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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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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평가 반대 서명운동 펼치는 청소년 모임 세이노(Say, NO)

3월 11일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세이노' 회원들이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3월 11일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세이노' 회원들이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3월 11일 오후 3시 40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여자중학교 앞. 세 청년이 방과 후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3월 31일 진단평가에 반대하는 청소년의 서명을 받습니다.”

이들은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세이노(Say, NO)’ 소속 청년 활동가들이다. 전누리(22)씨와 최경한(31)씨가 학생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는 사이, 김혜민(21·여)씨가 학생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학생들은 “이런 시험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면서 서명 용지에 이름을 적었다. 이날 30분 동안 100여 명의 학생이 서명했다.

“이런 시험 왜 보는지 모르겠다”
‘세이노’ 활동가들은 3월 9일부터 학교 앞 하굣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23일부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나가는 한편 개학을 맞아 학교 앞 홍보를 하기로 결정하고 각 학교 전교조 지회의 도움을 받아 일제고사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3월 11일까지 세 학교에서 15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세이노’는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전국청소년연합’ 등 청소년 인권 모임에서 활동하던 멤버가 지난해 10월 일제고사 반대 행동을 위해 꾸린 임시 조직이다. 20~30대 청년 활동가 5명과 청소년 활동가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세이노’ 청년 활동가들은 10대부터 청소년 인권 문제에 눈을 뜨고 활동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누리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학생회 활동을 하다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을 시작했고, 김혜민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순천 지역에서 열린 청소년 인권 캠프에 참석했다 청소년 인권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세이노’에서 가장 어린 회원은 중학교 1학년인 정모군이다. 정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다니던 학교에서 유일하게 일제고사를 거부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한모양은 지난해 촛불집회 때 가입한 한 인터넷 카페에서 청소년 인권 모임의 존재를 알고 가입했다 일제고사를 계기로 ‘세이노’ 회원이 됐다.

학교를 계속 다녔더라면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해솔’(닉네임·여)은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중퇴했다. 해솔은 “말 그대로 ‘집에 다녀오는’ 학교 생활이 싫어 그만뒀다”면서 “나는 일제고사를 보지 않지만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일제고사 반대 행동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대안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손유나양은 지난해 1월부터 ‘아수나로’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세이노’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손양은 중학교부터 대안학교를 다니기는 했지만 청소년 인권문제에 남달리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2년 전 사촌에게서 논술학원이라며 소개받아 찾아간 곳이 대안 교육공동체 ‘나다’였다. 그는 이곳을 통해 2007년 4월 ‘미학혁명(미친학교를 혁명하라)’이라는 이름의 집회에 참석한 후 ‘아수나로’에 가입했다.

손양은 “일반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일제고사가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만 적극적인 반대에는 잘 공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양의 말처럼 학생 신분으로 일제고사에 반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줄세우기식 진단평가가 계속되는 한 ‘세이노’ 회원들의 ‘투쟁’은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글·사진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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