 모색해야

다음은 4월 1일 메인화면과 아고라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누리꾼은 아고라 등의 위치변경에 주목하며 정권의 눈치보기가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정작 다음의 공지는 누리꾼 우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은 다음 메인화면과 메인화면·아고라 개편 공지.

다음은 4월 1일 메인화면과 아고라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누리꾼은 아고라 등의 위치변경에 주목하며 정권의 눈치보기가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정작 다음의 공지는 누리꾼 우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은 다음 메인화면과 메인화면·아고라 개편 공지.

“만약 현 정부와 껄끄러운 입장이 아니라면 이런 개편이 이뤄졌겠는가.”
한 누리꾼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이다. 다음은 4월 1일자로 메인 화면과 다음 아고라를 개편했다. 다음의 메인 화면 개편 공지를 보면 ‘아고라’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중앙콘텐츠 뉴스 탭에 있던 아고라와 블로거 뉴스가 빠지고, 대신 오른쪽에 있던 추천 서비스 위쪽 고정 메뉴로 자리를 옮겼다. 아고라의 개편 공지에서도 이런 ‘메뉴 이동’은 언급되지 않는다. 검색 기능과 프로필 조회 기능이 강화되었다는 내용이다. 다음 측은 “그동안 외부에서 공급받는 뉴스와 같은 전문 콘텐츠와 UCC 즉, 다음 사용자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분리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다음 측의 설명도 타당하다. 원래 메인면‘추천 서비스’ 항목에 있던 아고라는 지난해 하반기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번에 고정 메뉴로 다시 부활했다. 쇼핑 검색이 전면화되고, 뉴스 탭에는 경제 항목이 새로 등장했다. 다음 관계자는 “한마디로 이번 개편을 요약하면 검색·쇼핑 강화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장사’를 염두에 둔 개편이라는 것이다.

이번 개편은 지난 3월 초 새 사령탑에 오른 최세훈 대표의 첫 작품이다. 언론사 출신의 석종훈 전 대표의 작품이 ‘아고라’라면, 재무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최 대표의 향후 행보를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단지 내적 논리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석 전 대표가 물러날 때 다음 쪽 사람들도 몰랐다고 알고 있다”라며 “누가 직접적으로 외압을 넣었을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언론 등을 통해 들려오는 말 한 마디에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음의 한 임원은 “내부적으로는 (석 대표가)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사회에서 그런 결정이 났다”라며 “전반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을 뿐 외압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음 “아고라 개편 외압 없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그리고 10월 다음은 아고라를 개편했다. 1차 개편 때 골자는 IP 주소의 부분 공개, 찬성과 반대로 추천을 세분화하는 것이었다. “일부 누리꾼이 익명으로 아고라의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난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논란이 집중됐던 것은 10월 10일 개편이다. 한 사람이 올릴 수 있는 게시 글을 20개로 제한한 것은 1차 개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면 상단에 있던 찬성·반대 베스트 박스를 전체 게시물 뒤 탭으로 옮긴 것은 다음의 의도와 무관하게 촛불시위와 정부 반대 여론의 의제 설정 역할을 하던 아고라에 대한 다음 측의 부담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세훈 신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최세훈 신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일부 누리꾼은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의 아고라 참여, 아고라 인적 정보 경찰 제공 등 일련의 예를 들면서 “최근 다음의 행보는 정권의 눈치보기를 넘어 적극적인 야합의 길로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다음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이버 망명’ 논의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아고라 운영 담당자는 “일각에서 다음 내부 IP 등을 거론하며 다음 운영자가 한나라당 게시글을 직접 관리해준다는 주장을 하지만 ‘네티즌과의 대화’ 코너에 글을 올리는 사회단체뿐 아니라 개인도 HTML 코드 수정 등을 요청하면 다 들어줬다”라고 밝혔다. 딱히 정부 여권이나 보수단체에 편향된 행보를 보인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음 관계자는 “현행 법에 따라 절차를 갖췄을 경우에만 이용자 정보를 제공했을 뿐, 아무리 사법 당국의 요청이라도 비공식적으로 응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음은 아고라를 살릴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처지”라고 관측하고 있다. 어찌됐든 다음 아고라가 인터넷 괴담의 진원지라는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의 공격은 누리꾼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음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누리꾼 세 명이 조회 수 조작 프로그램을 동원, 아고라 여론을 조작했다’는 경찰 발표다. 3월 초 경찰은 다음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누리꾼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회 수 조작은 새롭게 등장한 ‘어뷰즈’(오용) 사례가 아니라 이미 PC통신 시절부터 있던 고질적 문제”라며 “조회 수를 조작한 개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게 과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에 대한 ‘업무방해’를 주장하지만 ‘업무방해’ 시달림을 받는 것은 오히려 다음 쪽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 지난 촛불시위 이후 공식적으로 밝혀진 압수수색 이외에도 누리꾼 구속 수사의 기술 자문 등을 이유로 한 참고인 조사로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불려다녔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업무방해 일으킨 건 오히려 경찰”
‘다음의 방어막이 뚫렸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이 사용한 조회 수 조작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쿠키파일 삭제를 통해 동일 PC에서 접속 사실을 지우는 것에 불과한 단순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안 시스템을 손상시켰거나 실제적인 업무 방해로 이어졌다고 보기 힘들지만, 경찰이 ‘업무방해 아니냐’라고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누리꾼도 여론 형성에서 탈포털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로거 민노씨는 “많은 누리꾼이 다음을 진보적 성향을 띤 포털 식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착시”라면서 “다음도 엄연한 사업자이고, 사업적 비전에 방해가 된다면 당연히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진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는 “사실 포털을 중심으로 공론장이 형성된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인터넷 문화”라며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에서는 포털보다는 오히려 영향력 있는 블로거나 NGO단체를 매개로 한 네트워크에 공론장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포털이 일반적인 정서와 거리가 먼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시민사회단체나 파워블로거를 중심으로 포털 의존적 여론 형성 메커니즘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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