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로 다른 1+1은 아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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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음악이 있는 갤러리 등 이색 전시회 열려

1 ‘코스메틱 잼’ 전_ 김준의 <자장가>(왼쪽), 2 ‘그림과 음악의 유쾌한 동거’ 전_ 문형태의 <첼로연주자>

1 ‘코스메틱 잼’ 전_ 김준의 <자장가>(왼쪽), 2 ‘그림과 음악의 유쾌한 동거’ 전_ 문형태의 <첼로연주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를 합하면 어떻게 될까. 비치샌들과 흰 양말의 조합처럼 상상력의 발현은 곧 아트가 된다. 정반대의 것, 평범한 것,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것, 오래된 것 등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든 1+1은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 이를 입증하듯 요즘 화랑가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미술, 음악이 있는 미술, 그리고 화장품을 안료로 사용한 미술품 등 이질적인 두 가지를 섞어 전혀 새로운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전시회들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3월 29일까지 열리는 ‘온고지신(溫故知新)’전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다. 고미술을 재해석한 현대미술과 해당 작품의 본이 된 고미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에서 유래한 온고지신은 ‘옛 것을 익히어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고사성어다.

화장품 화두로 한 회화·사진전
출품작 중 하나인 홍지연의 <용호도>는 조선시대 민화 <용호도>가 모티브인 작품으로, 민화 속에 드러나는 해학과 유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조선시대 <용호도>는 용과 호랑이를 모티브로 삼은 궁중화의 한 장르였다.

사석원과 이은실은 조선시대의 또 다른 대표적 장르인 <호작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현대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호작도>는 까치와 호랑이, 소나무를 기본 구성 요소로 한다. 까치와 호랑이가 결합하여 기쁨으로 보답한다는 의미가 있어 옛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대문이나 집 안에 붙여놓고 한 해가 기쁨으로 가득 차기를 빌었다. 이 외에도 이 전시에는 책가도, 문자도, 사당그림 등에 나타나는 기본 요소에 충실한 동시에 작가의 독자적 해석을 가미한 다채로운 현대작품이 관객을 맞고 있다.

‘온고지신’ 전 _홍지연의 <사월용호도>

‘온고지신’ 전 _홍지연의 <사월용호도>

서울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는 ‘그림과 음악의 유쾌한 동거’라는 주제로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주로 미술이 장악했던 갤러리를 작은 음악회장으로 바꾼 이 행사는 트럼펫, 피아노, 나팔 등 음악을 소재로 다룬 강경규, 엄의숙, 박성열, 김일해 등 14인 작가의 그림과 조각을 전시하고 있다. 하이엔드 음향기기 메이커인 ‘사운드포럼’의 오디오 시스템 시연회와 소규모 연주회도 열려 관객은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세계 최초 하이엔드 스피커인 8500만 원짜리 대형 ‘콘트라베이스 3’도 있다. 전시 기간은 3월 31일까지다. 전시 기간 중 매일 낮 12시와 3시, 두 차례에 걸쳐 오디오 시연이 있으며 매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오디오 음악회가 열린다. 21일에 이어 28일에는 작가와 전문 연주자 들이 출연하는 갤러리 콘서트도 열린다.

화장품을 화두로 한 회화, 사진, 조각, 설치미술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펼쳐진다.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코스메틱 잼’전이다. ‘코스메틱 잼’은 화장품을 뜻하는 단어 ‘코스메틱’과 즉흥 합주를 일컫는 ‘잼세션’의 합성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객들은 클래식과 대중예술,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가 혼재하는 묘한 공간 속에서 미술과 화장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자유로운 뒤섞임을 경험할 수 있다. 최인선 작가를 비롯한 10명의 국내 유명 작가가 참여했다. 화장품 용기를 쌓아 거대하게 만든 사과, 화장품을 테마로 인체 누드에 로고 등을 문신처럼 표현한 비디오 아트, 여성들의 로망인 티아리 왕관을 쌓아올려 동양화의 산수를 보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가공할 미술’ 전_ 박계훈의 <불안한 양심>

‘가공할 미술’ 전_ 박계훈의 <불안한 양심>

대전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에 획기적인 발상을 더해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5월 17일까지 대전창작센터에서 마련되는 ‘가공할 미술전’이다. 음료를 마실 때 쓰는 빨대 3000개를 동원한 작품, 나무를 깎아 완성한 항아리 구조물과 숟가락을 변형시켜 만든 작품, 상처가 날 때 붙이는 밴드를 이용한 미술품 등 평범한 사물이 작가의 손을 거쳐 예술로 변신한 모양을 만날 수 있다.

최근 화랑가의 이 같은 흐름은 공산품에 순수미술작품을 활용한 ‘아트 비즈니스’ 붐과 맞물리며 동행 중이다. 최근의 각종 전시가 생활 속 이질적인 것들을 미술의 소재로 끌어들인 것이라면 후자는 거꾸로 상품이 미술을 비즈니스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제약업계 최초 아트 마케팅도
가장 대표적인 것인 ‘명화 마케팅’일 것이다. LG전자는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마티스의 <음악>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첨단 3D기법으로 재현한 CF로 성공한 이래 많은 기업이 자사 광고나 제품에 명화를 덧입혔다.

금강제화는 올봄 신상품으로 구두 그림으로 유명한 박영숙 화백의 구두 그림을 프린팅한 핸드백을 선보였고, 쌈지는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디자인한 핸드백에 이어 최정화, 컴퍼니, 이다, 노준, 한만영 등 19명의 작가 작품이 담긴 아트티셔츠를 내놓았다. 또 ‘꽃의 작가’로 유명한 하상림의 그림을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에 새겨 넣은 ‘아트 디오스’ 시리즈를 선보인 LG전자는 올해 하상림 외에도 유리조각가 이상민, 조형예술가 김지아나 등의 작품을 제품에 새겨넣을 예정이다.

종근당도 최근 두통, 치통, 생리통 약인 펜잘의 포장지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입혀 제약업계 최초로 아트 마케팅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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