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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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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깔의 밴드 홍대 주변 공연장서 4~6월 릴레이 콘서트

[문화]인디밴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인디밴드 다 모이니, 인디음악팬들은 좋겠네.’
‘장기하와 얼굴들’만큼은 아니더라도 ‘갤럭시 익스프레스’ ‘검정치마’ ‘브로콜리 너마저’ ‘요조’ 등 요즘 인디음악이나 인디음악 뮤지션에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1990년대 중·후반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으로 대표되는 인디밴드의 첫 번째 전성기가 지나간 후 한동안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반전한 것이다. 인디뮤지션들이 공연하는 홍대클럽에는 연일 인디음악 마니아들이 몰려들면서 열기가 후끈하다. 인디음악은 ‘독립음악’이라는 뜻이고, 이때의 ‘독립’은 상업적인 거대 제작(매니지먼트) 자본과 유통 시스템에서 독립을 말한다. 즉 상업적인 주류 음악 시스템에서 독립을 일컫는 것이다.

인디음악 약진 몇 년 사이 괄목
최근 몇 년 사이 인디음악의 약진은 인프라의 개선과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인디밴드 축제뿐 아니라 롤링홀, 상상마당 등 인디밴드가 설 수 있는 좀 더 넓은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포털 네이버에서 신설한 ‘오늘의 뮤직’과 EBS <스페이스-공감>은 인디음악을 대중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인디음악계 내부적으로는 열정적인 록밴드, 세련된 모던팝밴드, 밸리댄서가 등장하는 밴드 등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대중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이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2005년 7월 방송사고를 일으키며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시적으로 촉발시킨 ‘럭스’나 ‘카우치’의 스타일만 연상해서도 곤란하다. 당시 생중계된 MBC TV <음악캠프>의 한 코너에서 카우치 멤버 두 명은 럭스가 노래를 부르는 도중 상하의를 벗고 성기 등 알몸을 노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대중이 인디밴드와 그들의 음악을 직접 만나고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평소 홍대 클럽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밴드는 그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곡을 만들고 공연하는 팀만 해도 어림잡아 300팀 이상이다. 그중 활동이 왕성한 인디밴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두 종류의 인디밴드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먼저 열리는 행사는 4월 5일부터 5월 14일까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리얼 주크박스’다. 34일간의 밴드 릴레이 콘서트다. 록, 재즈, 클래식, 포크 등 장르를 초월한 밴드들이 각자의 스타일을 구현하면서 잇따라 무대에 선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진짜 라이브 음악을 골라 듣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밴드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관객들과 소통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블랙홀’ ‘백두산’을 비롯한 관록 있는 밴드부터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얀센스’, 사운드 파괴력의 극단을 보여주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자신만의 표현 영역을 갖춘 이장혁과 황보령, 팬층이 두터운 ‘검정치마’,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 등 다양한 팀이 가세한다. 5만 원의 티켓 가격으로 모든 공연을 볼 수 있으며, 공연별 선택 구입도 가능하다. 공연 문의는 상상마당 라이브홀(www.sangsangmadang.com, 02-330-6211).

5월 9일부터 6월 20일까지는 ‘제1회 인디 루트-10년 밴드 10년 클럽’이 열린다. 총 6주간 12회 공연 예정으로 인디씬을 기반으로 시작해 10년 이상 활동을 유지하며 음악적 성취도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뮤지션, 그리고 인디음악사의 장르적 분류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40여 뮤지션이 등장한다. 부대행사로 인디음악 발전사를 주제로 한 포럼과 사진전, 인디음반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행사는 상상마당, 롤링홀, 재머스, 빵, 긱라이브하우스 등 홍대 일대에서 펼쳐진다.

첫 앨범 ‘대박’‘검정치마’

[문화]인디밴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디밴드 중 ‘검정치마’를 빼놓을 수 없다. 조휴일(노래·기타), 싸샤(키보드), 정경용(드럼), 배지영(베이스), 임형준(기타)으로 이루어진 5인조 밴드다. 2004년 뉴욕에서 3인조 펑크 밴드로 시작한 검정치마가 여러 가지 이유로 공중분해된 후 조휴일 혼자 작사·작곡·프로듀싱을 하며 밴드를 이끌다 2007년 조휴일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다시 결성했다. 지금의 멤버는 잠시 미국에 돌아간 조휴일이 지난해 귀국하면서 구성한 새로운 멤버들이다.

조휴일은 8살 때 학교 앞에서 엿뽑기에 성공한 대가로 엿장수 아저씨가 엿으로 만든 전투기 2개나 엿으로 만든 기타 2개 중 고르라고 해서 기타 2개를 고른 게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록음악을 접한 건 중학생 때였고,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고 한다. 밴드 이름을 검정치마로 지은 것은 조휴일이 느끼기에 그 이름이 이국적이면서 세련됐기 때문이란다.

검정치마가 추구하는 음악은 대중성 있는 음악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1월 첫 정규 앨범을 냈는데, 4000장 찍은 것이 이미 모두 팔려나갔다. 3월 14일과 15일에는 한 홍대클럽에서 단독공연을 했는데 검정치마를 보러온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면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조휴일은 “미국은 상업음악과 인디음악의 경계가 뚜렷하게 그어져 있지 않은 반면 한국은 팬까지도 정확히 구분돼 있다”며 “하지만 인디음악 팬들의 열정과 수준은 최고로, 이는 내한하는 외국 뮤지션들도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 주크박스 출연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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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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